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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소설 '태백산맥' 의 무대를 가다
홍교·소화다리·남도여관 등 일제강점기·분단의 아픈 흔적 곳곳에 남아




글 사진 정보상(와우트래블 운영)



'벌교는 한마디로 일인들에 의해서 구성, 개발된 읍이었다. <중략> 철교아래 선착장에는 밀물을 타고 들어온 일인들의 통통배가 득실거렸고, 상주하는 왜인들도 같은 규모의 읍에 비해 훨씬 많았다. 그 만큼 왜색이 짙었고, 읍 단위에 어울리지 않게 주재소 아닌 경찰서가 세워져 있었다. 읍내는 자연스럽게 상업이 터를 잡게 되었고, 돈의 활기를 좇아 유입인구가 늘어났다 모든 교통의 요지가 그러하듯 벌교에도 제법 짱짱한 주먹패가 생겨났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벌교에 가서 돈 자랑,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순천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여수 가서 멋 자랑 하지 말라' 는 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1-좌우익의 학살 현장 소화다리
2-벌교천을 따라 이어지는 벌교읍내
3-김범수의 집
소설가 조정래는 그의 소설 '태백산맥' 1권에서 이렇게 벌교(筏橋)를 소개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뗏목다리'라는 이름의 벌교는 보물 제304호인 홍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홍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이 바로 벌교 홍교(虹橋)다. 세 칸짜리 무지개 모양의 다리가 끝나는 부분부터 뗏목으로 된 다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이 다리가 염상진, 하대치 등 빨치산들이 소작인들에게 설을 쇨 쌀을 쌓았던 곳으로도 그려지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을 통해 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항일투쟁으로 점철된 역사의 땅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했던 지명들을 찾아가다 보면 일제 강점기 이후 이 땅을 찾아온 분단의 아픔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도 만나게 된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소화다리. 일왕 히로히또 때 였던 소화(昭和) 6년에 만들어져 소화다리라고 부르는데 여순사건 때 100여명의 우익인사를 처단했고, 다시 반란군이 진압되었을 때는 반대로 반란가담자를 처단했던 곳이다. 소설 속에서는 좌익과 우익 간에 서로 사형을 집행해서 밀물 때면 이곳까지 올라온 물이 피바다를 이뤘다고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때 벌교는 전남 내륙지역 일대에서 수탈한 곡물을 일본으로 가져나가는 거점으로 삼았는데 지금도 벌교역을 중심으로 당시의 흔적들이 여러 곳 남아있다. 기차가 섰던 옛차부 자리가 벌교역이고 옛 동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술도가(현 국일식당), 남도여관, 남초등학교(벌교초고), 포목점(현 신협), 금융조합(현 농촌지도소), 자애병원(현 벌교 어린이집)이 계속 이어진다. 이 길은 홍교까지 이어지는데 소설에 심취했던 사람들은 마치 소설 속의 인물들을 만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실제로 판자벽에 함석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일본식집인 남도여관 앞에 서면 경찰토벌대장 임만수와 그 대원들이 숙소로 이용하면서 수시로 들락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남도여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성군과 문화재청이 협력한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유물을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는 보수 및 리모델링 중이다.

1-홍교 건너편에 김범수 집이있다
2-남도여관
3-벌교꼬막
최근 벌교에는 소설의 시작되는 무대인 무당 소화네 집 부근에 태백산맥 문학관(http://tbsm.boseong.go.kr)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개관 후 벌써 20만 명 이상이 다녀간 문학관은 지상 2층 규모로 세워졌는데 작가의 육필원고와 기증품 등 623점이 전시되고 있다. 흥미로운 전시물로는 소설을 위해 4년 동안 취재를 다니면서 썼던 수첩과 카메라와 6년 동안 썼던 사람 키보다 높이 쌓여 있는 태백산맥의 육필원고 등이 있다.

그리고 이적성 시비와 논란들을 기록하는 각종 기사와 자료 등도 눈길을 끈다. 문학관 옆으로 소설 속 현부자네 별장과 소화네 집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2층 누각에서 중도들판을 바라보며 소작인들을 감시했을 것 같은 현 부잣집은 한옥을 기본 틀로 삼았지만 곳곳에 일본식을 가미한 색다른 양식이 눈에 띈다.

쫄깃한 맛으로 이름난 벌교 꼬막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외서댁과 염상구는 벌교의 겨울 꼬막을 연상시킨다. 소설 덕분에 더 유명해진 벌교 꼬막은 오염 없는 여자만의 차진 개펄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꼬막은 가을 찬바람이 불면서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서 봄철 알을 품기 전까지가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교 꼬막은 살짝 데쳐서 양념을 하지 않은 채 먹는 것을 최고로 치지만 삶은 꼬막위에 간장양념을 얹어 먹는 꼬막숙회로 먹기도 한다. 데친 꼬막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꼬막회, 살만 발라 끓인 꼬막죽, 산 것을 불에 굽는 꼬막구이 등이 있다. 소설 속 술도가 자리에 있는 국일식당 (061-857-0588)은 40년을 이어온 한정식으로 꼬막을 포함한 30여가지 반찬을 맛볼 수 있다. 벌교 대부분의 한식당에서도 꼬막이 밑반찬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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