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종아리뿐 아니라 팔, 등, 본근까지 전신 근육 발달

서울 시장이 야심만만하게 자전거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지금이라도 자전거 열풍에 동참하려는 당신이 잘 빠진 자전거를 구입하는 일 말고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자전거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빈약한 체구가 불만이던 K. 식이요법으로 원하던 몸매를 갖는 데 실패하자 이번에는 운동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마초로 변한 자신의 근육질 몸매를 떠올리며 흐뭇해 있는 그에게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권한 운동은 자전거.

"자전거요? 그건 그냥 유산소 운동이잖아요"

자전거는 '그냥' 유산소 운동?

자전거는 어쩌다가 '그냥' 유산소 운동이 된 것일까? 흔히 유산소 운동이라는 단어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이어트, 반대로 근육에 대한 기대는 마음 한 켠에 내려 놓게 된다. 걷기, 달리기, 그리고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은 기름기를 쫙 빼줄 뿐, 울끈불끈한 근육을 만들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믿는 것이다. 직접 자전거를 타보면 이런 생각은 더 굳어진다. 기껏 움직여 봐야 다리 뿐이지 않은가. 그러나 라 끄리닉 드 파리의 한동길 운동 치료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자전거는 트레이닝 머신"이다.

"자전거를 탈 때 사용되는 근육은 10가지가 넘습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뿐 아니라 등 근육과 팔의 삼두근, 이두근, 그리고 복근까지, 몸 전체의 근육을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 전신 운동인 셈이죠.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상반신과 하반신의 근육을 발달시켜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자전거 선수의 몸을 생각해보라. 착 달라붙는 유니폼을 입은 단거리 종목의 선수는 하반신뿐 아니라 상반신의 근육도 훌륭하게 발달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달을 밟는 것은 다리지만 다리의 힘이 고스란히 페달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팔과 등, 배 근육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자전거를 타보자. 첫 페달을 밟을 때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과 뒤쪽의 슬굴곡근, 그리고 엉덩이 근육과 종아리의 하퇴삼두근이 동시에 움직인다. 무릎을 올릴 때면 허리 부근의 장요근도 필요하다. 이 모든 근육들이 서로 협조하면서 페달을 밟아 휠을 회전시킨다. 그럼 이들이 열심히 일할 동안 상반신은 놀고 있는가?

팔의 이두근과 삼두근이 핸들을 단단하게 잡고 있고, 배의 복근은 다리가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밀어 낼 때 몸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오르막길에 다다르면 핸들을 앞으로 바싹 끌어 당기기 위해 등의 활배근이 팽창한다. 가속을 위해 몸을 일으킬 때는 척추기립근이 없어서는 안된다. 이들로 인해 비로소 하반신이 발휘한 힘이 낭비 없이 페달로 전달된다. 몇 번의 휠이 돌아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온 몸 구석구석의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인 셈이다.

이제 자전거가 좀 달리 보이는가? 하지만 무작정 달려들어 타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운동 효과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일과 안장의 위치를 조절하기, 그리고 몸과 마음을 준비시키는 워밍업이 수반 되어야 한다.

■ 좋은 자전거를 고르는 법
자전거 선택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몇몇 날씬한 아가씨들의 자전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자전거 타면 허벅지가 굵어져서 안 타요"

실제로 선수 복장을 하고 쌩쌩 달리는 남자들의 허벅지는 유니폼을 터뜨릴 만큼 건장하다. 하지만 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선수용 싸이클이다. 기어가 달리지 않은 일명 '바구니 자전거'를 타면 이런 걱정은 깨끗이 해결된다. 기어비가 높아질수록 허벅지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이 증가하는데 기어가 없는 자전거의 경우 오히려 허벅지 안쪽, 바깥쪽, 앞쪽, 뒤쪽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허벅지가 날씬해진다. 이밖에 자연을 만끽하며 산길을 달리고 싶다면 마운틴 바이크를,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선수용 싸이클을 선택한다. 차에 싣고 멀리 나갈 일이 많다면 물론 접을 수 있는 자전거가 가장 편리하다.

■ 안장 세팅
잘못된 자세는 기껏 흘린 땀을 수포로 돌릴 뿐 아니라, 들어갈 곳을 나오게 하고 나올 곳을 들어가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먼저 안장부터 세팅하자. 기댈 수 있는 벽이나 발을 디딜 수 있는 벽돌을 준비해 자전거를 지면에서 수직으로 세운다. 페달이 아래로 가도록 놓은 후 안장에 걸터앉아 다리를 쭉 뻗었을 때 발꿈치가 페달의 중심에 닿을 정도가 가장 적당한 높이다. 앞뒤도 맞춰야 한다.

페달이 달려 있는 크랭크를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놓았을 때 무릎 관절의 중심이 페달 샤프트(페달의 중심)의 바로 위에 오도록 엉덩이 위치를 정한다. 엉덩이 위치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 안장을 앞뒤로 조정하면 된다. 그곳이 자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위치다.

■ 워밍업
적당한 자전거를 골랐고 안장의 위치도 맞췄으니 이제 달려볼까? 잠깐만 기다리라. 워밍업을 귀찮게 생각하는 당신은 부상을 입어도 할 말이 없다. 대부분의 운동 전문가들은 모든 운동에 앞서 워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부상을 입을 확률이 50% 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몸이 지방을 연소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되기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 즉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이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느닷없이 스트레칭을 시작하는 당신. 그러나 먼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운동이 없다면 근육도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일단 가볍게 달릴 것. 느긋한 속도로 시작해 약 15분 정도 달리면 근육의 온도가 적당하게 올라간다. 그러고 난 후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강하게 하지 않는 것. 요가 수준으로 마구 스트레칭을 했다가는 자전거에 오르지도 못할 수 있다. 뻣뻣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더 신경 써서 천천히 늘려준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