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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CULTURE] 불황기 문화생활 빌려쓰기가 대세
경제적 부담 덜어주는책·악기 대여 급증… 북카페도 인기




김청환 기자 chk@hk.co.kr



#. 세종대생 김 아무개(22) 양은 매년 오르는 교과서 값이 부담이었다. 악화된 경기 탓에 부모님께 교양수업 과목의 책값까지 달라고 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김 양은 학교 앞의 북카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 양은 요즘 북카페 '카페 라미엘'에서 원서를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 서울에 사는 주부 정 아무개(38) 씨는 초등학생 딸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조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남편 없이 혼자 식당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고가의 바이올린을 엄두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악기를 대여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다.

1-북카페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 /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

지난해 9월 이후 불어닥친 경기불황의 여파로 책이나 악기를 빌려 쓰며 문화생활을 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9월 이후 책, 악기 대여업체의 매출 상승세가 이를 증명한다. 차 값만 지불하고 책은 무료로 볼 수 있는 북카페 역시 인기다.

반면, 대형서점의 도서 매출액 상승률과 전체 악기 매출은 하락세를 보여 시민들이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 탓에 문화생활 비용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 빌려 읽고 리펀드 받고

새 책을 사지 않고 대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디앤샵'과 'KT몰'에서 아동도서를 대여하는 '아이북랜드'는 지난해 4/4분기 회원수가 3/4분기에 비해 1만 7천여 명, 올 1월에는 7천 여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이북랜드 관계자는 "책 대여 서비스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학부모 및 교육수요자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책을 빌려보는 소비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대여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북랜드는 연간회원권(14만 4천원)을 구매할 경우, 매주 4권씩 1년 동안 약 200권의 도서를 가정에서 받아볼 수 있다. 아이북랜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영아 단계부터 중학생 단계까지 10단계로 책을 구성해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새 책을 사서 보고 구입시점 다음달 안에 돌려주면 구입액의 절반을 되돌려주는 북리펀드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9월부터 20여 종의 지정 도서에 한해 실시한 북리펀드 대상 도서를 광화문지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도서로 확대했다.

교보문고는 돌려받은 책을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에서 운영하는 전국 100여개 학교, 마을 도서관에 기증하며 '네이버 책 읽는 버스'를 통해 산간벽지의 주민에게 전달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지정된 2,200여 권의 책 가운데 12%가량이 리펀딩됐다.

한편, 전체적인 출판물 매출 상승률은 경기불황의 여파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액 상승률은 6%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1/4분기 16.1%, 2/4분기 12.2%, 3/4분기 13.1%의 매출액 상승률을 보였던 이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북리펀드는 마케팅 전략이라기보다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라면서도 "매출액 상승률이 꺾인 것은 경기불황의 여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값은 내고, 책은 공짜로 읽고

차를 마시면서 책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공간인 북카페를 찾는 '실속파'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 인사동 '갈피' 북카페에는 하루 평균 120여 명이 방문한다. 유성미(26.여) '갈피' 매니저는 "베스트셀러 중심의 각종 책, 잡지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1월 이후 오히려 늘고 있다"며 "자유로운 공간에서 혼자 시간제한 없이 책을 보며 일하고자 하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차별화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북카페 역시 인기다. 서울 서교동 '정글'북카페에는 올해 들어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 '정글'은 다양한 디자인 관련 서적, 원서를 비치하고 있다. 관계자는 "고가의 원서가 필요한 디자인 전공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주로 찾는다"며 "책이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던 학생들이 단골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취업난을 반영한 공간구성으로 인기를 얻는 북카페도 있다. 서울 창천동 '미플'북카페는 책뿐 아니라 독립적인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어 취업준비생의 발길이 불황 이전과 다름 없다. '미플'북카페에는 하루 평균 200여 명의 고객이 드나든다. 관계자는 "취업스터디나 영어스터디 모임을 하는 대학생들이 주로 찾고 있다"며 "경기불황과 상관 없이 손님 숫자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악기, 빌리는 사람 늘고 사는 사람은 줄고

악기를 빌려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롯데닷컴은 악기 대여상품 월별 매출액<표1>이 지난해 12월에 전월대비 670% 폭증했으며, 1월에는 작년 12월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기 안양시에 있는 악기대여점 '악기나라'는 지난해 9월 이후 매출액이 이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닷컴의 전체적인 악기매출액<표2>은 감소추세에 있어 불황기 문화생활의 '대여'바람을 반증한다. 롯데닷컴은 지난해 3/4분기의 순수 악기 매출액이 2/4분기 대비 12% 감소해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악기나라 관계자는 "축하행사 연주, 문화센터 악기 연주수업, 소규모 지역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의 대부분"이라며 "방학을 맞은 초중고생은 물론 대학생을 비롯해 악기 연주를 저렴한 비용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악기나라는 자체 상표인 '얀(Yan)'으로 악기를 직접 제조하며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바이올린, 피아노 등의 악기를 대여하고 있다. 악기나라는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에서 악기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얀(YAN) 교육용 클라리넷 CL101'은 월 5만 원에, 교육용 바이올린은 월 4만 원의 임대료와 보증금 2만 원에 대여할 수 있다. 악기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3개월이나 6개월 등 장기 대여는 물론 하루 이틀 단위의 단기 대여도 가능해 개인 행사에 악기가 필요한 경우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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