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의맛(3) -겨울철 다양한 더덕 반찬 요리들더덕불고기 무침은 기본 장아찌·육회서 술까지 무한변신

한우와 함께 횡성이 자랑하는 먹거리라면 단연 더덕! '산 높고 물 맑은' 강원도의 고냉지에서 자라서인지 진한 향과 깊은 맛을 자랑한다.

또 여름 배추가 자라는 땅에 많이 심는데다 비교적 서늘한 날씨 때문인지 무처럼 아삭아삭 씹히면서도 단 맛도 풍부하다. 덕분에 횡성 더덕은 전국 생산량의 30% 가량을 차지할 만큼 물량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한우로도 유명한 동네이지만 실제 한우 보다 한 발 앞서 더덕을 특산물로 내세웠을 정도다.

아무래도 더덕의 제철은 추운 계절. 때마침 지금도 겨울이다. 겨울 맛을 최고로 치는 더덕 요리는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다. 더덕 불고기나 구이, 튀김과 무침은 기본, 더덕 장아찌, 더덕 육회나 심지어 더덕술까지… 횡성더덕공판장 김금중 대표와 더덕전문음식점을 운영하는 박현자씨는 실생활에서 연출 가능한 갖가지 더덕 요리의 '변신'을 보여준다.

1-고추장 양념 소스에 볶은 더덕 2-고추장 무침 더덕 3-고추장 더덕 장아찌(왼쪽)와 간장에 절인 더덕 4-된장에 절인 더덕
1-고추장 양념 소스에 볶은 더덕
2-고추장 무침 더덕
3-고추장 더덕 장아찌(왼쪽)와 간장에 절인 더덕
4-된장에 절인 더덕

집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더덕 요리로는 우선 '절임'류가 꼽힌다.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등에 간단히 절이면 되는 것. 더덕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더덕 고유의 맛이 매운 맛이나 구수한 된장 맛과 잘 어우러진다.

특히 간장은 두 가지 절이는 방법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그냥 절일 수도, 아니면 간장을 넣고 한 번 끓여 내는 조리법을 택할 수도 있다. 더덕을 절이고 난 간장은 버리지 않고 따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반면 소금으로 더덕을 절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더덕 향이 덜하다"는 것이 박현자씨의 지적.

더덕을 절인다기 보다 한 번 끓여 보면 어떨까? 이 때 더덕은 피클로 재탄생한다. 소금, 설탕을 약간 넣고 더덕을 뜨거운 물에 끓인 후 식초를 조금 타 주면 더덕 피클 완성. 오이나 배추를 같이 넣어도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또 더덕을 장류에 상당 시간 넣어 둔다면 그건 절임 요리가 된다. 하지만 더덕은 간장이나 된장 등에 잠깐 '담그기만 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무침 요리가 될 수 있다. 단지 조리상 시간의 차이. 하지만 맛에서는 또 다른 세계를 펼쳐 준다. 절임 더덕이 좀 더 깊은 맛이라면 무침 더덕은 풍부한 더덕향과 함께 신선하고도 탱글한 맛!

더덕 요리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는 고추장 더덕 장아찌가 압권이다. 적당히 매운 맛이 더덕 특유의 향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식욕을 자아낸다고.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와도 가장 먼저 떨어지기 일쑤이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

더덕은 밑반찬으로만 그치지도 않는다. 더덕즙이나 더덕주는 기본, 더덕으로 소스나 드레싱까지 만들 수도 있다. 작은 더덕을 갈아 우유를 조금 넣고 양상추 등에 뿌려주면 자연향 물씬 나는 드레싱으로 탈바꿈한다. 이 때 더덕 껍질을 굳이 벗기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들이 더덕 요리에 익숙하지 않을 때도 요령이 있다. 키위를 마요네즈와 함께 갈아 뿌려주면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 파프리카를 썰어 같이 섞어 주면 색깔도 이쁘게 나고 영양식으로는 손색없다.

더덕 요리에서 주의할 점이라면 마늘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선호도 1위 식재료인 마늘이지만 마늘의 강한 향이 종종 더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침 요리를 할 때 마늘을 잘 못 넣었다가는 마늘 향도 잃고 더덕 향도 앗아가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박현자씨는 더덕으로 술도 담그고 밥도 짓는다. 박씨가 만드는 더덕 막걸리는 더덕을 숙성시킨 뒤 막걸리를 찌고 남은 원액을 사용해 만든다. 원액을 부은 뒤 물을 적당히 타고는 곱게 갈아 또 한 번 숙성 시간을 갖는다. 기대와 달리 더덕 막걸리에 더덕 향은 그리 나지 않는다. 맛은 오히려 순한 편. 처음에 갖다 줄 때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가 좀 지나면 가라 앉는다.

1-더덕 피클 2-더덕 막걸리
1-더덕 피클
2-더덕 막걸리

더덕밥을 짓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박씨는 처음에 쌀과 더덕을 그냥 같이 넣고 지었다가 실패를 맛봤다. 밥이 맛이 없고 더덕도 퍼석해 졌기 때문. 그래서 더덕을 취나물과 함께 한 번 지은 뒤 다시 돌솥에 넣어 지으면서 비로소 밥 맛을 살렸다. 밥에 그냥 생수가 아닌 더덕물을 넣는 것도 그녀만의 비법이다.

보통 늦가을에 수확하는 횡성 더덕은 3년 생이 가장 인기다. 좀 따뜻한 다른 지역에서는 2년 만에 수확하기도 하지만 빨리 자라는 대신 가끔은 향이 적다는 소리를 듣는다. 횡성더덕공판장 김금중 씨는 "고냉지에서 자란 더덕은 물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덕이 오랜 시간 조리 과정을 거쳐도 맛이 살아 있고 씹을 때 고기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도움말 횡성읍내 횡성더덕공판장(www.durduk2888.kr) (033)345-2888, 박현자네더덕밥 (033)344-1116



횡성=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