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열차를 타고 가는 맛(2)-팔미도15가지 신선한 재료에 특제 소스 일품



가끔 해물찜이나 해물탕을 시켜 먹을 때 곧잘 경험하는 느낌. '새우도 작고 조개도 작고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는 건더기들(?), 겨우 아귀 몇 조각에 젓가락에 집히는 건 콩나물…' 양도 질도 왠지 허전하게 보이기 쉬운 메뉴임에는 분명하다. 어디 해물찜 잘 하는데 없을까!

인천 영종도에서도 안쪽, 국내 최초의 등대섬이라는 팔미도가 바라다 보이는 해안가에 기다란 건물 하나가 들어서 있다. 여러 횟집들을 비롯, 음식점들로 넘쳐 나는 이 곳은 바로 종합회타운, '먹자 빌딩' 격이다.

빌딩 바로 옆은 '바닷가', 그런데도 회 보다는 해물찜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들어서는 집 이름은 '팔미도'. 해물찜 하나 맛보겠다고 굳이 '외진' 이 곳까지 사람들을 찾아 오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일까?

"이거 '대(大)자' 해물찜인가요? 특별히 많이 주신 것 같은데…" 점심 때 시킨 해물찜이 유난히 푸짐하고 커보인다. "그거 평소랑 똑같은데요." 대답이 예상 밖으로 주인이 아닌 옆 자리에서 나온다. '그 손님 단골인가 보네!'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 젓가락으로 휘저어 보면 '집히는 것'들이 제법 많다.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는 증거. 해물들을 종류별로 일일이 집어 들고 물어 보니 대략 15가지 내외는 된다. 웅피조개, 대합, 가리비, 참조개 등 조개류 만도 서너가지가 넘고 아귀와 오징어, 새우, 게, 홍합, 바지락, 소라 등 일단 양에서는 합격점이다.

젓가락이 가장 먼저 가는 것은 껍질부터 '큰 덩치'를 자랑하는 조개, 웅피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고 단 맛도 갖고 있어 가장 인기 있고 비싼 조개류 중 하나다. 크기가 큰 건 속살 맛이 문어 살점과 비슷하기도 하다. 대합은 더 쫄깃하고 가리비는 특유의 고품격 맛을 자랑한다. 아담하지만 조개 중에서 가장 비싼 값을 호가하는 참조개도 섞여 있다.

재료가 다양하고 넉넉한 것 만을 갖고 충분하다 할 수 만은 없다. 역시 맛을 따져 봐야한다. "해물찜이 맛있으면 얼마나 있을라고?" 해물찜은 별거 아닌 메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해물찜도 맛있을 수 있구나"라고 까지 감탄한다.

이 집에서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해물들의 속살 맛은 모두 '신선함'이 비결이다. 조개류는 수족관에서 살아 있는 것을 바로 사용하고 다른 해물들도 신선함을 최우선으로 친다. 그리고 조리 과정에 더해지는 정성까지.

해물찜이라면 해물들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끓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 하지만 안주인 방혜숙씨의 조리 과정은 복잡한 여러 단계를 거친다. 꽃게, 새우, 아귀 등 살집이 단단한 종류부터 끓이기 시작해 조개와 낙지, 오징어, 콩나물 등을 순서대로 넣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지고 불의 세기에 따라 재빠르게 넣는 속도와 시간을 조절해야만 한다. 그래야 해물 종류별로 적당히 익혀지고 씹을 때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어서다.

이어서 소스와 양념 배합. 적당히 근기를 낼 수 있도록 찹쌀가루를 섞어 주고 참기름을 뿌려서 정성껏 볶아주면 완성. 겉 모습에서의 빨간 색 이미지와 달리 결코 맵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감칠맛 나게 다가온다.

그리고 방씨는 스스로 개발한 'OO소스'를 추가하는데 "남들이 따라 할 수 있으니 제발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방씨 입장에서야 '한참을 망설이다 얘기했지만' 굳이 힌트라면 맛을 안다는 이들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천연 식자재 정도.

여러 해물들을 푸짐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한 이 집은 공항에서 내리는 손님들도 적잖이 들르는 코스가 됐다. 해외에서 맛보지 못한 '얼큰한 토종맛'을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가장 먼저' 맛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평일 낮에는 멀리서 찾아오는 주부들도 많이 보인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방 씨는 2년 전 여름 이 집을 열었다. 손수 아귀찜을 즐겨 해 먹던 솜씨를 갖고 해물들을 추가, 실력을 살려 '개업'을 해 본 것. 장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집에서 차려주는 '가정식 해물찜'이란 느낌이 도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 듯. "월 매출 얼마 안됩니다. 정말 적어요!" 참, 해물찜을 먹고 볶아 주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도 잊지 말아야 한다.

메뉴 해물탕ㆍ해물찜 3만 5000원(중), 4만 5000원(대)

찾아가는 길 인천 영종도 공항도시 종합회타운 3동 203호, 인천공항 2번 승강장에서 301, 302, 306번 시내버스 등 10분 소요, 거잠포선착장 하차 (032)751-7540



글ㆍ사진 영종도=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