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음식 쓰지 않고 제철 재료로만 요리… 젊은 엄마들에게 호응

(오른쪽 아래) 김영심 대표


요즘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 맛이다.

물에 헹군 것처럼 밋밋한 회, 돌덩이 같은 탕수육이 나오더라도 대부분의 하객들은 항의하기를 포기하고 먹는 둥 마는 둥 그냥 나와 버리기 일쑤다.

경조사를 이용한 업체들의 바가지 씌우기에 두 손을 든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식이나 돌 잔치에서 어쩌다 맛보게 된 맛있는 음식은 두고두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더 부페(THE BUFFET)'다.

더 부페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을 찾아볼 수 없다. 고기 완자까지 인스턴트 식으로 나오는 세상이지만 더 부페의 모든 음식은 직접 손으로 치대고 반죽해서 만든다.

메뉴를 들여다보면 갸우뚱하게 된다. 부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밥, 샌드위치는 없고 대신 바다 장어, 달팽이 그라탕, 메기살 구이와 방불랑 소스 같은 요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회는 전부 활어에, 디저트는 매일 바뀌며 과일도 싱싱하다.

지역 특산물·재철 재료로만 요리

"제 아무리 최고의 요리사라고 하더라도 나쁜 재료를 가지고는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 없습니다."

더 부페가 5년 동안 변하지 않고 음식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영심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보리밥을 한다고 하면 전북 부안의 보리를, 매생이를 쓸라치면 전남 목포산을 공수해 오는 식으로 지역 특산물과 제철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더 부페를 시작하기 전부터 20여년간 요식업에 종사해 온 김 대표는 그때부터 '싱싱한 재료는 좋은 음식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신뢰할 만한 구입처를 확보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도 재료 구입에 직접 관여한다.

이렇게 공수한 재료들은 50여명의 쉐프에 의해 새로운 메뉴로 만들어진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채나 탕수육 외에도 요리사들이 자체적으로 메뉴를 개발해 선보인다.

숙주 나물을 곁들인 스테이크, 호박 쉐이크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데 이는 더 부페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요리경연대회를 통해 나온 작품들이다.

더 부페가 매년 개최하는 이 대회에는 약 20여명의 쉐프가 참가해 새로운 메뉴를 내놓고 경합을 벌인다. 1등에게는 해외 최고급 호텔에서 부페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경품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객들의 안목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직접 나가서 선진 문화를 체험하고 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요. 저와 직원들은 함께 해외로 나가서 특급 호텔의 음식과 서비스, 인테리어를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옵니다. 당장 비용은 많이 들어 가지만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투자라고 생각해요."

김영심 대표의 말이다.

자체 요리경연대회 거친 독창적 메뉴 선보여

두바이 버즈 알 아랍,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등 세계 유명 호텔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더 부페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투명한 의자는 카르텔 제품으로 개당 40만~50만원 선이다. 테이블 보는 실내 분위기에 맞춰 직접 나염했고 냅킨을 담는 항아리 하나도 세계 각국을 돌며 구입한 골동품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 몫을 한다.

여기에 가격을 점심 1만5000원, 저녁 3만원으로 책정해 고정시키자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종로점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직장인들이, 마포점에는 각종 경조사를 치르려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돌 잔치를 하고 싶어하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음식 맛과 분위기가 최고"라는 평으로 유명해졌다.

주류의 가격을 시중가와 동일하게 받고, 크리스마스 같은 초성수기에도 하루 2번 운영을 고집한 것도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은 거의 매 주말마다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마포점은 11월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

"가끔씩 이렇게 장사해서 이윤이 남느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을 내 집에 놀러 오는 손님으로 생각한다면 좋은 음식으로 잘 먹여서 보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더 부페 김영심 대표
"중저가 부페의 가능성 보여주고 싶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요즘 고객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눈높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외의 럭셔리한 부페 레스토랑을 많이 접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이전에 해왔던 대로 대충 장삿속만 챙겼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다.

나는 가격은 동네 부페 수준이면서 음식과 서비스는 호텔 부페에 뒤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리다매 운영이지만 더 부페를 경험한 고객들이 앞으로도 변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들으면 보람이 느껴지고 힘이 솟는다.

내년에는 현재 마포, 종로, 대치 등 3개점에서 10개점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전부 직영점으로 오픈해 더 부페의 퀄리티 높은 음식과 인테리어를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