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와인 '힐링어(HILLINGER)'의 노크젊은 와이너리가 만든 젊은와인… 힐시리즈 최고 결정판

미카엘 호프켄 힐링어 와인 세일즈담당 이사(왼쪽)가 레오 힐링어 와이너리 오너의 모습이 비치는 화면 앞에서 와인을 설명하고 있다.(위)
오스트리아 힐링어 와이너리의 포도밭 한 가운데 자리한 초현대식 스타일의 와인 하우스(아래)

젊은 시절 패션 잡지의 의상 모델로도 활동, 여전히 패션 감각 넘치는 오스트리아 사교계의 멋쟁이, 들판에 세워 놓은 건물 하나로 건축디자인 상 수상까지…, 그리고 다양한 문화 행사들도 개최하는 센스 만점!

이런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오스트리아의 유명 모델, 문화계나 패션계 명사? 아님 연예인이나 상류층의 유력 인사? 실은 와이너리의 오너이자 경영자 이야기다. 그의 이름은 레오 힐링어.

1967년 생. 우리 나이 43세로 '여전히 젊은' 힐링어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젊은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와인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한 것도 1990년, 불과 18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힐링어 와이너리는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와이너리에 속하면서도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힐링어 와인' 또한 최근 국내 시장 노크에 나섰다.

처음 그가 포도를 심은 곳은 오스트리아 동남쪽 루스트 지역. 단 1ha의 땅만을 빌려 와이너리를 시작했다. 불과 23세의 나이에 '비교적 큰 규모의' 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 덕분. 와인 판매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와인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후 독일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 유학해 와인 양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세계 각국을 여행 다니면서 경험을 쌓게 된 힐링어는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그간 쌓았던 지식과 노하우를 와인 생산에 쏟아 붓게 된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수 년 전부터 커다란 결실을 맺으며 명성을 더해 주고 있다.

와인 생산과 문화에 있어서 그가 추구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은 그가 세운 '와이너리'의 건축물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유명 와이너리 안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은 고풍스러운 주택이나 역사를 간직한 성채에 가까운 것이 대부분. 하지만 2004년 그의 와이너리 한 가운데 우뚝 세워진 '와인 하우스'는 현대적이면서 모던하기만 하다.

전체적으로 각이 뚜렷한 직사각형의 형태에 전면을 드러내는 와인 하우스의 통유리는 밖에서도 실내가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 마치 뉴욕의 한 현대 미술관처럼…. 밤이면 환한 빛을 내뿜는 조명은 마치 이 곳이 도심의 한 구석처럼 같이만 느껴지게도 한다. 하지만 여기는 엄연한 '시골'. 사방에는 포도밭과 숲 밖에 없다.

지하층은 와인 셀러, 지상에는 세미나실과 레스토랑 카페 홀, 테이스팅 휴게실 등으로 활용되는 이 건물은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현대화된 '와이너리 하우스' 중 하나로 꼽힌다. 컨템포러리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의 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고 건축디자인상까지 수여받았다.

지붕을 통해 자연의 빛이 지하 홀가지 전달되게 하는 초첨단 설계 기술 또한 반영됐다. 24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데도 하루 방문객만 200여명이 넘는다. 더불어 와인 병 라벨에 'HILLINGER' 스펠링의 'L'자를 거꾸로 쓴 것 또한 그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그가 건축가가 아닌 이상 그럼 힐링어 와인 맛은 어떨까? 전통적인 방법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그의 대표작 와인은 2005년 런칭한 '힐(Hill) 시리즈 와인'. 루스트 지방 근처의 20ha 면적의 포도밭에서 재배되는 포도로만 만든 프리미엄 와인 '힐 시리즈'는 힐링어 와인을 고품격 와인 반열에 올려 세운 와인으로 이름높다.

힐링어 와인 시리즈들(왼쪽) / 힐링어 와인을 들고 포즈를 취한 미카엘 호프켄 힐링어 와인 세일즈담당 이사(오른쪽)

힐 시리즈 와인은 힐 원(Ⅰ), 힐 투(Ⅱ) ,힐 쓰리(Ⅲ) 세 종류가 나와 있는데 이 중 최고 결정판으로는 '힐ⅢTBA'가 꼽힌다. "자 보세요. 저 황금 빛깔을!" 최근 국내에서 열린 힐링어 와인 테이스팅에서 '힐ⅢTBA 와인'을 잔에 따른 미카엘 호프켄 힐링어 와인 세일즈담당 이사는 이렇게 외쳤다.

골드 컬러가 특히 돋보이면서 '첫 인상'에서부터 고품격임을 말해 주는 힐ⅢTBA는 포도 작황이 좋을 때에만 생산되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때문에 지난 2007년의 생산 물량은 불과 900병. 리터당 산도가 8을 넘는데다 당도도 강해 최소 2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힐ⅢTBA가 가진 달콤한 맛은 포도 재배 지역의 기후와 전혀 무관치 않다. 평야지대인 부르겐란트를 넓게 차지하는 호수 주변에 포도가 심어지는데 이 호수는 최고 깊이가 1.5m에 불과하다. 여름에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 호수 또한 데워지는데 이 열기의 힘으로 포도에 단 맛이 듬뿍 배이는 것. 때문에 "한국 음식의 매운 맛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 호프켄 이사의 추천.

또 샴페인 지역과 유사한 토양에서 재배된 샤도네이와 쇼비뇽블랑을 8대2로 블렌딩한 '힐 투', 오스트리아의 대표 품종인 쯔바이겔트 포도를 베이스로 한 '힐 원', 가장 껍질이 얇아 다루기 힘든 품종인 피노노아 100%로 최근에야 병입을 시작한 '피노노아 2005', 피노노아 스파클링 와인, 스몰힐 로제와인 등도 모두 그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힐링어 와인들이다. 수미르에서 수입하는 힐링어 와인은 웨스틴조선호텔과 워커힐호텔, 대구 봉산동의 레스토랑 '비티스'에서 다양하게 마셔볼 수 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