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드고몽'의 세컨드 레스토랑 '뚜또베네'황태그라탕 등 토종 재료와 맛 이탈리아 식으로 절묘하게 소화 인기

뚜또베네 실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럼 프랑스 레스토랑과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붙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문(愚問)같지만 실제 그런 곳이 서울에 있다.

지난 해 롯데호텔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오픈을 바쁘게 준비할 무렵. 신세계, 신라호텔, 매일유업 등 국내 재벌가의 주요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한 레스토랑을 다녀갔다.

바로 청담동의 '뚜또베네(Tutto Bene)'. 이들 그룹 또한 피에르 가니에르 못지 않은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을 국내에 들여 온다는 소문이 돌던 터였다.

때마침 화두로 떠올랐던 레스토랑은 프렌치인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찾은 뚜또베네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물론 식사나 만남을 위해 들른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은 왜 엉뚱하게도(?)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러 왔을까? 이유는 두 가지. 뚜또베네가 '팔레드고몽'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두 레스토랑의 오너는 한 사람. 서현민 대표다.

뚜또베네 입구에 걸린 유일한 간판, 한자로만 써 있다. (왼쪽 사진). 뚜또베네 입구 (오른쪽 사진)


국내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 중 하나로 자타가 공인하는 팔레드고몽. 입구쪽 골목을 살짝 돌면 뚜또베네가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두 레스토랑은 한 건물, 한 가족이다. 단지 입구만 다를 뿐.

2년 전 문을 연 뚜또베네는 그래서 팔레드고몽의 '세컨드 레스토랑' 혹은 '쁘띠(petit) 레스토랑'으로 불린다. 해외에서도 이름난 스타 셰프들이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 보다 '덜 부담스런' 레스토랑을 여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같은 맥락. 예상대로 뚜또베네도 팔레드고몽 보다는 부담이 '훨씬' 덜 하다.

10년 전 처음 오픈한 팔레드고몽. 국내 최고급 '파인(Fine) 레스토랑'의 명성답게 무척 까다로웠다(?). 테이블 위에 놓여지는 신문을 다리미로 다리질 않나? 접시와 포크, 나이프 등을 놓을 때도 줄자까지 동원해 정확히 수치를 맞춰야만 하는 최고의 격식을 갖춘 곳! 미처 정장을 하지 않거나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경우, 야구 모자나 (비록 패션이라도)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은 '결코' 입장하지 못했다. 비록 아무리 지갑이 두껍더라도….

서현민 대표는 "그래서 '필요 이상의' 불편과 소외감을 주었을지 모를 고객들에게 사과와 화해를 위한 공간이 뚜또베네"라고 표현한다.

당시만 해도 일반에게 익숙치 않았을 세계 최고급 수준의 레스토랑과 같은 음식과 서비스, 격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감수해야만 했던 어쩔 수 없는 선택 때문. 덕분에 비즈니스나 격식을 갖춘 모임의 장소로는 단연 1순위로 꼽혀오고 있다.

하지만 뚜또베네는 자유스럽다. 복장도 따질 필요가 없고 실내에서는 '젊은' 하우스 음악이 늘상 흘러 나온다. 팔레드고몽에서처럼 정장을 차려 입은 웨이터가 코스 요리를 하나씩 갖다 주는 것도 아니고 여러 음식을 시켜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이 익숙하기만 하다. 음식에서는 두 곳 다 고기와 야채 등등 같은 재료를 쓰지만 차이라면 요리를 소화하는 방식 정도.

어쨌든 '이미지'만으로는 두 곳 모두 너무나 서구적이고 도회적이며 럭셔리하기만 하다. 그런데 정작 주인인 서현민 대표는 어릴적 시간을 주로 시골에서 보냈다. 자연 속에서 맛 본 음식들도 남도의 토종 메뉴들이 대부분.

그래서 그의 메뉴들에는 '토종 내음'이 물씬 난다. 황태로 그라탕을 만들고 멸치젓갈(앤쵸비)을 마치 샐러드 소스처럼 양파와 양배추에 부어 버린다. 그리고 같이 먹도록 한 것은 부드럽게 삶은 오겹살 수육.

주꾸미를 삶아 토마토 소스인데도 매운 맛을 더한 주꾸미 오마까세 요리나 블루 치즈 소스의 새알 감자 뇨끼, 사골 육수로 맛을 낸 수제 생면 파스타 등도 그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온 셰프들과 함께 만들어낸 메뉴들.

결코 '퓨전'이라는 용어를 붙이기에는 아닌 듯 싶다. 결국 토종의 재료와 맛을 이탈리아식으로 절묘하게 소화해 내는 그의 솜씨가 바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또 주목받게 만든 가장 큰 비결인 셈이다.

사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국내 도입과 함께 그의 레스토랑이 커다란 관심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던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현관에서부터 널찍한 팔레드 고몽과 달리 뚜또베네는 입구는 물론, 실내 공간도 무척 아담하다. 말이 좋아 '아담한 것'이지 실제 15평 내외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방과 홀, 카운터, 화장실 등 기본 공간 말고도 와인셀러와 DJ부스, 바, 디저트 쇼케이스, 심지어 수족관까지 없는 것이 없다.

테이블은 불과 10개 남짓. 빌딩 건축 때부터 미리 준비해 놓은 공간인데 전에는 창고와 아뜰리에로만 쓰였다. 팔레드고몽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는 극소수의 손님들만이 다녀볼 기회를 누렸다고 한다.

그래서 뚜또베네 실내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다양한 와인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항상 정겹기만 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유럽 한구석의 다락방에 와 있는 듯한 인상. 파크 하야트를 설계한 미국의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이 곳을 찾아와서는 감탄을 금치 않았다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리고 뚜또베네를 찾는 또 하나의 매력. 항상 말쑥하고도 세련된 정장 차림에 단정한 헤어스타일로 홀 곳곳을 다니는 서현민 대표와의 만남이다.

사실 손님들에게 전혀 나서지 않는 그이지만 아는 이들은 알아 보고 비로소 '레스토랑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뚜또베네는 팔레드고몽이 있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던 저의 파라다이스입니다. 이제는 고객들을 위한 파라다이스로 되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구에 쓰여진 간판은 '만사쾌조(萬事快調)'. 장 뤽 고다르의 'Tout Va Bien' 이탈리아 타이틀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될 때 쓰인 이름을 그대로 쓴다. 'Everything is fine'이란 뜻.

입구에 뚜또베네라 쓰여 있지 않고 예약을 받지 않는 데도 사람들은 잘 찾아 온다. 한 재벌가 회장 부부가 예약을 안 받는다고 오후 5시에 찾아와 기다린 일화로도 유명하다. 레스토랑인데도 새벽 2시까지 오픈한다.

음식 나오는 순서파티쉐가 직접 만드는 빵이 알차고 고소해 보인다→새콤하게 마리네이드한 야채와 함께 한 참소라 데침→매운 토마토 소스 베이스의 부드럽게 삶은 주꾸미→모둠 버섯과 트러플 풍미의 오믈렛 수플레→소고기와 버섯, 레드와인 사골육수의 소스로 맛을 낸 수제 파스타→앤쵸비와 곁들여 먹는 부드럽게 삶은 오겹살 수육→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감자 양파 그라탕
뚜또베네 메뉴 파티쉐가 직접 만드는 빵이 알차고 고소해 보인다→새콤하게 마리네이드한 야채와 함께 한 참소라 데침→매운 토마토 소스 베이스의 부드럽게 삶은 주꾸미→모둠 버섯과 트러플 풍미의 오믈렛 수플레→소고기와 버섯, 레드와인 사골육수의 소스로 맛을 낸 수제 파스타→앤쵸비와 곁들여 먹는 부드럽게 삶은 오겹살 수육→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감자 양파 그라탕

메뉴 수프와 애피타이저 9000원~2만9000원, 파스타 1만9000원~2만5000원, 메인 요리 2만9000원~4만9000원, 디저트류 9000~1만1500원

찾아가는 길 청담4거리에서 갤러리아백화점 방향 100m 우측 삼소나이트 가방 옆 골목 (02)546-1489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