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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디서나 '에오' 음식 알아봅니다"
오너셰프와 친해지기 ①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최고 식자재의 모던 이탈리안 요리 맛보려면 1주일 전 예약은 필수





황수현 기자 sooh@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셰프가 오너라는 것은 재료비를 아끼지 않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최고의 재료와 섬세한 조리법을 통해 태어난 음식 앞에서는 국적에 대한 논란도, 가격에 대한 찬반도 의미가 없다. 오직 음식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고자 하는 요리사의 정신만 남아 있다.

주간한국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미식의 가치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자 대한민국 최고의 오너 셰프들과 친해지기로 했다.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는 신라 호텔에서 요리를 하다가 1997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플라미니오, 세르볼라, 라파체 등 유명 레스토랑을 거쳐 포시즌 호텔의 부주방장까지 올라간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4년 귀국해 2년 후인 2006년 오픈한 리스토란테 에오는 국내 최초의 부티크 레스토랑이다.

달랑 테이블 5개에 변변한 간판 하나 없이 골목에 꼭꼭 숨어 있지만 국내 최고의 CEO들과 미식가들이 어떻게든 찾아내 예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명소가 되었다.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건강한 모던 이탈리안 식을 선보이는 어윤권 셰프는 특히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오픈한 지 벌써 3년 반이 되어간다. 처음 오픈했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한 3년 정도 빨리 정착했습니다. 적어도 6~7년 정도는 고전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만해도 고가의 파인 다이닝을 표방하는 레스토랑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과연 찾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적당한 식당이 없었을 뿐, 수요는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고객들의 수준을 지레 짐작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랐죠.

50대의 CEO들이 주 고객이라고 들었다

이 일을 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의 트렌드 세터는 과연 20~30대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가 진짜 트렌드 세터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 때문에 해외에 나가는 일이 잦기 때문에 젊은 층에 비해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입니다.

정직한 식자재에 대한 강한 고집이 있고 마음에 차는 음식에는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할 의사와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네요.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처음 보는 음식에 보수적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인용의 작은 테이블까지 합쳐도 테이블이 5개뿐이다

규모가 작아서 4명 이상이면 적어도 일주일이나 열흘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합니다. 한달 전부터 예약이 다 차 있을 때도 많고요. 하루 전이나 당일에 취소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전화해보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인데 불편을 드리는 것이 죄송하지요.

대신 요리를 할 때는 인건비나 재료비에 대한 생각은 접습니다. 고객의 좋고 싫음을 가감 없이 신속하게 받아들여서 수정하고요.

맛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나

그럼요. 식사 중에는 보통 말 없이 드시지만 나가면서 “오늘은 별로였다”고 말하는 손님도 간혹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너 셰프 레스토랑에 오는 고객들은 기대치가 남다릅니다. 그만큼 맛에 대한 평가도 확실하지요.

어윤권이 만드는 음식은 이탈리아 현지 음식이라고 볼 수 있나

모던 이탈리안 요리를 만들지만 그렇게만 단정짓는 것은 어렵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저만의 색깔이 들어가거든요. 게다가 한국에서 요리를 하니 재료는 한국적인 것을 많이 쓰게 되고요.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하며 느낀 것은 하이엔드 레스토랑으로 올라갈수록 내셔널리티가 점점 희미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모던 이탈리안 요리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한 셰프의 자기 표현이라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현란한 모양새를 지양한다는 것, 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나 전자레인지처럼 건강을 위협하는 조리 방법을 쓰지 않는다는 것에서 이탈리안 음식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겠네요. 그래도 신기한 것은 고객들이 에오의 음식을 어디서나 알아봐준다는 사실입니다.

메뉴를 매일 바꾸는 것이 수고스럽지 않나

메뉴를 고정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듭니다. 메뉴를 고정하면 재료를 많이 사놓게 되는데 그러면 선도가 떨어지지요. 가장 좋은 제철 재료를 쓰고 싶은데 시장 가격이 또 매번 들쑥날쑥이라 상황에 맞춰 메뉴를 바꾸는 것이 더 낫기도 해요. 계속 새로운 것을 드시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요구에도 부합하고요.

단골이 많은 만큼 고객들과의 관계도 돈독할 것 같은데

거의 스폰서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해외에서 공수해온 희귀한 식재료들을 요리에 사용하라고 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오늘 보여드릴 참 가자미 찜에 얹은 피스타치오도 시칠리아 화산 지대에서 난 것인데 고객께서 구해다 주신 재료예요.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손에 쥐어주시면서 “알지? 써.” 한 마디 하고 나가시죠.

오픈 이후로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사실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 무섭습니다. 고객이 줄어들까 봐 무서운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객이 줄어 매일 신선한 식자재를 쓸 수 없는 것이 가장 두렵고요, 그리고 또 하나 사이클이 무너져 스스로 나태해질까 봐 두렵습니다. 단골 고객들 중에도 굳이 가격을 올리라고 하시는 분은 없네요(웃음).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인 다이닝에 대해 아직까지 마음이 활짝 열리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비싸더라도 좋은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수요는 상당히 많은 편이에요. 오히려 문제는 몸에 안 좋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하지 않게 유통되는 식재료에 대해 무감하고 전반적으로 너무 짜고 매운 음식들이 많아요. 이건 단순히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을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최고의 셰프가 사랑하는 최고의 재료 '죽방 멸치'








물살이 빠른 해협에서 물살이 흘러 들어오는 쪽을 향해 대나무 기둥을 V자 모양으로 촘촘하게 박아 그 안으로 들어온 고기를 잡는 원시어업 형태를 죽방렴이라고 한다.

여기서 잡은 멸치가 바로 죽방 멸치. 보통 멸치 가격의 10배에 달해 '금박 멸치'라고도 불리며 드라마 '식객'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비늘 하나 상하지 않고 건져 올려 육질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적어 비린내가 없는 이 최상품 멸치를 어윤권 셰프는 시칠리아 식으로 절여서 참 가자미 찜에 곁들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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