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터하지 재단, 하이든 서거 200주년 기념 전시·연주 국내 개최 추진

에스터하지 사립재단의 칼 베셀리 사무총장(왼쪽)과 에스터하지 와이너리 CEO인 엘리자베스 캄퍼가 에스터하지 궁전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서양에는 훌륭한 음악가도 많았고 그들을 지원한 후원자들도 역시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이든과 에스터하지 가문 간의 ‘긴밀했던’ 관계는 예술가와 후원자 사이에서 지금도 찾아 보기 힘든 특별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모차르트와 함께 오스트리아가 나은 위대한 음악가 요제프 하이든! 교향곡의 아버지로까지 불릴 만큼 그가 거둔 음악적 대성공의 뒤에는 ‘후원자’의 변함 없는 믿음과 성원이 있었다. 그 후원자는 바로 오스트리아 문화 예술 분야의 대부이기를 자처했던 에스터하지(Esterhazy) 가문.

에스터하지 사립재단의 칼 베셀리 사무총장이 최근 방한, ‘하이든과 에스터하지, 예술가와 후원자 사이의 감춰진 뒷얘기’들을 직접 들려줬다. 그는 재단의 문화사업 전반을 실무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다.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그의 방문 목적은 하이든 서거 20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하이든 기념 전시회 및 연주’를 서울에서도 개최하기 위한 업무 협의. 더불어 하이든의 생애와 업적이 어우러진 2009 ‘요정의 왕국 에스터하지와 하이든의 해’ 축제 행사를 통해 오스트리아 관광과 예술, 와인, 문화도 함께 선보이기 위해서다.

“그 옛날 에스터하지 가문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하이든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이든’ 하면 곧바로 ‘에스터하지’가 떠오를 만큼 양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죠.”

하이든은 에스터하지 백작 가문의 3대에 걸쳐 봉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려 30여년간 예술가와 후원자 간의 ‘끈끈한 연’을 유지한 것. 하이든 또한 자신이 작곡한 모든 음악 작품들은 ‘백작의 맘에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에스터하지 가문의 귀족들은 하이든과 함께 연주도 하면서 음악을 즐겼던 후원자 겸 애호가들이었다.

합스부르크 왕조에 큰 기여를 하면서 크게 성장한 에스터하지 가문은 1989년 마지막 백작인 ‘파울5세’가 작고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의 부인 ‘멜린다’가 전 재산을 사회에 희사하면서 재단을 설립, 오스트리아의 문화 유산 보존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현재 에스터하지 재단은 농지, 산림, 건물 등을 통틀어 본거지인 부르겐란트 지역 토지의 8%를 소유하고 있을 만큼 ‘탄탄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역 내 널따란 호수도 갖고 있는데 이 호수를 둘러싸고 세워져 있는 수많은 펜션들은 유럽에서 유명한 휴가처로도 인기 높다.

재단이 지금 특히 신경 써서 벌이고 있는 행사는 하이든 200주년 전시회. 비엔나 근교 아이젠슈타트에 자리한 에스터하지 궁전에서 연중 계속되고 있는 이벤트로 하이든이 재단과 계약을 맺을 때 그의 친필 사인이 적힌 아주 오래된 계약서 등 그의 유품들과 음악적 활동에 관련된 모든 전시물들이 한자리에서 보여지고 있다.

또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전시장 곳곳에 하이든의 곡 연주와 당대 예술품들도 더해 시각ㆍ청각적으로 하이든을 표현한다는 것도 특색.

에스터하지 재단은 또한 ‘당시 천재 음악가 하이든을 발굴했던 것’처럼 유럽의 재능있는 현대 미술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럽 전역서 신진 작가들의 예술품들을 수집하고 전시회도 개최해 주면서 미래의 천재 예술가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 국제 현악 4중주 콩쿠르를 후원하면서 우승자가 궁전에 있는 하이든룸에서 연주할 기회도 제공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바흐 등은 후원자와 갈등을 많이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이 말년에 겪었던 외롭고 쓸쓸한 시간들도 후원자의 지원이 끊긴 것과 결코 무관하지는 않죠. 실제 많은 유럽의 예술가들이 후원자들과 오랜 기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하이든의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이었습니다.”

베셀리 사무총장은 “예술가들이 고정 수입을 걱정하지 않는 안정적 환경이 제공돼야지만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하이든은 행복했던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가 너무 안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위태롭고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더 독창적이고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하이든 또한 에스터하지 가문에서 그가 아끼던 오케스트라를 해산할 때 연주한 곡이 지금도 유명한 ‘놀람 교향곡’이란 점에서 그의 지적은 일맥 상통한다.

하이든, 월급을 와인으로 받기도…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은 급여를 와인으로 받았다?' '그렇다!'

그의 열렬한 후원자인 에스터하지 가문에서 오랜 세월 봉직한 하이든. 그가 와인을 좋아하고 즐겨 마셨다는 기록은 문서로도 남아 있다. 오스트리아 에스터하지 궁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의 유품을 통해서다.

"제가 받고 있는 급여의 일부인 와인 비중을 더 늘려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그가 에스터하지 백작에게 보낸 서한에는 이런 내용과 함께 그의 사인이 적혀 있다. 대략 그가 희망한 양은 월급의 10% 정도.

그는 왜 와인을 월급의 일부로 받기를 원했을까? "당시만 해도 급여의 일부를 화폐 만이 아닌 와인 이나 생필품등 현물로 지급하는 것은 관례였다"고 에스터하지 재단의 칼 베셀리 사무총장은 설명한다.

당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인 에스터하지는 지금까지도 이런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다. 베셀리 사무총장 또한 지금 급여의 3%를 현금 대신 장작으로 받고 있다. 벽난로용으로 1년 내내 사용할 정도라고.

에스터하지 가문은 또한 17세기 이후 무려 400여년간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도 갖고 있다. 2차 대전후 헝가리가 공산화되면서 생산이 끊겼지만 지난 2005년부터 재단에서 투자, 다시 와인 메이킹을 시작했다. 65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연간 60만 병이 생산량.

올 해는 특히 하이든을 기념하는 '하이든 와인'을 만들었다. 라벨에 적힌 글자 또한 그의 이름 그대로 'Haidn'. 에스터하지 와이너리의 엘리자베스 캄퍼 대표이사는 "12달 오크 숙성을 거쳐 신 맛과 타닌 성분이 잘 어우러진다는 테이스트 평가를 받았다"고 말한다. 불과 한 달 전 첫 시음회를 가진 '신품 와인'. 헝가리산 포도로만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라벨에 빈티지는 적혀 있지 않다.

오스트리아에서 훌륭한 예술가를 위한 와인은 하이든 만은 아니다. 2006년 '골저'와이너리에서 모차르트 250주년을 맞아 모차르트의 얼굴이 그려진 라벨을 붙인 와인을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유명 아티스트가 그린 라벨 그림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모차르트 와인은 와인은 물론, 오스트리아를 홍보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에도 수입됐지만 이미 전량 품절된 상태.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