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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공격적' 분노를 일삼는 사람들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sooryong@medimail.co.kr



연극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나에게 분노감정을 가졌던 사람과도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명백한 부부갈등을 덮어놓고 지내다 보면 언젠가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방법으로 화해를 하면 보다 부부의 이해와 사랑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비록 공격적인 모습이라도 자신의 느낌과 의견을 명백하게 밝혀오는 상대에게는 대응하기가 나은데, 소위 ‘수동-공격적’ 분노를 일삼는 사람들을 상대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이들은 대개 직접적인 대화는 회피하므로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멀리 피하고, 무시하고 지내다 보면 얼마 후에 그 ‘숨은 분노’를 또 터뜨려 당황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억압을 받으며 살아온 노인들 중에는 아들과 며느리의 제안에 대하여 솔직하게 반대의견은 밝히지 않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그 계획을 무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남편의 천대로 자존감을 잃어버린 아내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 남편에게 낭패를 겪게 하기도 한다.

교실 같은 단체 조직에는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교실 전체에게 피해가 갈 만한 실수를 저질러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소위 ‘고문관’들이 있다.

이들을 보면 분명히 무슨 불만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무엇이 불만인지를 물어보아도 상대는 그런 것은 없으며 순전히 실수였다고만 하니 묻는 사람이 오히려 속이 터질 지경이다. 직장의 경우라면 여러 단계의 경고와 해직 절차 등을 통해서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가족의 경우에는 의절까지도 각오하기 전에는 그 고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 때문에 몇 차례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대개 이들을 강하게 몰아붙여서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게 하려는 충동에 따라 반응하기 쉽다. 그래서 이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거나 따끔하게 혼내주려고 하지만, 대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수동-공격적인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같은 행동유형에 빠져들기 쉽다. 따라서 이들을 대할 때는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여 상대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이야기를 할 때에도 정해진 주제에 한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심코 꺼낸 이야기가 어떤 빌미로 이용될 지 짐작하기 어렵다.

수동-공격적 사람들을 변화시키려는 기대나 노력은 하지 않은 것이 좋다. 또 이들의 잘못에 대해 대신 책임을 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들에게 부탁을 받을 때에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이들은 처음에는 고마워 하더라도 점차 자신의 책임을 당연한 듯이 미루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불편한 심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넘기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이 동정심이나 죄책감을 갖게 되거나 위협을 느끼어 과민하게 반응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모두 상대의 심리적 병리에 감염된 것이다.

이들이 이런 성격유형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가 이들의 책임은 아니며 그렇게 된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 교정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저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경우를 미리 파악하여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절한 준비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실 수동-공격적 사람들이라 하여 대단히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

단지 국내 외국인이나 ‘성적 소수자’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는 것처럼 우리와 그들의 대인관계 행동패턴이 좀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해서 주의를 하는 이유는 이들을 따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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