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셰프와 친해지기] ③ 대장금 김인숙착한 가격의 전북 부안의 맛 외국 관광객 명소요리 학교 설립이 꿈

남는 게 없다는 상인의 말처럼 가벼운 것이 있을까. 하지만 ‘대장금’에서 차려내는 상을 보면 정말 남는 게 있을까 조바심이 들 정도다. 금산 인삼으로 만든 튀김, 제육 보쌈, 토종 약선닭이 1만3000원짜리 식단에 모두 오른다.

1993년 ‘토방’으로 시작해 2001년 ‘대장금’으로 상호명을 바꾸고 나서도 8년이 더 지난 지금, 대장금은 서울에서 진짜 전북 부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외국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었다. 자리를 잡으면 으레 가격을 올리고 소수의 손님들만 상대하는 것과는 반대로 박리다매의 길을 걷는 이유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고 싶은 김인숙 대표의 원 때문이다.

원래 그의 꿈은 기사 식당을 차리는 것이었다. 4000원이면 고기를 빡빡하게 넣은 국밥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남는 것 없이.

올해로 17년째다. 처음과 바뀐 것이 있나

초기에는 의욕이 앞섰죠. 어떻게 하면 맛있고 예쁜 음식을 만들까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음식을 생각해요. 그 외에는 바뀐 것이 없어요. 아직도 계산대에 앉아 전화를 받고, 젓갈과 식초를 담그고, 재료를 사러 전국 방방곡곡을 뒤집니다.

재료를 굳이 직접 사는 이유가 있나

인삼 같은 경우 서울로 올라온 금산 인삼과 현지에서 파는 인삼이 달라요. 금산에도 수입산이 많거든요. 밭에서 직거래하면 가격도 100만원 정도 절약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료를 보는 게 좋아서 직접 내려가요. 재료를 손에 받아 든 순간 음식의 맛이 결정되거든요.

최저 2만원이던 정식을 작년에 1만3000원으로 내렸다. 불황 때문인가

지금의 가격을 산출하기까지 1년이 넘게 고민했어요. 서민들의 외식 단골 메뉴인 돼지 갈비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고기니 밥이니 음료수까지 합하면 1인당 평균 지출하는 비용이 1만3000원 가량이더군요. 1만3000원은 여기에서 나온 가격이에요.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먹을 수 있었으면 했어요.

메뉴는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정작 주방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나

지금은 적자에요. 하루에 500명 이상이 들어야 수지 타산이 맞는 가격이거든요. 고민이 많았지만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생각에 결심한 거에요. 그래도 앞으로 100명 정도만 늘어나면 적자는 면해요(웃음).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건 기사 식당이에요. 4000원 짜리 국밥에 조미료 같은 건 빼고 고기를 알차게 넣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었어요.

전북 부안의 맛이라고 하는데 어떤 음식인가

보통 전라도 음식은 간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남도와 북도의 음식은 또 달라요. 부안의 음식은 원초적이에요. 칼이 닿은 만큼 생명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죠. 바다에 근접해 있어 재료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예전에는 전주의 한량들이 부안에 와서 배를 띄워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놀았어요. 덕분에 유명한 요정이랑 명기들이 부안에 몰렸었죠.

그럼 어려서부터 집에서 음식을 배운 셈인가

지금 제가 하는 음식들은 꼬마일 때 외할머니가 음식 만드시는 것을 구경하며 배운 것들이에요. 골목에서 아이들과 정신 없이 놀다가도 밥 때가 되면 만사 제쳐두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음식 만들기에 푹 빠져 들곤 했어요.

한식 세계화가 이슈가 되면서 한식이 여러 모양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통 한식을 고수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가.

원론을 모르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되죠. 한식의 문제점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 한식이 얼마나 다양한 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된장 찌개만 해도 종류가 100가지가 넘고 손대기 아까울 만큼 모양새가 아름다운 음식들도 넘쳐 나죠. 이걸 모르니까 자꾸 바꾸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밖으로 나갈 때는 크기를 좀 줄이거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담음새에 신경 쓰고 향이 강한 일부 음식을 제외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죠. 일본 음식도 맛보다는 모양 때문에 손이 먼저 가잖아요.

대장금은 외국인 손님도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한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은데.

손님 중 3분의 1정도가 외국인들이에요. 하지만 대장금에서는 외국 손님들에게 맞춘 한식을 내지는 않아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한정식이 푸짐하니까 가끔 4명이 와서 2인분이나 3인분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경우 저는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문화를 받아 들여야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올린 음식에는 손님도 최선을 다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자존심이 상하는 거에요. 저는 포크도 잘 안 드려요.

오래 되다 보니 알고 지내는 손님도 많겠다

2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손님은 10명도 채 안돼요. 저와 친해지면 음식 대신 저를 먹게 돼요. 무슨 뜻이냐 하면, 한 손님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면 그 손님은 다음에 식당을 찾았을 때 제가 없으면 음식이 맛이 없어진다는 뜻이에요.

저 역시 친밀도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지는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없어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가장 예쁜 그릇에 담아 쾌적한 분위기에서 드실 수 있도록 하는 것, 여기에서 덜하거나 더하는 어떤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삼성동, 장충동에 이어 대장금을 더 넓힐 생각이 있나

앞으로 12개 정도 더 늘릴 생각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대장금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해요. 이 일이 끝나면 요리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나라 반가 요리의 맥을 잇기 위해서는 학교가 있어야 해요.

단순한 요리의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음식에 대해서 함께 가르치고 배웠으면 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사는 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요즘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음식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최고의 셰프가 사랑하는 최고의 재료
홍어


팬만큼 안티 팬도 많지만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빠진 잔칫상은 잔칫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보통 흑산도 산을 최고로 치는데 마리 당 50만~6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재료다.

김인숙 대표의 홍어 발효 노하우는 공기와 물이 닿지 않게 하는 것. 깨끗하게 손질한 홍어를 쌀포대로 꽁꽁 싸서 항아리에 이틀, 냉장고에 이틀 정도 삭힌다.

씻어낼 때는 물 대신 막걸리를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초보자들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얇게 저며 홍어 삼합에 낸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