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대표안주 선정, 와인과 한식 맛있는 궁합 소개 대중화 앞장

“와인에 대한 만화를 안 쓰냐구요? 글쎄 제가 재미있게 하면 되는데 꼭 따라 하는 것만 같기도 하고…. 또 와인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음식 만화 역시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조금씩 해 나가면서 조각을 맞춰가는 방식이라 차이가…”

요리만화 식객을 통해 국내 맛의 대가로 잘 알려진 허영만 화백이 드디어 와인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맛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을 초청해 벌이고 있는 ‘와인 & 안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허 화백은 지난 해 말부터 LG상사의 와인 전문 자회사 트윈와인(www.twinwine.com)과 함께 ‘밥상머리 토크’ 행사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벌써 세 번째 개최.

“어떤 와인은 라벨만 보면 이름이 너무 어렵죠! 만화만 그리는데도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저도 마셔본 와인 종류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에요. 와인만 따로 전문적으로 공부한다기 보다는 하나하나씩 알아 나가고 있습니다.”

음식의 대가로 꼽히는 허 화백은 “음식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하고 잘 안다는 축에 들어서인지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서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와인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아직 잘 모른다’고 말하는 허 화백이 와인에 뛰어든(?) 이유는 단 한가지.

“평소 우리 음식과 와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봤습니다. 치즈만이 아니고 한식과도 잘 맞을 수 있겠다고 보았지요. 그래서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와인을 접해 나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합류를 결심했습니다.”

실제 트윈와인은 와인 수요의 저변 확대와 성숙해져 가는 국내 와인 문화에 일조하기 위해 와인의 대중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선언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시도하는 것이 와인과 안주의 매칭. 허영만 화백의 조언을 통해 매달 정기적으로 대표안주를 선정, 맛있는 궁합을 자랑하는 와인 매칭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트윈와인 김수한 대표는 “대중적 안주와 와인을 함께 맛보는 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복잡한 와인의 세계를 친숙한 술 맛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한다. 또 “허 화백이 음식의 대가 아니랄까봐 와인 맛을 (귀신처럼) 잘 잡아낸다”는 것이 그의 촌평.

그럼 허영만 화백 본인은 어떤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실까? “집에서 와인을 마시면 평상시대로 멸치나 부각, 묵은지를 안주로도 먹습니다. 멸치는 비리고, 부각은 짜고, 묵은지는 향이 너무 강하지만 괜찮아요. 안주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습니다. 어떨 때는 오징어나 파래 무침이라도…없을 때는…골뱅이도 한 번 시도해볼까요!”

허 화백의 집에는 지금 와인이 제법 많다. 셀러 하나에 70병이 들어 가는데 이미 꽉 차 있고 셀러 하나를 더 장만해 현관 밖에 놔뒀다. “술은 늦게 천천히 마신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와인은 조금 빨리 마시는 편이죠.”

전에 소주를 즐겨 마셨던 허 화백의 주량은 2병 내외. 2차는 거의 안가지만 과음할 때는 이틀에 걸쳐 3명이서 30병을 들이킨 적도 있다고. 지금은 “가급적 1병 이상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섞어 마시면 죽어서(?) 한 가지만 마십니다. 술 취하고 나서 깨는 과정도 싫어요.”

하지만 허 화백의 주량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이어지는 본인의 증언.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부러 안 나와요.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음주 운전에라도 걸리면 억울하잖아요. 아침도 못 먹고 나오는데 대리운전을 부를 수도 없고.”

허 화백이 사실 맘 놓고 술을 마실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의 수고 때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 취하면 매번 모시러 왔지만 지금은 손주 돌보느라 그러지를 못해 자연히 음주량이 줄어든 것. “천천히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장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아요. 기독교로 개종한 아내를 따라 한 달에 한 번 교회를 나가는데 2번으로 늘리라고 성화가 대단해요.”

와인에 대한 관심이 깊은 화백은 하지만 와인 책은 쓰지 않고 있다. 대신 지금 열중하고 있는 작품은 관상에 대한 만화 ‘꼴’. 허 화백은 관상 공부를 만 2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비로소 작품 활동에 나선 것. 와인 또한 (만약 쓴다면) 그 정도는 해야 된다고 확신한다.

“어찌 보면 식객 보다 꼴의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둘 다 독자층이 다르긴 하지만 꼴은 4페이지로 끝나니까 더 간단하고…또 사람들이 ‘코’ 얘기만 해도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부잣집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누구든.”

관상 만화로 허 화백이 겪는 가장 곤란한 상황은 사람들이 자신의 관상을 봐달라고 할 때. 나쁜 영향을 끼칠까봐 그는 절대 거절한다. 풍수 또한 그의 금기 사항 중 하나.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지 않아 손댈 생각을 않는다. “오래 살다 보면 관상 공부 따로 안 해도 대충은 나오는 것 같아요. ‘꼴’은 결국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거지요.”

그 자신은 와인과 함께 하는 안주에 비교적 관대하지만 그가 와인과 한식에 대해 벌이는 매칭 작업은 제법 세심하다. 한국의 토속 음식 하나하나 마다 어울리는 맛의 와인을 찾아 서로 조합시키고 있는 것. 벌써 새조개 꼬막 과메기 굴전 김치전 산적 등을 후보로 올려 어울리는 와인과 매칭시켰다.

“무슨 음식에는 어떤 와인이라고 딱히 특정한 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내 주면 편할텐데…그게 결론이죠.” 허 화백은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편하고 부담없이 마실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한국 음식과 와인도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의 감각적인 클로징 멘트. “와인을 마실 때 카메라를 쳐다 보면서 사진을 찍히면 너무 눈치 없어 보이잖아요. 물론 그림도 안되고…”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