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관광청, 예술품·음식 체험으로 중심이동, 유혹의 손짓

‘지금 만약 당신이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떠난다면?’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자에게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을 들으라면 알프스에서의 스키, 아니면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연주 공연, 혹은 짤츠부르크에서의 고풍스런 시티투어? 글쎄,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인들은 더 이상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이들은 음식과 와인,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체험으로 한국인들에게 손짓하고 나섰다.

해외 여행의 코드(Code)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 마디로 ‘보는 관광(Sightseeing)’ 중심에서 ‘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으로 관심사가 변하고 있는 것. 여행이라면 으레 어떤 곳에 가서 어떤 것들을 둘러 보느냐가 지금까지의 메인 이슈. 하지만 앞으로의 여행 패턴은 ‘무엇을 보느냐’ 보다는 ‘무엇을 먹고 마시고 또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느냐’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최근 오스트리아관광청 주최로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오스트리아 워크숍’. 오스트리아 현지 관광청과 업계 관계자들이 방한해 자국 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이 행사에 조그만 ‘소파’ 하나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화사한 핑크빛 색상이 무척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소파의 이름은 ‘엔치(Enzi)’. 처음 ‘뭔지 몰라’ 사람들을 궁금케 한 이 소파는 다름 아닌 ‘예술품’이다. 하지만 ‘그냥 보기만 해야 하는’ 전시용 예술품이라기 보다는 ‘누구나 앉거나 눕고, 또 기대볼 수도 있는’ 체험형 예술품이란 점이 독특하다.

특이한 디자인의 소파 ‘엔치’는 사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의 유명한 뮤지엄 광장에 설치되는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여러 개의 박물관들이 몰려 있어 ‘뮤지엄 쿼터’의 이니셜 만을 따 ‘엠큐(MQ)’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 여름이면 놓여져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매김 돼 있다.

엔치를 가져온 오스트리아관광청의 파멜라 빌드함 마케팅 매니저는 “지난 해는 컬러가 핑크였지만 해 마다 시민들의 인터넷 투표에 의해 색상이 바뀐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가만히 보기만 해야 하는 예술품 보다는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예술 문화적 코드로 다가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엔치를 올해 처음 메인 홍보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보통 관광청이 자기 나라를 알리는 자리라면 유명 관광지를 화면이나 입간판 등으로 보여주고 안내원이 유인물을 나눠 주는 정도가 일반적.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과감하게도’ ‘즉석 키친’을 열면서까지 자국 홍보에 나섰다는 점도 놀랍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이 ‘비교적 간단한’ 영상과 관광지 소개를 마치고 가진 프로그램은 오스트리안 디저트 만들기 체험. 오스트리아에서 즐겨 먹는 전통 팬케이크인 팔라트슁켄(Palatschinken)을 한국인들과 함께 만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 참석자들은 한 쪽 공간에 차려진 ‘간이 주방’에서 팬케이크를 직접 굽거나 뒤집고 이어 잼도 발라 보고서는 맛보기까지 하는 즐거운 기회를 누렸다. 더불어 다양한 오스트리아 와인들까지….

사실 해외 관광청이 자국 관광을 홍보하는 자리에 음식이나 예술적 조형물이 ‘간간이 삽입’ 되는 것은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관광청 경우는 예술품과 음식이 자기 나라를 알리는 행사의 메인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실제 디저트 만들기와 ‘엔치’ 소개에 할애된 시간과 규모, 정성은 음식과 예술품 체험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실제 오스트리아관광청이 여태껏 국내에서 가진 홍보의 주제는 스키나 음악 공연, 역사적 도시 투어가 대부분. 요한스트라우스 100주년, 모차르트 250주년, 슈베르트 200주년, 열린 음악회 비엔나 공연 등이 오스트리아의 인지도와 이미지관리를 위해 그간 열렸던 주요 행사의 이슈들이다.

그러나 문화 예술적 취향만을 넘어서서 오스트리아관광청은 지난 해부터 이미 ‘전술적 변화’에 착수했다. 짤츠부르크의 비어와 한국 맥주 비교, 오스트리아 와인 테이스팅, 인스부르크식 케이크 만들기 등 음식 행사를 작지만 인상적으로 벌인 것. 다시 말해 관광이나 문화 코드 일변도에서 라이프스타일로의 전환이다.

국내 여행업계와 다른 해외관광청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색다른 노력’에 관심을 갖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보는 것 이상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관심이 더 커진다는 시대적 조류와도 일치한다.

주한 오스트리아관광청 낸시 최 대표는 “여행의 주제가 단순 관광에서 예술과 문화, 나아가 라이프스타일로 이동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예술이나 문화도 볼거리 이상의 체험 단계로 업그레이드돼 ‘라이스스타일 속의 예술과 문화’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식 팬케이크(팔라트슁켄(Palatschinken) 만들기


재료 (2 ~3인분) 우유1/3 l, 설탕 70 g, 소금 약간, 계란 2개, 박력분 170g, 식용유 2~3 큰 술, 슈거 파우더, *케이크 속 : 과일잼

만드는 법

1. 우유, 설탕, 소금, 계란을 거품이 날 정도로 거품기로 잘 휘저어 준다.

2. 밀가루를 넣고 매끈한 반죽이 되도록 잘 섞어 준다.

3. 15분 정도 반죽을 그대로 둔 다음 (반죽에 소량의 미네랄 워터를 첨가하면 팬케이크의 조직이 더 성겨진다.)

4. 식용유를 두른 후라이팬에 반죽을 부은 다음, 앞면과 뒷면이 고르게 익도록 차례로 뒤집어 잘 익혀준다. (나중에 굽는 면은 처음에 구운 면보다 빨리 갈색으로 변하므로 굽는 시간에 주의해야.)

5. 다 구워진 팬케이크 위에 과일잼을 바른 뒤, 팬케이크를 돌돌 만 다음, 슈거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6. 완성된 팬케이크에 과일 주스와 휘핑 크림 등을 곁들여낸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