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현대에 들어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이 증가하면서 ‘가정의 해체 위기’를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조사에 따르면 기혼자의 30-35%가 부부갈등이 심하여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고, 기혼자의 60%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해 본적이 있다고 한다.

이미 이혼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가능한 현상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혼에 대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이혼을 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혼에 대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 고려하며 또 실제로 이혼을 제기하는 주체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대개의 부인이 남편보다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낮게 평가하는 것과도 일치된다.

즉 부인은 남편보다 결혼생활의 문제점을 더 먼저 인식하고 더 많이 고민하는 반면에, 남편은 갈등이 상당히 심화된 상황에도 무엇 때문에 자신들의 결혼이 위기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부인들이 이혼을 거론하고 제안하는 것은 반드시 이혼 자체를 원하기 보다는 문제상황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는데, 대개의 남편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여 무시하거나 오히려 화를 내서 대화 자체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남편이 결혼생활의 위기를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할 때에는 이미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부부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경우가 많다.

더구나 대개의 남편은 자신의 부인이 자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좌절감과 불안감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자책과 부인에 대한 원망이 부부관계에 악영향을 주어 부부관계가 더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제 인식에 대한 남녀의 차이가 더 큰 갈등을 가져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부인은 자신의 말이 남편에게 잔소리로 들리지 않도록 적절한 때에 덜 공격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또 남편은 자신이 내일을 위한 휴식처로 생각하는 가정이 부인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직장이나 집밖 사람들에게만 잘 할 것이 아니라 가정생활과 부인에 대해서 더 많은 배려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부갈등을 겪으면서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은 많지만,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상담을 받는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여성들은 부부갈등이나 이혼에 대해서도 문제 인식의 초기부터 가족이나 친구들과 상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나 이혼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가족이나 친지와 상의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며 문제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편파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반면 남성들은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이혼을 앞두고도 대개 거의 최종단계까지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성들은 가정의 위기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검토할 기회나 필요한 도움을 얻지 못하여 자포자기적인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정신과에서는 이혼 전에 부부갈등을 해결하거나 이혼 전후에 당사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적응 문제 등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모의 갈등이나 이혼을 겪게 된 자녀의 심리적 고통이나 정신병리에 대해서는 소아정신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배, 자녀의 양육비 지급, 자녀와의 면접교섭 등은 법률사무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혼을 앞두고 정신과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 상담가와 상담하는 경우는 여성이 3.2%, 남성이 1.6% 정도뿐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혼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원치 않는 이혼을 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들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