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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강을 잘 건너기 위해선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



SBS 드라마 '사랑공감'
이혼은 개인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사건들 중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혼을 원한 당사자라서 이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혼 이후의 생활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혼 후에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일반적으로 이혼 여성은 이혼 전보다 빈곤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다수의 여성이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적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저임금 노동시장이나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 후 자녀 양육을 책임진 여성은 직장과 어머니의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더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경우에는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남성은 재산분할로 인한 재산 감소와 상대적 빈곤감, 그리고 양육비 조달 등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경험한다. 특히 자녀의 양육을 맡은 남성은 자녀의 음식 준비나 학교의 행사 참석 요구에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에 다른 가족의 도움 없이는 별도의 경제적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또 규칙적인 일상이 중요한 자녀와 돌발적인 상황이 많은 직업생활 사이에서의 역할 갈등은 결과적으로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혼 후에 경제적 자립을 이룬 여성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남성은 가사역할을 통해서 자존감의 향상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도 남성의 이혼 후 적응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비록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난 경우라 해도 이혼은 남녀 모두에게 상당한 심리적 상처를 준다. 이혼 초기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이혼을 후회하거나 우울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결혼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므로, 결혼이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자신이 그 동안 기울인 노력이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편과 가족에게 의존적인 여성일수록 이혼을 인생의 실패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고, 이런 사고방식은 이혼 후 생활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준다. 반면에 남성은 이혼 결정 단계까지도 부인이 자신을 떠나간 이유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부인의 요구로 이혼을 하게 된 남편은 분노, 배신감 및 폭력이나 자살 충동을 많이 나타내며, 이혼 후 생활에 적응하는데 그만큼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는다. 아직도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혼한 사람들이 이혼 후의 삶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하며, 특히 이혼 여성을 함부로 대하여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혼 과정에서 경험한 심리적 상처는 가족이나 새로운 이성과의 정서적 친밀감을 통해서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이혼 후에 재혼이나 이성교제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또 다시 받게 될 지 모르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대개 부모님이나 친지를 자주 만나서 정서적 위안을 받으려 하는데 비하여, 대개의 남성들은 혼자서 견디어내려고 하다가 결국 더 심한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남성들에게 정서적 친밀감에 대한 욕구는 종종 성적 충동과 혼동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은 성 매매 등으로 성욕을 해소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자괴감과 이성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녀가 있으면 자녀의 양육에 힘쓰는 것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도 있으나, 자녀와도 떨어져서 혼자 사는 사람은 극심한 소외감과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혼은 혼인관계가 법적으로 해소되는 순간에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이혼 전후에 걸쳐 적어도 수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잘 건너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인격적인 결단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신과를 포함한 여러 관련 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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