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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맛 그대로 살린 코스 요리, 골라 드세요"
[오너 셰프와 친해지기] (6) 그란구스또 이경태 셰프
늦깎이 요리사 정성 담아 코스마다 4~7개 선택 고객중심 메뉴 인기





황수현 기자 sooh@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돈 벌 생각 없는 요리사의 음식을 맛 본 적이 있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란구스또의 이경태 셰프는 늦깎이 요리사다. 부모의 반대도, 미국 MBA 학사 경력도, 식당은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멸시의 시선도 그를 막지 못했다.

오랜 세월을 돌아서 쉰이 다 되어서야 천직 앞에 선 그는 느지막에 만난 연인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모든 이들이 피하는 번거로움을 자처한다. 세월이 어쩌지 못한 재능과 열정이, 세월이 쌓아 놓은 한이 그란구스또의 음식에 특별함을 더한다.

올해 8월이면 만 5년째다. 그란구스또 이전에는 특별한 경력이 없는 것으로 오히려 유명하다

오래 전 식당을 한 적이 있긴 하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85년도였는데, 원래 요리가 꿈이었지만 장남이라 집안 반대로 꾹꾹 참다가 미국의 앞선 식문화를 경험하고는 그만 불이 붙어버린 거다. 1년 반 정도 작게 이자까야를 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 동업하던 친구에게 넘겨 줬다.

2004년에 그란구스또를 열 때는 상황이 달랐나

그때는 이미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오히려 미안해하셨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어하던 것을 계속 못하게 막았으니까.

결국에는 원하던 요리를 하게 되었으니 힘든 줄도 모르고 매달렸겠다

첫 3년 동안은 3시간 이상 자본 날이 없었다. 메뉴를 철저하게 고객 위주로 짰기 때문이다. 보통은 코스를 A, B로 나눠 셰프가 알아서 음식을 정한다. 우리는 각 코스마다 4개에서 7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전채에서도 7가지를 고를 수 있고, 파스타와 메인 요리에서도 마찬가지로 6~7가지의 음식 중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재료가 다 다르고 못 먹는 것도 있으니까. 코스는 점심 저녁으로 매일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오는 손님도 올 때마다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다른 식당처럼 셰프로서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음식을 제안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다른 식당은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니까 안 하는 거다. 우리처럼 하면 하루에 다뤄야 할 재료가 7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주방에 사람이 13명이나 있어도 늘 바쁠 수 밖에 없다.

초기에는 새벽에 장을 봐서 매일 새 메뉴를 짜고 새벽 2시에 위층 바 영업까지 마친 다음 몇 시간 후 또 새벽에 장을 보러 나오는 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걸 번거롭다고 여긴다면 조리복을 벗어야지. 오너 셰프니까 이런 번거로운 것들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위) 대게 파스타와 자연산 광어 구이


코스의 음식은 스스로 고안해 낸 것들인가

물론이다. 해산물을 즐겨 사용하는데 우리 나라에서 나는 해산물 중 취급 안 해본 것이 없다.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멍게나 쭈꾸미, 명란젓 등을 파스타에 활용하되 소스는 이탈리안 정통 조리법을 고수한다.

개인적으로 간장을 사용하는 식의 퓨전 요리를 싫어한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오일을 좀 덜 쓰거나 마늘을 좀 더 넣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캐비어나 푸아그라처럼 파인 다이닝에서 흔히 보이는 비싼 재료들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그런 재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캐비어는 맛있지만 가격 대비로 따지면 차라리 성게알이 더 낫지 않나. 희귀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제철을 맞아 풍부하게 쏟아지는 식재료들은 값도 싸고 맛도 최고다. 요즘에는 아스파라거스와 도다리가 한창 좋을 때다. 오늘만 해도 아주 좋은 품질의 러시안 대게가 대량으로 풀렸다.

새벽 시장에서 살이 투실투실 오른 것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80%는 성공이다. 그 다음은 궁합만 맞추면 된다. 심플한 양념과 조리법으로 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내 요리 스타일이다. 일단 나부터가 밥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면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니까(웃음).

이탈리안 식당에서 배운 적도 없고 심지어 이탈리아도 한번 가보지 않았는데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성공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나

음식이 누구 아래에서 배운다고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나. 음식은 무조건 많이 맛 보고 직접 해보는 것이 최고다. 아무리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고 하더라도, 계속 최고의 맛을 경험하고 어떻게 구현할까 고심하는 노력 없이 기계적으로 일만 한다면 기술만 늘 뿐이다.

한국에는 아직 창의적인 요리사들보다 기술자들이 더 많다. 어느 쪽이 더 많은가에 따라 그 나라의 식문화 수준이 갈리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먹어본 음식을 그대로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다. 건축가가 도면을 보고 완성된 건축물을 머리 속에 그릴 수 있듯이 요리사도 재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맛이 나올 지 알 수 있다. 아직까지도 내가 직접 시장에 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료를 보면서 그날의 메뉴를 떠올리니까.

오너로서 직접 주방을 관장하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닐 것 같다

주인이 주방에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손님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반대로 직원들은 감시 받는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주인이 있어야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호텔에 가면 모양을 예쁘게 내느라 버리는 재료가 너무 많다. 우리는 하나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모양이 좀 덜 예쁘면 어떤가.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이라면 손님에게도 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알뜰하게 아낀 비용은 다시 좋은 재료와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돌아가고 그것이 다시 훌륭한 음식으로 보답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고기도 최고급 한우만 쓸 수 있게 됐다.

요리사들의 창의성이 식문화를 좌우한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접을 제대로 해줘야지. 기업에서 10년 동안 일해 부장이 됐다면 10년차 셰프에게도 부장의 연봉에 상당하는 페이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손님들의 수준은 많이 높아졌지만 식당의 경영 마인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질 나쁜 재료와 적은 인건비로 무슨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나. 결국 오너가 돈 벌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본인은 월급 받는 수준으로 만족하고 모조리 다시 투자해야 진짜 제대로 된 음식을 낼 수 있다.

최고의 셰프가 사랑하는 최고의 식재료
고등어






오늘날 그란구스또를 있게 해준 일등 공신은 고등어 파스타다. 이탈리안 남부에서는 정어리 스파게티를 많이 먹는데 이 셰프는 우리 나라에서 자주 잡히는 고등어로 대신했다.

신선한 고등어를 사서 살을 발라낸 후 3~4시간 동안 염장을 한다. 그리고 나서 올리브 유에 재운 후 허브로 양념해 편으로 썬 마늘과 고추가루, 대파와 함께 팬 프라이 한다.

맛의 비결은 고등어의 선도, 그리고 고등어와 대파의 환상적인 궁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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