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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에 대한 일곱 가지 오해와 진실
입에서 균일하게 녹아야 좋은 제품
쇼콜라티에가 들려주는 달콤한 이야기





황수현 기자 sooh@hk.co.kr



주위를 보면 가끔 월권을 행사하는 것들이 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더러운 자동차 밑에서 양갓집 규수처럼 완벽하게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를 보았을 때 혹시 사람의 영혼이 깃든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영물이라고 부른다.

먹는 것 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다른 음식들이 위나 장과만 관계하는 것과 달리 이 달콤한 영물은 건방지게 뇌와도 내통한다. 사랑스런 애인도 어쩌지 못한 우울함을 탁월하게 달래주는 바람에 미국 여성들로부터 섹스보다 더 좋다는 칭송을 받은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초콜릿.

한국에서 카카오 퍼센티지를 두고 말장난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진짜 초콜릿을 만들어 온 쇼콜라티에 1세대, 카카오 봄 고영주 사장이 최근 진짜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책 ‘초콜릿 학교’를 펴냈다. 그녀가 들려주는 초콜릿에 대한 일곱 가지 오해와 진실.

첫 번째,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도 발렌타인 풍습이 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고, 유럽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보다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 판매되는 초콜릿의 양이 훨씬 많다. 한국은 발렌타인 데이에 전체 초콜릿 매출의 50%가 일어나는데 일본의 영향이 크다.

사실 한국 초콜릿 문화 중 진짜 특이한 점은 평소에는 초콜릿을 별로 즐기지 않으면서 기념일에는 너도나도 선물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표면이 허연 싸구려 초콜릿들이 화려한 포장지에 싸여 먹지도 않은 채 책상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두 번째, 잘 사는 나라에는 모두 초콜릿 문화가 발달했다?

단 맛과 여유에는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먹고 사는 일에서 한숨 돌리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기호 식품이 발달하는데 초콜릿도 그 중 하나다. 단 맛은 개인의 취향에 달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단 맛은 인간의 본능이다. 여자든 남자든 어릴 때는 무조건적으로 달콤함에 반응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관념이나 바쁜 일상에 치여 여유를 잃으면서 단 맛을 멀리하게 되는 것 같다. 아니면 자라면서 맛 본 달콤한 것들이 모두 첨가물로 맛을 낸 싸구려였다든지. 내가 본 사람 중 여유가 있고 낙천적인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단 맛을 즐겼다. 우리나라에도 엿이나 산자처럼 단 맛을 즐기는 문화가 있었는데 산업화 과정에서 모두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세 번째, 우리나라에는 쇼콜라티에(초콜릿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한국에 아직 쇼콜라티에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공방이나 초콜릿 가게에서 알음알음 배워 실력을 쌓고 업계에서 입 소문이 나는 것이 아직은 올라갈 수 있는 단계의 전부다. 특히 2001년 벨기에에서 돌아왔을 때는 초콜릿 전문가를 단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초콜릿 전문점을 연다고 하자 그런 희귀한 직업도 있냐며 언론에서 취재를 왔을 정도니까. 3~4년 전 대기업에서 카카오 열풍을 일으키면서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금은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50명 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네 번째, 생리 전후의 여성에게 초콜릿은 일종의 마법을 부린다?

초콜릿에 의한 상승작용은 단순히 기분에 따른 것이 아니다. 물론 나는 모든 기분은 뇌에서 주관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생리를 하게 되면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는데 초콜릿이 이것을 보충해주면서 균형이 깨진 감정이 다시 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한데 초콜릿은 뇌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아주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초콜릿의 경우 당분이나 식물성 기름이 들어가 있어 많이 섭취하면 좋을 것이 없다. 정말 좋은 초콜릿에는 식물성 기름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다섯 번째, 초콜릿은 술이나 커피와 환상적으로 잘 어울린다?

그야 말로 환상의 궁합이다. 어느 날 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우연히 마지팬(아몬드를 설탕 등과 함께 갈아 만든 초콜릿 충전물)을 먹었는데 그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술의 맛과 너무 잘 어울려 깜짝 놀랐다. 호텔에 가면 위스키와 함께 다크 초콜릿을 함께 주는 경우가 있는데 술의 쓴 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최고의 안주다.

초콜릿의 타우린 성분은 알코올 분해를 돕기도 한다.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데 뜨거운 커피가 초콜릿을 깔끔하고 부드럽게 녹여준다. 초콜릿에는 커피의 5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에 나른하고 기운 없는 오후, 커피 한 잔에 초콜릿 한 조각을 곁들이면 단숨에 눈이 번쩍 뜨이면서 에너지가 충전될 것이다.

여섯 번째, 진짜 좋은 초콜릿은 입에 넣자마자 사라진다?

제대로 만든 초콜릿은 입에 넣기 전에도 대충 알 수 있다. 일단 성분 표시에 팜유가 없어야 한다. 눈으로 봤을 때는 기분 좋은 광택이 나야 잘 만든 것이다. 잘 못 만들면 표면에 윤기가 없고 뿌옇다. 손으로 만졌을 때는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것이 상품(上品)이다. 손에서는 단단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야 한다.

그것도 한쪽은 녹고 다른 한쪽은 덩어리 지며 남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녹으면서 혀에 텁텁함을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고 나서 후회가 없어야 진짜 좋은 초콜릿이다.

일곱 번째, 집에서는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없다?

블로거들 중 홈 베이킹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건 초콜릿이 심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초콜릿마다 좋아하는 온도와 취급법이 다 다른데 이것을 그대로 따르면서 그 성질들을 다 달래주지 않으면 실패하기 일쑤다. 빵이나 쿠키는 기술이 어설퍼도 결과물은 비슷하게 나오지만 초콜릿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초콜릿에는 재료, 가공 기술, 부 재료의 품질, 이 세 가지가 어느 하나 쳐지지 않고 똑같이 중요하다. 전문 서적의 도움을 받아 다루는 법을 어느 정도 익히고 접근한다면 좋은 초콜릿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초콜릿 학교’ 도서출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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