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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최고 요리사의 레스토랑을 가다
"'로컬 푸드' 맛본 고객 다시 찾아옵니다"
당일 주변 지역서 생산된 농·수·축산물 사용한 살아있는 메뉴 인기 비결





글ㆍ사진 스타방가(노르웨이)=박원식기자 parky@hk.co.kr  





1-찰스오디의 빵
2-머슬 수프
3-넙치구이 메인푸드
4-감자
5-딸기 셔벳 파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디저트


지난 2003년 노르웨이의 젊은, 겨우 31살의 요리사 찰스 체셈(Charles Tjessem).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요리경연대회 ‘보퀴즈 도르(Bocuse d’Or)’ 컨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일약 국가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지금까지도 국제적인 행사나 공식 석상에서도 그의 이름이 노르웨이의 자랑으로 언급될 만큼 명성이 높다.

보퀴즈 도르라면 ‘요리의 세계월드컵’으로도 불리는 전세계 요리사들의 꿈의 경연장이다. 1987년 시작, 격년제로 국가별 사전심사와 대륙별 예선을 거쳐 24개국 대표 셰프들이 실력을 겨룬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국내 요리사 중 입상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대회 우승자인 찰스 체셈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노르웨이 남부의 소도시 스타방가. 인구 12만여 명의 조그마한 이 도시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 타운 시내에 ‘찰스 오 디’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이름에서처럼 찰스가 자신의 이름을 따 운영하는 레스토랑. 노르웨이어로 ‘오 디(& De)’는 영어로는 ‘and then’이란 뜻. 그럼 한글로 정확한 레스토랑 이름은 ‘찰스 그리고는~’ 정도.

세계 최고의 요리사로 인증받은 셰프의 레스토랑이라면 과연 어떨까?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선 그의 레스토랑은 모던하면서도 안팎이 예상외로 소박하다. 명성과 실력, 권위에 비해 결코 화려하다거나 으리으리하지도, 많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꾸며놓지도 않았다. 혹시 너무 실력을 과신한 탓일 수도….

그러고 보니 입구에 들어설 때 간판도 ‘워낙’ 작았다.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미처 놓쳤을 만큼. 하지만 실내에 발을 디딛는 순간 ‘활기’가 느껴진다. 테이블에 편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진열장에 서서 테이크 아웃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하는 이들 모두의 모습은 왁자지껄하지만 결코 소란스럽지만도 않다.

조금은 편하다거나 간단하게만 보이는 그의 레스토랑은 그의 표현대로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정장을 차려 입고 포멀하게 음식과 와인을 서빙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은 전혀 아니다. “왜 사람도, 돈도 많은 수도 오슬로에 레스토랑을 차리지 않았죠?” 질문에 그는 “이 곳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떠나기가 싫었다”고 답한다.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이 오로지 이름값 때문일까? 꼭 그렇지 만은 않아 보인다. 그가 내놓은 음식의 컨셉트는 한 마디로 ‘로컬 푸드’다. 신선한 식재료들만으로 ‘살아 있는’ 메뉴를 제공한다는 철학. 그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맛 본 고객들이 다시금 오게 하는 가장 이유이기도 하다.

로컬 푸드라는 타이틀이 말 뿐이 아니라는 사실은 식탁 위에서 쉽게 확인된다. “저녁 세트 메뉴로 나오는 넙치와 홍합은 45분 거리의 어시장에서 당일 잡은 것을 사온 것이고 감자는 근교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 떨어진 밭에서 생산된 것들을 가져옵니다.” 수시로 테이블과 키친을 오가며 손님들과 대화하는 그는 음식 하나하나 마다 맛과 재료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점심 때는 간단한 샌드위치나 파스타, 고기 생선 등의 메인 요리가 일품으로 잘 나가지만 저녁 때는 그가 장만하는 ‘디너 세트’ 메뉴가 최고 인기다. 그가 세계 최고 요리사로서 가진 명성과 실력을 체험하고 또 확인해 볼 수 있는 순간이자 기회인 셈.

로컬 푸드 답게 역시 근교에서 당일 잡아온 홍합으로 만든 ‘머슬(Mussel) 수프’는 해물과 과실, 스파이스향이 복합적으로 난다. 홍합육수에 생선 육수, 거기에다 밀크크림을 배합시킨데다 생강과 사과 조각을 썰어 놓았기 때문. “홍합 육수만 쓰면 약간 짜요. 그래서 생선을 끓여낸 육수를 섞어줍니다. 식재료는 로컬을 고집하지만 맛에서 만큼은 ‘인터내셔널’을 추구합니다.”

메인 요리 격인 넙치 생선 구이가 나올 때 감자가 따로 먼저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원하는 만큼만 감자를 덜어다 먹으라는 배려에서다. “감자를 남기는 사람도 많잖아요. 더 원하는 손님도 있고, 손님의 편의를 위한 것이죠.” 가끔 생선 살이 덜 굽혀 연한 경우가 있는데 그가 구운 넙치는 ‘푹’ 익혔는데도 살점이 부드럽기만 하다.



6-찰스오디 레스토랑 입구
7-진열대 앞에 선 손님들
8-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는 찰스


특히 식전 테이블에 놓여지는 빵은 워낙 쫄깃하다. 질기다 할 정도로 탄탄한 질감은 천연효모로 발효시켜 굽기 때문. 때문에 그의 빵은 매일 인근 동네로까지 원정도 나간다. 매일 아침에 굽는데 찾아와 사가는 이들도 많지만 인근 동네 베이커리나 가까운 가정집으로는 직접 배달도 해준다고.

매일 아침 10시에 오픈해 문을 닫는 11시까지 일하는 그의 레스토랑 일과는 사실상 쉬는 시간이 별로 없다. 특히 오픈전 이른 아침에는 주방에서 일찍 빵을 반죽해 구워내야만 하고 찰스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인근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가기 때문이다. “반드시 당일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만을 식재료로 쓰려고 합니다.” 그의 수첩에는 인근 농부의 이름이나 채소의 씨앗이 뿌려진 날짜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다.

그가 우승한 세계요리대회 우승은 결코 쉽지 않다. 전념해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는 그는 지금도 그때 사용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줄줄이 외어 본다. “7개의 송어와 레몬 오일 등등…”. 다 기억할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대목이다. 그의 대회 준비과정에는 올림픽 스피트스케이팅 선수인 요한 올라브 코스도 함께해 이목을 끌었다.

“너무 길어요. 이제 그만…” 그는 당시 노르웨이 송어와 프렌치 비프 요리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저 스포츠처럼 즐겼어요. 상세한 것까지 챙겨야 하고 풀로 전력투구, 최선을 다했습니다.” 역시 세계 최고 타이틀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빵이 맛있어 찍어 먹던 버터가 모자란다. “더 달라”고 하니 직원이 “옆에 있는 것 나눠 드시면 됩니다”라고 매우 ‘자연스럽고도 친절하게’ 답한다. ‘아 참, 여기는 캐주얼 레스토랑이지!’

그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차려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젊은 20대 때 직접 경영자가 돼 본 것. “잘 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이 배웠다”고 말하며 웃는다. 노르웨이 요리학교에서 강사로 일한 그는 국영석유회사인 스타토일에서 셰프로 다년간 일하다 우승이라는 일을 냈다.

지금 레스토랑을 문 연 것은 4년 전. 처음 지역 손님만을 대상으로 하던 그의 레스토랑 고객 절반은 타도시에서 찾아 온 방문객들이다. “실력은 자신이 있지만 아무래도 미슐랭 스타까지 가기에는 지리적인 한계가 있죠.” 대신 레스토랑 2층에서 연회와 케이터링까지 하는 등 그의 푸드 사업 영역은 매우 넓다.

그는 10여년전 한국을 방문, 서울 신라호텔에서 노르웨이 음식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밑천이 돼 지금도 여름이면 김치 메뉴를 내놓는다. “캐비지에 칠리, 피시 소스를 사용해 만드는데 제 방식이죠.” 그는 “기회가 되면 서울의 호텔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미식가들과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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