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샤넬, BMW, 구찌, 페라리의 럭셔리자전거

기름값은 오르고 자전거 도로는 점점 더 넓어진다. 강남구는 2억2천만원을 들여 구민 전원에게 자전거 보험을 들어줬고 서울시는 2014년까지 차로(路) 1개를 자전거로(路) 2개로 바꾸는 방법으로 도심 곳곳을 자전거 길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산에는 자전거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만들어진단다. 그러니 이제 ‘자전거를 탄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환경을 고려한다. 유행에 민감하다. 사회친화적이다’ 라는 이미지가 같이 입혀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거세게 몰아치는 자전거 열풍을 더욱 부추기는 볼거리가 있으니 이름하여 꿈의 자전거들이다. 벤츠, 샤넬, 페라리, 구찌, 에르메스… 이름만으로도 동경의 대상이 된 이 최고의 브랜드들이 만든 자전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는 흡사 칼 라거펠트가 다림질한 내복을 입고 피에르 가니에르가 만든 구내 식당 밥을 먹으러 가는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묘한 기대감으로 넘치는 일이다. 서민의 교통 수단인 자전거는 어디까지 사치스러워질 수 있을까?

CHANEL= 지난해 S/S 세계적으로 50대가 만들어져, 국내에 2대가 들어왔다. 안장과 핸들, 체인 보호대를 감싸고 있는 것은 오래된 송아지 가죽으로 샤넬을 상징하는 퀼팅 디테일을 적용했다. 당연히 모두 수작업을 거친 것. 까맣고 우아한 차체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했으며 중량은 16.5kg으로 가볍지는 않지만 최고의 스피드를 내기 위해 샤넬 자전거를 구입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소비자도 판매자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바이크 앞 부분에는 도난 방지를 위한 자물쇠 장치가 되어 있고, 다단변속기어 없이 8단계의 스피드 변속이 가능하다. 이 자전거에서 가장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것은 뒷좌석에 붙어 있는 세 개의 샤넬 가방으로, 이 가방들이 아니었다면 1400만원 대(작년 봄 기준)라는 가격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Mercedes-Benz=명품 자전거에 들이는 공은 패션 브랜드보다 자동차 브랜드가 한수 위다. 벤츠는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전거 회사들과 협업하는 것과 달리 자회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액세서리에서 직접 디자인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8종의 신제품을 내놓고 할인 행사와 온라인 판매 등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알루미늄 풀 서스펜션 프레임으로 윤기 나는 차체를 자랑하는 폴딩 바이크는 컴팩트한 바퀴에 접을 수 있어 관리하기가 편하다. 가격은 418만원. 깨끗한 화이트 프레임의 피트니스 바이크는 핸들의 앵글을 조절할 수 있으며 80mm의 왕복 구간 및 잠금 장치 기능이 탑재된 맞춤형 서스펜션 포크, 27단 변속 기어 등으로 기능이 충실한 편이다. 가격은 297만원.

1-베이징 올림픽 기념 구찌 자전거
2-메르세데스 벤츠 폴딩 바이크
3-BMW 산악자전거
4-페라리 CF7

Gucci= 구찌는 2006년과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개최 시 각각 자전거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에는 제품이 없지만 해외 주문은 가능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여 만든 자전거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가 스포츠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8가지 액세서리 ‘8-8-2008 리미티드 에디션’중 하나다.

행복과 축하를 상징하는 대담한 레드 컬러 차체에 안장, 핸들, 브레이크는 구찌의 로고가 새겨진 붉은 가죽으로 감쌌다. 뒷좌석에는 같은 소재의 가방과 툴 케이스를 달았고 벨과 펌프 등에도 구찌 로고를 섬세하게 새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가격은 400만원대.

BMW= 지난해 마운틴 바이크와 투어링 바이크, 크루즈 바이크를 한정판에 들여와 전부 팔아 치운 BMW는 올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판매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 품질이 뛰어난 데다가 다른 명품 자전거들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높다.

산악 경주용 엔듀로 모델은 변화무쌍한 서스펜션 포크로 험한 지형에도 빠르게 적응해 달릴 수 있으며 마니또 라디움 에어쇼크를 장착해 비포장 도로에서 받는 충격을 흡수해준다. 중량은 13.5kg, 가격은 557만원대. 편안함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특징인 투어링 바이크는 27단 변속기와 함께 후방 라이트, 외발 받침대, 전면 헤드라이트 라이트 감지기 등 다양한 편의 장치가 탑재 되어 있다. 가격은 249만원대.

HERMES=부드러운 브라운과 블랙의 차체가 돋보이는 에르메스의 자전거는 네덜란드 자전거 제조사인 바타뷔스와의 합작품이다. 스테인리스 재질에 에나멜로 처리한 프레임이 에르메스의 비싼 가방에 비하면 다소 수수하게 느껴지지만 우아하고 클래식한 멋을 잃지 않았다. 핸들과 안장은 장인의 브랜드답게 에르메스 가죽을 씌워 일일이 꿰매 완성했다. 가격은 약 400만원대.

Ferrari= ‘페라리를 탈 수 없다면 페라리 자전거라도’하고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된다. 페라리 CF7의 가격은 자그마치 2350만원대. 페라리는 세계 최고의 자전거 브랜드인 이탈리아 콜나고 사(社)와 기술을 공유한 인연으로 2000년부터 CF(Colnago for Ferrari)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올해 모델인 CF7은 100대 한정판으로 국내에 2대가 들어와 있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붉은 차체에 카본 프레임을 사용했으며 탑튜브에는 페라리의 경주차가 그려져 있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