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와인·조르쥐 뒤뵈프 천편인률적 장소 탈피 색다른 시도

1-주한 오스트리아 빌헬름 돈코 대사(왼쪽에서 5번째), 비닝거 와인의 오너 겸 경영자인 프릿츠 비닝거(오른쪽에서 3번째)와 오스트리아 프리미엄 에스테이트의 안드레아스 빅호프(맨 왼쪽) 등이 초대 손님들과 함께 선상 와인 파티에서 건배하고 있다
2-조르쥐 뒤뵈프 와이너리의 오너 아들인 프랭크 뒤뵈프(가운데)가 가든에서 로제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석양이 질 무렵 출발한 한강 유람선 위에서 별빛을 받으며 들이키는 오스트리아 와인 한잔! 따스한 봄 기운을 느끼며 야외의 녹색 정원에서 로제 와인의 화사함을….

수 만가지 맛과 향, 이름도 종류도 다양하기만 한 와인의 세계! 저마다 와인들이 서로 다른 것처럼 와인을 소개하는 방식도 이젠 달라질 수 있다? 아니, 벌써 달라졌다. 유람선 위에서 혹은 야외의 정원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와인이 최근 새로운 타이틀로 떠올라서다.

종전까지 와인 런칭의 대표적인 장소라면 특급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오래 반복되다 보면 조금은 ‘천편일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오스트리아 와인은 한강 유람선을, 또 조르쥐 뒤뵈프는 가든 정원을 와인 런칭의 새로운 ‘코드’로 택했다.

반응은 예상처럼 ‘폭발적’이다. 유람선 위에서 와인 잔을 들이키는 이들은 흥겨워했고 가든 정원에서 자기 와인을 소개하는 와이너리 오너는 정작 본인이 더 즐거워했다.

“한국에 여러 번 와봤지만 야외 가든에서 와인을 소개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처음이네요.” 조르쥐 뒤뵈프 와이너리의 오너 아들인 프랭크 뒤뵈프는 햇볕이 연신 얼굴을 내리 쬐는데도 결코 피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와인이 최근 유람선에서 가진 와인 행사의 정식 명칭은 “한강 선상에서 하이든의 선율 따라 흐르는 오스트리아 와인’. 무려 10여가지 브랜드의 오스트리아 와인들을 집합시켜 한 자리에서 소개하는 기회로 마련됐다. 거기에다 오스트리아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하이든의 음악과 푸드까지….

“여러분들은 이제 모두 ‘납치(?) 돼 있는 것입니다. 오로지 오스트리아 와인을 마시기 위한 자리인 것이죠.” 행사에 직접 참가, 전 시간을 함께 한 주한 오스트리아 빌헬름 돈코 대사도 “단순한 유람선 크루즈라기 보다는 ‘별빛과 함께 하는 와인 여행’이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오스트리아 와인은 아직 익숙한 편은 아니다. 물량 자체가 그리 많지도 않는데다 품질과 가격도 중저가대 이상이 주종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자체도 ‘스몰(Small) 와인 생산국가’로 분류된다. 물량으로만 따지면 전세계 와인 생산의 1% 미만. 생산된 와인의 75%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25% 비율만 수출을 차지한다. 전국의 포도밭을 다 합쳐도 5만 헥타르 정도. 돈코 대사도 “5년 전 한국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단지 ‘오스트리아 와인’이라고만 불렸는데 이제는 브랜드 이름들도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와인을 알리기 위한 자리에는 두 명의 오스트리아 ‘와인 거물’도 함께 했다. 비닝거 와인의 오너 겸 경영자인 프릿츠 비닝거와 오스트리아 프리미엄 에스테이트의 안드레아스 빅호프. 프리미엄 에스테이트는 자틀러호프, 슈넬만, 하인리히 등 오스트리아 주요 메이저 와이너리들의 해외 마케팅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대사까지 직접 나서 알리기에 나선 오스트리아 와인은 품종 등 여러 방면에서 색다른 특징들을 보여준다. 특히 품종은 낯선 종류들이 적지 않다.

비닝어 와이너리가 선보인 그뤼너 벨트리너 헤렌홀츠는 벨트리너 품종으로 만든 와인. 오스트리아에서만 나온다는 포도 품종으로 오스트리아의 리즐링으로도 불린다.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 생산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이국적인 과일 아로마, 미네랄과 스파이시 향이 코끝에 전달되고 입속에서는 경쾌한 산도와 구조감을 완성한다는 것이 벨트리너 와인의 미각 평가.

또 자틀러호프 와인은 독특하게도 코르크나 스크류가 아닌 유리 마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부르고뉴와 비슷한 컨셉트를 세우며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방법을 병행하는 쉘만은 무척이나 현대적인 라벨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오스트리아에서도 훌륭한 레드 와인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잘 알려진 부르겐란트 지역 골스 마을에서 온 하인리히 와인은 쯔바이겔트, 블라우프랜키쉬, 생 로렝 등 오스트리아 토착 포도 품종만의 고유한 맛을 자랑한다.

행사를 기획한 수미르의 김미경 대표는 “와인에 푸드, 그리고 문화 & 라이프스타일까지 접목시켜 같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구상했다”며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오스트리아 와인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르쥐 뒤뵈프가 가든에서 자신들의 와인을 소개한 이유 중 하나는 새롭게 런칭한 ‘로제 와인’과도 무관하지 않다. 푸르른 잔디밭과 로제 와인의 핑크 빛 컬러가 잘 매치를 이루기 때문. 국내에 선보이는 로제는 로제 끌라땅뜨와 로제 엑셀런스 등으로 모두 조르쥐 뒤뵈프의 로제 와인 시리즈 중 대표 격이다.

프랑스 보졸레의 유명 와이너리로 이름 높은 조르쥐 뒤뵈프가 로제 와인에 쏟는 정성은 특히 각별하다. 지난 해에만 무려 7가지의 로제 와인을 런칭시켰는데 모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

특히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 보다는 맛이나 구조감이 가벼운 것이 특징.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휴일 피크닉이나 야외 바비큐 파티 때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계절적으로도 화사함이 느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가 제격이라는 것.

“최근 로제 와인 붐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일고 있습니다. 로제 와인의 부상은 어찌 보면 와인의 민주화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새롭고 다른 와인 맛과 향, 컬러를 찾게 되면서 인기를 끄는 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프랭크 뒤뵈프는 “아직 한국에서는 로제 와인을 와인숍이나 마트에서 쉽게 찾아 보기 어렵지만 머잖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랑스에 와인 뮤지엄을 가지고 있는 조르쥐 뒤뵈프는 이를 확장 시켜 와인 테마파트로 꾸미고 있다고 최근 소식을 전했다. 지금 한창 꽃과 허브를 심고 있고 수년 내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여기자가 쓴 '와인 감성 에세이'
'와인 그리고 쉼'

와인을 오랜 기간 취재해 온 여기자가 '와인 감성에세이'를 펴냈다.

필자는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언론인(경향신문) 손현주. 제목은 '와인 그리고 쉼,', 국내 첫 와인 감성에세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책은 "와인은 그저 편한 개인의 기호이며, 일상의 휴식이고, 사람과 사람을 엮는 끈이면서, 어느 날 좀 더 알고 싶어져 공부를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문화"라고 들려준다. '때론 농부처럼, 때론 선비처럼' 와인을 편하고 즐겁게, 그러나 조금 알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필자의 철학 또한 행간마다 배어들어 있다.

필자는 특히 우아한 조명 아래 앉아서 마시는 특별한 와인 대신 일상 속에서 긴 호흡으로 마시고 즐기는 와인을 조망한다. 전체적으로 책의 주제라면 애호가로서의 예찬이며, 즐김의 미학!

필자는 와인 애호가로 10년. 하루 한 두잔, 혹은 한자리서 열 잔이 넘는 테이스팅까지, 시음 노트는 이미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마셔본 와인 수를 얘기하라면 단정 짓기 어렵지만 1000 가지는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곡차곡 오크통처럼 쌓아놓은 기억들을 뽑아내고 반추하는 일은 따뜻하고, 아프고, 저린 일"이라고 말하는 필자는 하지만 맛깔스러운 글과 수 백 장의 생동감 있는 사진으로 버무려진 선물 같은 책을 완성해냈다.

"와인이 엮어준 인연들은 내 삶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고,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낙낙하게 보내는 오후는 휴식이며 평화였습니다. 그러니 건강하고 아름다운 일탈이 아닌가요. 그래서 늘 토시처럼 붙이는, 제가 생각하는 와인은 '일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와인과 미식을 헤집는 문화탐험가를 자처하는 필자의 배낭 속에는 늘 와인 테이스팅 수첩과 카메라(올림푸스E3), 스크류가 들어 있다. 필자는 "그런 와인이 내 인생을 좀 더 감미롭게, 느리게 바꿔 놓은 것을 보면 귀띔하고 공유하는 일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책 쓴 동기를 밝힌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를 획득한 지니 조 리(40ㆍ홍콩거주)도 추천사를 더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