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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부부, 재정관리의 원칙이 필요해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



재혼 부부들에게 갈등을 야기하는 흔한 문제들 중의 하나가 가정 경제에 관한 것이다. 초혼 부부들도 재정관리에 대한 갈등을 겪을 수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연령이나 생활 경험이 비슷하고 결혼 후 자녀의 출산성장을 함께 겪기 때문에 부부의 입장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재혼 부부는 가정에 대한 귀속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다른 어려운 상황들 때문에 경제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른 이혼으로 이어지기 쉽다.

우선 재혼 가정의 수입과 지출은 그 내용 면에 있어서 초혼 가정에 비해 상당히 복잡한 경우가 많다. 부부가 맞벌이이거나 맞벌이가 아닌 여성이라도 이전 결혼에서 받아온 유산이나 위자료가 있을 수 있고 자녀의 친아버지에게 받는 양육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수입을 공동의 수입으로 포함할 것인지 개별 수입으로 처리할 것인지 부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인이 재혼하면서 양육비 지원이 중단되기도 한다. 반면에 남편의 한정된 수입은 재혼 가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 부인에 대한 위자료나 자녀 양육비로 계속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에는 재혼 부인이 그 지급 금액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남편과 전 부인의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이 자녀를 데리고 재혼한 여성은 시댁 식구들에게서 혹시 남편의 수입을 자기 자녀를 키우는데 써버리지는 않는지 의심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부인의 자녀가 남편의 자녀보다 비싼 과외를 받거나 공부를 더 잘하는 경우에는 부인이 적잖은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재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남편의 정확한 수입이나 재산을 모르고, 또 경제적으로 중요한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인들도 있다. 재혼 남편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유산 상속에 관련해서 시댁 식구들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함께 살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배우자의 사후에는 그 집을 떠나야만 하기도 한다.

근래 들어 늘고 있는 재혼여성/초혼남성의 결합 경우에는 부인의 수입이 더 많은데 아직 젊은 남편의 씀씀이가 헤퍼서 잦은 싸움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사회경험이 많고 알뜰한 부인이 조심스럽게 재정문제를 언급했는데도 남편의 태도 변화가 기대에 못 미치면 나중에는 ‘이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서 자신과 결혼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

반면 젊은 남편은 ‘친구들의 부인은 고분고분하던데 공연히 나이든 부인을 얻어서 어린애 취급 받는’ 것 같아서 자신이 잘못 결혼했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소비성향의 차이만으로 빚어지는 문제가 아니고 생활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재혼 가정에서의 재정관리 문제는 이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재혼 부부 역시 상호간의 신뢰와 헌신을 통하여 삶의 행복을 찾으려는 기대를 포기할 이유는 없으며, 가정 재정관리의 가장 큰 원칙은 부부가 각자의 수입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며 서로 만족할 범위 내에서 지출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혼이 초혼에 비해 결합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적어도 얼마간은 소위 ‘부부 별산제’를 인정하는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재혼 이전에 형성된 재산은 개별적으로 유지하며 재혼 후의 수입이나 각자의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개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면서, 공동의 경비에 대해서는 각자의 수입에 맞추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선이 아닌 차선책임을 서로 인정하여 함께 살아가면서 개별적인 부분은 줄이고 공동의 부분을 늘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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