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요법·운동·식이요법 등 병행하는게 노화방지 최선의 방법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화에 대한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치매, 암, 뇌졸중, 관절염 같은 각종 노화 관련 질병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깊게 패인 주름, 줄어든 활력 등 노화현상을 안고 살아가야 할 세월이 길어진 것도 큰 짐일 수 밖에 없다.

안 아프고, 생생하게 노년기를 보낼 수는 없을까. 노화방지의학의 발달은 그러한 욕망을 실현 가능케하고 있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는 게 노화방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노화의 원인을 제거해 주면 생물학적 나이를 얼마든지 뒤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데. 노화현상 만큼이나 광범위한 노화방지법. 최선의 방법은 뭘까.

호르몬치료로 나이보다 20년 젊게 산다

폐경을 맞은 지 3년째 되는 50대 여성. 배가 나오고, 주름이 부쩍 많아진데다 잔병 치레도 잦아지면서 걱정이다. 30대 같은 외모와 활력을 유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이처럼 나이 들어서도 젊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찾는 곳이 노화방지 클리닉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난 국내 노화방지 전문 클리닉은 주로 미국이나 프랑스, 스위스 등 90년대부터 노화방지 연구가 시작된 선진국의 프로그램을 들여와 시행하고 있다.

노화방지 전문 병원은 생체나이, 피부노화, 혈액검사, 체성분 분석, 생활습관 및 병력조사 등 다양한 검진을 실시해 각 개인에 필요한 처방을 내린다.

부유층 50~60대 남녀 환자들이 많이 찾는 서울 청담동의 한 유명 노화방지 클리닉.

이곳에 가면 질병유무, 증상, 생활습관에 관한 상담을 하고, 에이치 스캔이라는 생체나이 분석기에서 집중력이나 청력 등 12가지 검사를 통해 생체나이를 측정한다. 이밖에 안면영상 측정기에서 색소침착과 주름 등 피부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파악하고, 유전자 검사와 근력, 비만도, 영양상태, 혈관의 노화 정도를 알아보는 다양한 검사를 실시한다.

상담과 검사결과를 종합해 개인에 맞는 노화방지 처방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 병원을 비롯해 노화방지 전문병원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호르몬요법을 중심으로 항산화제 투여, 태반주사요법, 비타민제를 처방해 주고, 피부와 비만관리를 해주기도 한다.

이 병원의 원장 권용욱 박사는 "노화와 노화방지에 대한 연구에서 호르몬과 활성산소가 노화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호르몬 보충요법과 항산화제요법을 받으면 나이보다 10~20년은 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권 박사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성인은 동맥경화에 의한 심장질환의 사망률이 정상인보다 배가 되고, 복부지방 축적이 증가하며, 무기력증 등 정신건강장애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복부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탁월하고, 심장과 혈관이 좋아지며, 노화된 피부를 회복시키고, 면역력이 좋아진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성기능, 우울증, 관절염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현대판 불로장생의 묘약인 셈이다.

2003년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대학병원에서도 노화방지 센터가 생겨났다.

호르몬요법 등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 제공되는 처방 프로그램은 유사하나 운동이나 식습관 교정, 숙면 같은 생활습관을 좀더 강조하며 자세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일반 병원과의 차이점이라고 병원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대학병원이든, 개인병원이든, 노화방지 클리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호르몬요법과 항산화제 요법 등 노화방지 병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경우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한 가지 호르몬요법만 선택해 받아도 1개월에 100~150만원 정도가 든다.

그래서 젊어지기 위해 꼭 노화방지 병원에 가야하는가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또, 호르몬요법이나 태반요법 등이 노화를 막기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가의 돈을 지불해야만 젊게 살 수 있을까. 노화방지 병원의 몇 가지 치료법으로 광범위한 노화현상을 전부 막을 수 있을까.

마법의 약 없이도 노화방지 가능하다

미국 의사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가 펴낸 ‘내 몸 젊게 만들기’(김영사)는 마법의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 천할 수 있는 노화 예방법을 다루고 있다. 노화를 막는 습관을 선택하면 누구나 젊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 책의 골자다.

두 저자는 책에서 노화의 주요 원인을 14가지로 규정하고,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생활 실천법을 제시한다. 책에서 노화를 일으키는 주 원인 중 첫 번째로 지목한 것이 나쁜 유전자다.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노화속도가 훨씬 빠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화를 늦추는 일이 불가능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세포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좋은 생활습관으로 그 유전자의 영향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분씩 걷는 것이 암 세포의 성장속도를 줄이는 유전자를 발현하게 하고, 적색 포도주의 성분인 레스버라트롤(resveratrol)이 몸 속에서 일어나는 염증반응을 없애주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 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또, 단백질 효소인 텔로머라제(telomerase) 는 몸을 자동적으로 복원하고 세포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염색체의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몸속 DNA도 더 많이 손상된다. 그런데 텔로머라제의 양은 유전자의 속성에 달려 있지만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데, 연구결과에 의하면스 트레스가 많은 사람의 텔로미어는 스트레 스가 없는 사람에 비해 길이가 50% 가량 더 짧다. 텔로미어의 길이로 나이를 예측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생물 학적으로 9~17년 더 늙은 상태다. 따라서 스트레스만 잘 관리해줘도 나쁜 유전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젊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비만과 관련된 제2형 당뇨병은 과다하게 분비된 인슐린이 뇌에서 치매의 원인 물질인 배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촉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위험을 크게높 인다. 그러면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높은 치매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등푸른 생선이나 호두, 인지능력 감소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야채, 붉은 사과와 양파, 블루베리, 토마토 같이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거나 운동을 하면 치매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몸의 산화와 줄기세포의 쇠퇴, 면역력약화 등도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내몸 젊게 만들기’ 를 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밖에 책에는 피부노화의 주범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법이나 유연성과 평형감각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요가와 태극권등 운동을 통한 젊음유지 비결 등 폭넓은 노화 관련 질병과 그에 대해 스스로 시행할 수 있는 대처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호르몬요법 vs 생활습관 개선

물론 책에도 호르몬요법의 필요성과 효 과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러나 호르몬요 법은 집에서 혼자 시행할 수 없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검진을 받은 후 처방 받아야 한다. 특히, 노화에 따른 체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맞는 성장호르몬제 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노화방지 전문가들은 호르몬요법의 중 요성을 인정한다. 강남베스트클리닉의 이승남 박사 역시 노화방지치료를해보면, 호르몬의역할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는“ 폐경 여성들에게 여성호르몬을 보충 해 주는 것이 삶의 질 개선에 필요하다고 는느끼지만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처방이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 그러나 부작용 걱정이 거의 없는 성장호 르몬제의 경우, 그것이 부족한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처방해 주는 편”이라고 했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6개월 정도 시행해 주면, 환자는 건망증과 우울증이 개선되 고, 복부비만이 개선되며, 생생한 기운을 되찾는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노화의 원인이 워 낙 다양하고, 노화방지 이론도 초기 단계 로 확실하게 정립된 것이 없기 때문에 어 떤 프로그램이 노화를 막는 데 가장 이상 적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노화 방지 병원에서 제공하는 호르몬요법 등과 운동, 식이요법등을종합적으로실시하는 게현재로선최선의방법이라고덧붙였다. ‘내몸 젊게 만들기’의 역자이자 신건강 인센터를 운영하는 유태우 박사도 호르몬 치료등노화방지 클리닉에서 제공하는프 로그램이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데필 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호 르몬 부족은 원인이 아닌 결과”라며“ 호 르몬 부족은꼭호르몬제가 아니더라도스 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서도 회복이 가능하 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이어,“ 호르몬요 법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지만 스트레스 관리, 금연, 운동, 좋은 식습관을 스스로 실천하는것이훨씬효과적인노화방지법” 이라고 강조했다

노화방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젊음을 지켜주는 생활습관들



나이보다 10~20년 젊게 살다가 건강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은 어떤게 있을까. 노화방지 전문가들이 말하는 식습관과 운동요법 등을 정리해본다.

식습관 - 금연을 비롯해 과음과 과식을 피하고, 편식하지 않는다. 해조류와 생선을 일주일에 3회 이상 섭취해라. 또, 브로콜리, 마늘, 콩단백질식품, 올리브유, 과일과야채, 적포도주, 인삼, 녹차는 노화방지에 뛰어난 음식이다.

운동 -많이 걷고, 요가와 스트레칭등신체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준다.

스트레스 관리 -많이 웃고, 명상을 하고, 시간관리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이외에도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해라. 비만을 관리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