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피드백' 모니터 보며 주의력·기억력 등 관련 뇌파 활성화

1-연세휴클리닉 노규식 원장이 환자에게 뉴로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뇌파 훈련을 시키고 있다.
2-연세휴클리닉 노규식 원장
3-뇌 옆모습
4-뉴로피드백 장비

머리가 좋은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뇌의 부피가 크다거나 뇌에 주름이 많다는 얘기, 한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물론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속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뇌 과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뇌와 지능의 관계가 점차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

집중력이 약하고 주의가 산만한 사람은 집중력과 관련된 뇌의 부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이론도 그 중 하나다. 따라서 그 부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도록 약물치료 같은 물리적 방법을 동원하면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이 뇌를 이용해 학습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정신과 의원에서 붐처럼 일고 있다.

최근 강남의 정신과 의원들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제를 수험생들에게 집중력 향상용 약으로 처방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스로 뇌파 훈련 통해 학습력 증진

연세휴클리닉 노규식 원장은 "'메칠페니데이트 제제' 성분이 함유된 ADHD 치료제는 산만한 기질이 있은 학생이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 이 약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했을 경우, 불안감을 느끼거나 성장에 문제가 생기고, 돌연사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사 약의 효과를 보고 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대학진학 이후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평생 약을 복용할 수도 없는 일이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약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학습능력을 올린다는 발상에 노 원장이 반대하는 이유들이다. 그는 대신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을 제안한다.

뉴로피드백은 자기의 뇌파를 보면서 스스로 뇌파를 조절하는 일종의 '뇌 훈련법'이다.

뇌파란 뇌가 활동할 때 나오는 일종의 전기다. 예를 들면, 잠을 잘 땐 느린 뇌파가 나오고, 생각에 몰두할 땐 1분에 15~18Hz의 뇌파가, 불안 초조할 땐 1분에 20~40Hz의 뇌파가 나온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뇌파를 검사해 보면, 주의력 기능과 관련된 뇌 정수리 부위의 뇌파가 느린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뇌파 측정 기구를 학생의 정수리 부위에 부착시키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 뇌파를 관찰하게 합니다.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자신의 느린 뇌파를 보는 학생에게 전문의가 뇌파를 활성화 시키도록 유도하는 훈련을 시키지요. 물론 뇌파 조절은 본인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뇌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면, 뇌가 이 상태를 습득하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주의력과 관련된 영역 외에도 뇌는 언어력, 기억력, 통제력 등 고유의 기능과 관련된 20가지의 영역으로 나뉜다. 뇌파 측정기를 각 부위에 연결하면, 언어력, 사고력, 기억력, 시험불안,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학습훈련을 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 과목의 성적은 우수한데, 국어와 영어 과목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의 뇌파를 진단해보면, 주의력이나 언어적 사고와 관계된 뇌 부위의 뇌파가 활성화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뉴로피드백 시스템을 이용해 그 부위의 뇌파를 적합한 상태로 훈련시키면 국어와 영어 과목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는 게 노원장의 설명이다.

뉴로피드백 정확한 원인 파악 후 전문가에게 훈련 받아라

“특정 과목의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그 과목의 과외를 시키는 게 전통적인 학습법인데, 이런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면 누구나 뉴로피드백으로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부모와의 관계, 지나친 스트레스 같은 정서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기 때문이지요. 정서적 이유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뇌파훈련을 시킨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뉴로피드백을 시행하기 전에, 먼저 학습부진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학생이 찾아오면, 우선 사고력과 시각적 기억력, 언어력, 행동 통제능력과 같은 학습능력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상담을 통해 학습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심리적 요인이 없는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뇌파 측정기로 뇌 부위의 기능을 평가한 뒤 치료 대상과 방법을 선택한다.

요즘 집이나 학원 등에서 뇌파측정 기기를 사다놓고, 뇌파 훈련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노 원장은 "아무나 뇌파측정 기계를 구입해서 뇌 훈련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뉴로피드백은 정확한 원인 파악 후 실시해야 하며, 훈련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뉴로피드백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현재 미 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에서 대규모 임상실험 데이터를 토대로 뉴로피드백의 적절성을 심사 중이다. 만약, 심사 결과, 뉴로피드백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뇌 훈련이 학습력 향상 법으로 더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