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부모는 자녀가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학교에 보내서 좋은 직장을 얻도록 하고 경제적 도움까지도 주려고 한다. 그리고 할 수만 있으면 자신의 자녀에게 좋은 짝을 구해주고자 한다.

그런데 기혼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만족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부부의 학력, 건강, 경제력과 같은 요인들보다는 부부간의 성격적 조화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녀의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이런 점에 대한 가정교육에 힘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결혼생활에 가장 문제가 되는 배우자의 성격적 특성은 가정에 대한 무책임함과 자신만 아는 태도인데, 이런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지 못하므로 비교적 일찍 눈에 띠여 그만큼 조기에 기피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편이다.

상담실에서의 경험으로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과 양성평등의 분위기에서 자란 부인이 만성적인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상담을 의뢰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남편들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는 점에서는 칭찬을 받을 만하지만, 자기 아내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아내가 시부모나 시가의 행사에 무조건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것을 며느리로서 무책임하다고 본다. 반면에 친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자란 부인은 남편의 일방적인 태도를 참아 넘기지 못해 불화로 이어진다. 물론 가부장적인 남편들의 태도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자유화 및 개방화되어 가는 추세에서 보면 아무래도 전근대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남편상으로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가 양성평등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가 서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감을 표현하는 것과 상대의 수고에 대한 칭찬이다. 자신이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평가 위주의 태도에서 벗어나 배우자가 자신과 다른 의견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른 대화의 첫걸음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겸양을 강조하는 유교적 특성 때문인지 칭찬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비난보다는 칭찬이 훨씬 효과적이며, 실제로 누구나 칭찬 받을 만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더 나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칭찬을 아끼다가 칭찬할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너무 많다.

칭찬을 듣고 자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칭찬할 줄 안다는 점에서 보면 이런 교육은 부모 자신들이 몸소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부모간에 대화가 풍부하고 서로 인정하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자녀들이 정서적 안정성이 높고 결혼 후에도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의 결혼만족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는 남편의 가사 참여로 나타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남편의 가사분담에 대한 아내의 지각이 중요한데, 이는 남편이 실제로 얼마나 가사를 분담하는가 와는 다르게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얼마나 도와주려고 하는지에 대한 아내의 주관적 평가가 중요하다.

즉 남편이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면서 얼마나 자발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아내의 인식이 가정의 평화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는 가사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 남편이라도 아내와 정서적 친밀도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고로도 아내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아내의 만족은 남편이 아내에게 더 많은 감사와 애정으로 보답할 수 있게 한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이 반면교사가 되어 자녀가 자신의 배우자에게 헌신하게 될 수도 있지만, 부모들로서는 자신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본보기로 해서 자녀가 더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 원장 sooryong@medi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