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모든 부모가 자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애를 쓰지만 그 중에서 소홀하거나 자신 없어 하는 것이 이성 교제나 성 교육에 관한 것이다.

다행히 요즘의 부모들은 성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자녀가 어렸을 때에는 직접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그나마도 청소년기 이후의 자녀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려워한다. 이는 부모 자신이 이러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고 또 부모와 자녀의 세대간 성 문화의 차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에게는 남녀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지, 그리고 주위 어른들의 성 추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어린 자녀가 부모의 성 행위를 목격하고 놀란 경우에는 그것이 부부간에는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설명을 해주면 된다.

또 청소년기의 자녀에게는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에 대해서 알려주고 또 이성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성적으로 충분히 성장한 청년기의 자녀에게는 어떤 내용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인지 부모 스스로 당황하게 된다. 자녀의 컴퓨터에 저장된 음란물을 지워버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녀가 자위 행위를 하는 것 같은데 과연 계속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또 외국에서처럼 피임 교육을 시키는 것이 성 행위를 해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지, 벌써 이성 친구를 사귀고 있는 것 같은데 덜컥 임신이라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 자녀의 귀가가 늦어지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확실히 요즘의 자녀들은 부모들이 자라던 시대와 달리 성 역할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고, 과거처럼 단순한 순결 논리에 쉽사리 수긍하지 않는다. 부모들 눈에는 요새의 많은 청춘 남녀들이 너무 쉽게 만났다가 헤어지고 성적으로도 문란하게 보인다.

그래서 자녀들이 세태에 물들지 않도록 걱정한 나머지 자녀의 이성교제를 아예 막아버리는 경우가 아직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성적 금기가 약해지고 음란매체에 노출되기 쉬운 오늘날이 오히려 과거보다 자녀들을 위한 가정에서의 건전한 성 문화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자녀가 건전한 성적 태도를 가지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 자신이 성적 편견에 빠지지 않으며 바람직한 성 태도를 가지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 쾌락을 자극하는 유흥이나 오락을 통하지 않고도 가족끼리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부부로 살면서 더러 불만을 갖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성실한 태도와 적절한 애정표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자녀가 보고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는 딸의 늦은 귀가에 대해서 불필요한 의심을 하게 될 것이며, 남편과의 성적 불화를 겪는 부인은 아들의 자위 행위에 대해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기 어려울 것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가정의 자녀는 결혼 후에도 배우자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버리지 못해 부부 갈등이 대물림 되기 쉽다.

또한 청년기의 자녀는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부모는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시키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는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부모 자신이 경험한 여러 경우들을 이야기하고 자녀의 경험이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염려하는 이성교제나 혼전 임신, 동거 또는 동성애 등을 주제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만약 자녀가 경험 부족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점에 대해서만 간단히 지적해서 좀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대화의 시간은 어쩌다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생일 같은 가족 모임에서 반복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부모와 자녀는 서로의 사고방식이 변화하는 과정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가정 고유의 문화를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