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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불화를 자녀에게 알리는 방법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



부모가 화목한 관계의 모범을 보여야 자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쉽다는 것도 잘 알고 부모들 자신을 위해서도 그러고 싶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불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에게 부부상담을 받아보도록 권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차라리 부모의 이혼을 권하거나 자신은 결혼하지 않고 살겠다며 결혼 준비를 거부하고, 더러는 일찍 집을 떠나는 것으로 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부모 두 사람이 모두 화해를 원하더라도 자신들만의 노력으로는 잘 안 되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부부가 마지막 수단으로 외부의 도움을 찾는데, 이런 시도는 벼랑 끝에서 매달린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일 때 효과가 더 크다. 그리고 가정의 행복을 회복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은 개선을 원하나 다른 사람은 문제를 인정하지 않거나 문제해결에 무관심한 가정에서는 자녀가 부모 중에서 한 편에 지나치게 가깝거나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라나기 쉽다. 이런 가정의 자녀는 부모에 대한 소위 ‘충성심 갈등’ 때문에 명확한 의사표현을 꺼리거나 자신감 부족으로 학업이나 이성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녀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려면 책임감 있는 부모만이라도 객관적 입장에서 자녀에게 부모 각각의 잘못한 것과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래도 부모 모두 자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실패를 자녀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 등을 알려주어야 한다.

불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자녀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이 부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 이 때는 불화의 원인이나 배우자의 문제점을 자세히 말하는 것보다는 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흔히들 하는 것처럼 자녀에게 상대의 험담을 하거나 자신의 결혼 자체를 후회하는 말을 하는 것은 그 자녀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 ‘너희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며 살았다’는 투로 말을 하면 자녀들은 부모에게 짐이 되었다는 점에서 자신이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자책에 빠지기 쉽다.

어떤 부모는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앞날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도 하는데, 이런 태도는 아직 부모의 보호와 지도를 받아야 할 자녀가 오히려 가정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라서 자녀의 성장에 아주 해롭다. 또 이런 자녀는 부모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기 쉽다.

상황이 악화되어 별거나 이혼이 불가피하게 된 때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자녀에게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간혹 가정폭력을 피하여 급하게 피신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부모의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화를 통해서 부모의 결혼생활에 대한 자녀의 의견을 듣고 자녀가 지적하는 것 중에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여 자녀가 상황을 분명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녀의 충격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자녀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도록 한다.

무엇보다 자녀를 위해서는 부모들 모두 최선을 다 할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지나치게 미안해하거나 죄책감 때문에 쩔쩔 매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들이 부모의 책임을 다하려고 애를 썼지만 어쩔 수 없어서 현재의 선택을 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상황이 달라지면 또 다른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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