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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자녀와 적당한 거리 두기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자녀의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하여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부모와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젊은 부부들의 사례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부부들은 그만큼 더 잘 살겠다는 각오를 하지만, 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녀의 배우자 선택에서 아무래도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부모의 의견이 옳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모의 환영을 받지 못한 젊은 부부들로서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여 오히려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편 환영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부모의 반대가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전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씨앗으로 작용하여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지게 된다.

만약 자녀의 배우자 선택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라면 그 자녀를 다시 보지 않을 각오까지 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부모들로서는 자녀의 배우자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적당한 정도까지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자녀의 배우자가 부모의 마음에 드는 경우라도 새 식구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과도한 요구나 실망으로 나타나서 신혼 가정에 갈등을 가져오게 한다. 예를 들어 분가한 자녀를 보고 싶거나 새 식구를 환영하기 위해서 너무 자주 만나는 것은 자녀 부부의 독립적인 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또 시부모의 경우 자녀와 며느리를 차별하는 것도 문제지만, 며느리를 자녀와 똑같이 여겨 너무 편하게 대하는 것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 살림에 서툰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도움은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많고, 자녀 부부의 계획을 무시한 출산 요구나 직업 활동에 대한 개입도 역시 부부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저 지켜보는 것이 좋다. 이런 심리적, 경제적 및 지리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것이 되고 만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는 혼수 등에 관한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어 파혼으로 이어지거나, 결혼을 하게 된다 해도 그 과정의 경제적 무리나 억울한 마음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반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가 과도한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도 배우자 측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못해 불화의 원인이 된다.

반면 부모의 경제적 도움으로 결혼 초기의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 자녀 부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얻어지는 상호신뢰의 기회를 가질 수 없어 이후의 작은 위기에도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충분히 독립하지 못하여 문제가 만성화되기 쉽다.

맞벌이 자녀 부부를 돕기 위해서 손자 손녀를 맡아 키워주는 부모가 뜻밖에 자녀 부부의 원망을 듣는 수가 있다. 자발적으로 손자를 맡겠다고 한 경우라도 막상 어린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에 수반되는 불편함이 적지 않으며 또 단기간에 끝나지도 않아 나이 든 부모는 많은 곤란을 겪게 되는데, 젊은 부부는 그런 부모의 고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젊은 부모와 조부모의 양육태도는 일치하기 어려우므로 세대간의 갈등이 쌓이다 보면 부부의 불화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양육 기간이나 방법 및 비용 등에 대한 계약을 분명히 하여 서로가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보면 부모가 자녀의 결혼이 잘 되게 돕는 방법은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거리의 유지에 있는데, 장성하여 결혼한 자녀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것보다는 자녀가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더 큰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sooryong@medi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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