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자락 해발 4000m급고도에 펼쳐지는 비경 장관

1) 리틀 티벳으로 불리는 라닥 지방의 중심 도시 레의 시내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 2) 레 공항의 활주로. 바로 옆으로 돌산들이 감싸고 있다. 3) 레의 틱세 곰파 주변의 전통 건물들. 4) 레에서 가장 큰 곰파인 헤미스 사원. 직사각형 구조에 역시 돌산에 둘러싸여 있다. 5) 스톡 왕궁에 진열된 레 왕조의 장신구와 주전자. 6) 인더스와 잔스카르 하천이 만나는 합류점. 한 쪽은 물이 초록색이고 다른 한쪽은 회색 빛인 장면이 인상적이다.
1) 리틀 티벳으로 불리는 라닥 지방의 중심 도시 레의 시내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
2) 레에서 가장 큰 곰파인 헤미스 사원. 직사각형 구조에 역시 돌산에 둘러싸여 있다.
3) 레 공항의 활주로. 바로 옆으로 돌산들이 감싸고 있다.
4) 레의 틱세 곰파 주변의 전통 건물들.
5) 인더스와 잔스카르 하천이 만나는 합류점. 한 쪽은 물이 초록색이고 다른 한쪽은 회색 빛인 장면이 인상적이다.
6) 스톡 왕궁에 진열된 레 왕조의 장신구와 주전자.


북인도 히말라야 자락 산등성을 가로질러 달리는 해발 4000m 이상의 '스카이웨이'. '하늘 위의 도로'라 불릴 만큼 높은 고도와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이 루트는 '어드벤처 로드(Adventure Road)'로도 불린다.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그간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도, 개방되지도 않았고, 말 그대로 워낙 모험적인 성격이 강한 여행 코스라서다.

하지만 2009년 여름 한국에서 북인도 스카이웨이로 가는 길이 본격 뚫렸다. 그간 모험 여행가나 배낭여행자들에게 간간이 출입을 허용하던 이 도로가 일반 패키지 관광객들에게도 문을 적극 열고 나섰기 때문. 최근 인도관광청과 인도 최대의 항공사인 9W(제트 에어웨이즈), 인도 국내 랜드사 토마스쿡 인디아(TCI)는 히말라야 스카이웨이를 새로운 북인도 여행 루트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역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인도 대륙의 최북단. 그 중에서도 상투처럼 삐죽 솟은 가장 위쪽에 자리한 도시 '레(Leh)'에서 북인도 투어는 출발한다. 보통 델리에서 버스나 기차로 향하는데 최근 인도 국내 최대 네크워크 노선을 갖춘 9W의 항공편을 활용한 상품이 개발돼 여행 일정에 가속도를 얻고 있다. 일단 육로보다는 여행 기간 단축에 크게 유리한 조건.

보통 인도 관광 하면 고정관념처럼 박힌 인상은 타지마할, 고성 등 역사 유적과 석굴 같은 불교와 힌두 성지, 그리고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 하지만 파키스탄, 중국 티벳 국경과 접한 북인도 투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델리에서 몸을 실은 비행기가 레에 가까워질 무렵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부터 그 차이를 예고해 준다. 끝없이 펼쳐진 듯한 설산의 행렬. 길다랗게 사방으로 이어진 높디높은 산맥을 여전히 새하얀 눈이 덮고 있다. 조금 전까지의 인도와는 전혀 다른 풍광.

'Cold Desert(추운 사막)'으로 불리는 도시 '레'

비행기가 레 공항에 착륙한 후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새로운 세상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방을 가깝게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는 나무가 하나도 없다. 풀 한포기조차도 보이지 않는 이 곳은 그래서 '콜드 데저트'로 불린다.

날씨도 사막처럼 한낮 햇살이 비교적 뜨겁게 와 닿는다. 하지만 워낙 건조하고 간간이 선선한 바람도 불어와 푹푹 찌는 무더위와는 전혀 딴판. 밤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 꽤 추워지는 것도 사막 기후 그대로다. 어쨌든 일단 위도상으로 북쪽이어서 덜 덥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레 어디를 가든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은 비슷하다. 황량하다 할 정도로 메마른 땅과 돌산들. 그 너머 조금 높이 솟아 있는 산들은 그나마 정상 부근을 눈이 덮고 있고 그 위로는 오로지 푸른 하늘 지붕뿐. 간간이 평지에 조금씩 보이는 초지와 나무, 조그만 밭들만이 이 곳이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이 곳에 사는 사람도 '결코' 많지 않다. 최대 중심 도시인 레가 속한 여기 '라닥' 지역 면적은 9만8000㎢. 그런데 대한민국만한 땅덩어리에 겨우 15만 명만이 살고 있다. 중국 티벳의 접경 지대에 자리한 라닥은 그래서 '리틀 티벳'으로도 불린다. 해발 고도, 자연 환경, 사람들, 종교와 풍속 모두 비슷하다.

레를 찾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찾아 보는 것은 '곰파'라 불리는 사원. 티벳 불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곰파인 헤미스 사원은 불교 조각이나 장식이 풍부한데다 250여명의 현역 스님들이 늘상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직사각형 구조로 가운데 안마당에서 스님들이 의식을 치르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야트막한 산등성을 마치 레고의 벽돌집처럼 채우고 있는 틱세 곰파는 외관부터 무척 인상적이다. 한때 군사기지였다는 이 곳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 또한 장관.

과거 이 지역을 기반으로 영화를 누렸을 왕궁의 흔적을 찾아 보는 것도 필수 코스. 과거 라닥 왕조의 여름 궁전으로 쓰였다는 쉐이 팰리스는 바로 밑에 자리한 호수의 풍광을 자랑한다. 물이 귀한 지역에서 호수를 낀 천혜의 왕궁터였겠지만 지금 호수물은 그리 많지 않다.

스톡 왕궁을 찾으면 왕조의 복장이나 왕궁에서 쓰였던 집기, 왕족들의 장신구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인구가 적고 물자가 귀한 척박한 곳이라선지 흔히 왕조나 왕궁이 풍기는 화려함이나 위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문제 한 가지. 이 곳은 해발 3000m 이상으로 고도가 높아 비교적 산소가 희박한 지역이다. 때문에 겪는 고통은 바로 저산소로 인한 고산증세다. 산악인들이 가끔 겪는 고산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숨쉬는 느낌이 한국에서와는 많이 다르다.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쉽게 숨이 차는 증상들이 몇몇 여행자들이 호소하는 고통.

가끔은 '왜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나'라고 투덜대 보지만 한 밤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 별자리들과 마주치면 이내 불평이 가신다. 꼭 고도가 높아서일까? 북두칠성을 비롯한 수많은 별자리들이 바로 머리 위로 떠 있는 듯하다. 흔히 공기 맑은 시골 하늘에서 보는 별자리와는 사뭇 다른 감동을 던져 준다. 티벳을 다녀본 중장년층 여행자들에게 특히 북인도 여행이 관심을 끌 만한 이유 중 하나다.

천상의 도로, 1박2일 400km의 질주

7) 하천 주변으로 산에도 나무가 무성한 카르길 주변 도로는 푸르르다. 8) 카르길에서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북인도 스카이웨이의 절벽길 옆 도로를 차들이 달리고 있다. 9)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도로는 초여름에도 눈이 쌓인 모습이 얼룩말 무늬 같다. 10) 천길 낭떠러지 바로 옆을 달리는 아슬아슬한 산길.
7) 하천 주변으로 산에도 나무가 무성한 카르길 주변 도로는 푸르르다.
8) 카르길에서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북인도 스카이웨이의 절벽길 옆 도로를 차들이 달리고 있다.
9) 스리나가르로 향하는 도로는 초여름에도 눈이 쌓인 모습이 얼룩말 무늬 같다.
10) 천길 낭떠러지 바로 옆을 달리는 아슬아슬한 산길.


라닥의 중심 도시 레에서 출발하는 스카이웨이는 '아주 작은' 시골 도시 카르길을 거쳐 스리나가르까지 장장 400km로 이어진다. 히말라야 산맥의 자락을 따라 연결된 도로는 산을 타고 계곡을 오르내린다. 고도는 해발 3000m는 기본, 4000m를 넘어서 5000m 가까이로도 올라 간다..

국내에서 400km라면 반나절이면 달릴 거리.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다르다. 구불구불한 도로 구간에다 아주 좁디 좁은 길 폭, 그리고 그 밑으로 펼쳐지는 깊은 낭떠러지 계곡,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위험한' 드라이브가 펼쳐진다. 심한 곳은 조금이라도 '아차'하면 끔찍하리만큼 '천길 낭떠러지'라는 표현 그대로다.

하지만 도로에 대한 공포는 금세 잊혀지고 만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절경과 비경들이 이내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불안에 맘을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풍광으로 향하는 시선을 놓칠세라 한 순간도 맘을 놓지 못하게 될 정도다.

히말라야 스카이웨이를 따라 펼쳐지는 절경은 한 편의 파노라마 그대로다. 온갖 기후와 날씨, 풍경까지 시간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고도가 달라지면서 각양각색의 모습을 선사한다. 주로 군사용으로나 지역 간 교역의 통로로 상징되던 이 도로는 최근 민간에도 적극 개방되고 확장 공사도 벌어지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레에서 카르길까지 계속되는 첫 날의 드라이브는 건조한 산악 사막 지대로 표현된다. 사방이 온통 메말라 있는 듯한 자연 경관은 후끈하기만 한 마치 태양이 예술가의 손길이라도 된 듯 '건조된' 조각품들처럼만 보인다.

그렇게 하루 200km를 꼬박 달리고 도착하는 곳 카르길은 하룻밤을 새는 중간기착지 역할을 한다. 관광객이 드물 수 밖에 없는 이 곳에선 외국인을 보고 낯설어하는 주민들의 자연스런 표정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카르길에서 또 하루를 더 달려야만 하는 스카이웨이 2라운드는 스리나가르로 향한다. 이 구간 역시 전날 도로처럼 산등성과 계곡을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건 마찬가지. 그러나 전날과는 전혀 다른 풍광이 연출된다.

무엇보다 계곡이 많고 수량이 풍부하다. 고도를 높일수록 산등성마다 초여름인데도 여전히 쌓여 있는 눈은 마치 얼룩말 자국 같이 보인다. 도로를 달리면서 옆에 쌓인 눈덩이를 잡아채는 것도 재미. 많은 이들은 스위스 알프스에 와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가히 인도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 하다.

우리에게 담요 이름으로도 익숙한 카슈미르 지방의 대표도시인 스리나가르에 가까워오면 산은 더 깊어진다. 도로 바로 옆의 절벽은 밑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낭떠러지 그대로다. 하지만 침엽수처럼 가파르게 솟아있는 산세와 푸른 초목들, 새하얀 눈이 어우러진 경치는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한다. 인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료 문의 인도관광청 (02)2265-2235, 9W(제트 에어웨이즈) (02)317-8888



글·사진 인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