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천리포 수목원미군 장교가 일군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 일반 개방으로 베일 벗어

1-천리포 해수욕장
2-연못이 있는 풍경
3-수목원 산책

올 봄 안면도에서 열린 세계꽃박람회 개장과 함께 천리포 수목원이 함께 문을 열었다. 처음 천리포 수목원이 만들어진 해는 1979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30년 전에 세워진 수목원이지만 그동안 비밀정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식물 관련 전문가나 후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었다.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니라 나무를 위한 숲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고(故) 민병갈 수목원장(미국명: 칼 밀러)의 뜻이었고 ‘식물 보전을 위한 제한적 입장’이 지금의 수목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수목원을 일군 민병갈 원장은 1945년 미군 장교로 한국에 처음 왔다가 제대 후 한국이 좋다며 눌러앉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귀화해 결혼도 하지 않고 수목원을 일구는 데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그가 천리포에 수목원을 만든 계기는 그 곳 땅 6000평을 구입하면서부터.

한국은행에서 투자자문으로 일하던 1962년, 휴가차 들른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노인이 딸 혼수 비용 마련을 위해 땅을 사달라는 요청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이 부근에 민원장의 땅은 점차 늘어갔고 1970년부터 수목원의 토대가 되는 나무심기도 시작됐다.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시작된 천리포수목원은 전체 넓이가 61만 7000여㎡나 되고 7개 구역으로 나뉜 수목원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올 봄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본원 66000㎡ 정도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은 미국 등 60여 개국으로부터 수집한 총 15000종으로 각 지역의 토질·기후, 기존 식생 등 다양한 자연환경에 따라 종류별로 적절히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0여 종의 목련과 호랑가시나무를 보전해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았는데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 세계에선 12번째다.

바닷가에 있어 더 특별한 느낌이 드는 천리포수목원의 입구는 소박하다. 주차장 한곳에 자리 잡은 작은 매표소를 지나면 건조한 진입로를 따라 화사한 꽃밭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선을 조금 멀리하면 천리포 앞바다가 풀밭 너머로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일반 관람객에게도 문을 열면서 수목원은 A-B-C로 구분해 놓은 탐방코스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1시간 30분 남짓이면 이곳저곳 둘러볼 수 있어 관람객들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발길 닿는 대로 관람해도 된다. 천리포수목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자연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구경하는 동선도 자연스럽게, 마음가는대로 잡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천리포수목원은 봄꽃이 만발할 때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목련꽃에서 시작해 대표적인 봄 식물인 수선화, 영춘화, 크로커스, 앵초 등으로 이어지는 꽃 잔치가 벌어지면 화려한 봄꽃 세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여름의 수목원도 봄 못지않게 아름답고 시원하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연못이 2개 있다. 여름 연못에는 희고 탐스런 꽃을 피우고 있는 수련이 가득하고 연못가에는 바닥에서 숨을 쉴수가 없어 위로 튕겨져 나온 낙우송(落羽松) 뿌리가 인상적이다. 수양버드나무 가지는 바닷바람에 능청능청 살랑거린다.

천리포수목원의 매력은 '바다'와의 만남이다. 여름날 수목원을 찾아가면 노루오줌이나 니포피아가 한창이고 후박나무가 시원한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무엇보다 숲 속에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어 특별하다. 수목원에는 전통 한옥 등 7채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그 가운데 소사나무집과 해송집 사이에 있는 전망대에 서 보자.

천리포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가 눈부시게 달려오고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도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솔숲에 둘러싸인 포구와 통통배가 닻을 내리고 있는 풍경은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나는 보너스다.

천리포 수목원 일반정보



지난 봄 부터 일반인들에게도 문을 연 천리포수목원의 개방시간은 오전 9시~오후6시(4~10월)다. 입장료는 어른 7000원, 어린이 3000원.(주말에는 1000원씩 추가)

자세한 문의는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041-672-9982~3, www.chollipo.org )에하면 된다. 수목원 안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7동이 있는데 여름성수기에는 선착순 예약을 받고 있다.(예약전화 041 - 672 - 9985)





글, 사진 정보상(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