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이너리 칠레서 생산한 와인프랑스 와인 맞먹는 품질 자랑

칠레 와인은 칠레에서 만들어진다. 스페인 와인도 스페인 사람들이 담근다. 그럼 스페인 사람이 칠레에서 와인을 담근다면, 그건 칠레 와인? 아니면 스페인 와인?

‘또레스’(Torres) 와인은 그런 질문을 던져 준다. 스페인 최대 규모의 아주 유명한 와이너리가 칠레에 진출해 생산한 와인이라서다.

“아마 칠레 공항에서 내린 후 아무에게나 ‘또레스’ 하면 ‘아! 와인’하며 모두 좋아할 걸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또레스 와이너리 실무진 중 가장 높은 사람이 한국을 찾아왔다. 크리스티안 로스홀츠 제너럴 매니저. 생산에서 판매, 관리까지 한마디로 ‘와인 업무’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총지휘자다.

그는 “또레스는 스페인에서보다 칠레에서 더 유명하다”고 설명한다.

적잖이 이름이 익숙한 또레스는 사실 까딸로니아 지방에 1500헥타르의 자체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스페인 최대 규모의 와이너리로 꼽힌다. 수출국가만 무려 130여개국.

또레스 가문의 5대손인 미구엘 또레스가 스페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칠레에 진출한 것은 1979년. 그는 칠레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센트럴 밸리에 100헥타르의 땅을 사들여 유럽과 남미를 놀라게 했다. 당시 외국인 회사로는 최초의 칠레 와인 도전이다.

또레스가 칠레에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크게 2가지. 우선 칠레는 한때 전유럽의 포도나무를 ‘괴사’ 상태로까지 몰고 갔던 기생충 ‘필록세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었기 때문. 필록세라 예방을 위해 특별히 뿌리줄기를 접목하는 일 없이도 병충해를 자연적으로 막아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여름에도 낮과 밤의 기온차가 20도를 넘나드는 칠레의 기후 조건도 매력 요소. 큰 일교차와 건조한 여름은 좋은 아로마를 만들어내고 화학 약품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인 좋은 품질의 와인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또레스는 스테인리스 탱크를 칠레에 처음 도입했다. 당시 오크통이나 시멘트 숙성으로 무겁고 구조감 강한 와인 맛에만 익숙했던 칠레인들에게 첫 반응은 ‘주스 같다’는 혹평. 그때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 많은 와이너리들은 또레스처럼 스테인리스를 사용한다.

“길다란 칠레 국토의 중심부 아래쪽으로 포도 나무를 심기로 결정한 것은 모험에 가까웠습니다. 날씨가 더 차가워지고 수확이 늦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구 온난화 덕분에라도 지금은 지속적이고도 특별한 와인 주산지가 돼 버렸습니다.”

칠레 대표 품종의 하나인 까리네나의 느낌을 잘 살린 꼬르디엘라와 1년에 단 6000케이스만 생산되는 한정판 와인 ‘만소 데 벨라스코’ 등이 그가 소개하는 대표 와인들. 특히 만소 데 벨라스코는 “프랑스산 그랑크뤼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마시는 느낌”이라는 극찬을 종종 받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그렇게 앞을 내다본 또레스의 도전은 결국 성공, 베스트 와이너리와 한 해 최고의 와인맨으로도 선정되는 등 인정을 받았다. 또레스가 ‘칠레 와인의 개척자’로도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