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증진·항암효과 등 남녀노소에 인기… 개인차·부작용 주의해야

홍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가장 애용하는 식품이다. 식품의약안전청(이하 식약청)이 2008년도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생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홍삼제품이 건기식 시장에서 생산액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홍삼제품은 이 시장에서 4년 연속 생산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홍삼제품 생산액은 건강식품 총생산액(8,031억원)의 절반이 넘는 52%(4,184억원)를 차지했고, 전년대비 27%나 증가했다.

이처럼 주춤할 줄 모르고 치솟는 홍삼의 인기비결에 대해 면역력 개선과 각종 질병 및 암 예방효과 등 탁월한 효능을 꼽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면역력 높이고, 피로·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홍삼은 인삼을 원재료로 사용해 말리지 않은 6년근 수삼을 증기로 여러 번 쪄서 말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삼의 주요 약리작용을 하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의 화학구조가 변하고, 조사포닌 함량이 달라져 본래 수삼에 없거나 함유량이 미미했던 성분이 새로 생겨나거나 커진다.

특히, 여러 번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인삼에 있던 열을 올리게 하는 성분이 줄어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복용해도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홍삼의 효능은 면역력 증진과 피로회복 기능이다.

홍삼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신체의 감염물질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등 면역기능을 향상시킨다. 면역력 향상으로 감기를 예방하고, 감기에 걸린 환자들도 그 증상이 감소됐다는 다양한 국내외 의료팀의 연구결과가 있다.

또, 홍삼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구 소련과 일본, 한국 등의 연구진이 운동선수에게 인삼을 먹게 하고 수행능력을 측정한 결과 인삼을 투여한 군에서는 투여하지 않은 군에 비해 근육통증, 현기증, 피로도가 저하되고, 피로도 지표인 혈액 중의 젖산농도도 낮아졌다.

이와 함께, 홍삼이 스트레스 저하와 심리안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현대인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홍삼은 기운보강과 신경안정에 사용돼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인삼의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주로 오장(五腸)의 기가 부족한 데 쓰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몸이 쇠약해지고 수척해진 것을 보(補)한다’고 적고 있다.

항암효과에서 조류독감 예방까지

그런데 이처럼 익히 알려진 효능만으로 홍삼의 치솟는 인기를 설명하긴 쉽지 않다.

한국인삼공사의 매출액은 98년 1181억 원에서 2008년 6200억원으로 10년 새 5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홍삼시장 전체를 보면, 2000년 1천700억원 규모에서 2007년 7천200억 원으로 매년 3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홍삼을 먹으면 면역력이 향상되고,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면서 누구나 복용해도 해가 없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회자되었는데, 왜 갑자기 그 수요가 늘어나는 걸까.

최근 들어 홍삼의 다양한 효능에 대한 연구가 대학병원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홍삼의 새로운 효능들이 속속 발표되며,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주목 받는 것은 항암효과다. 인삼 속에 들어 있는 사포닌이 암세포를 죽이고 암이 전이하는 작용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 암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실험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의대 외과 서성옥 교수는 최근 소화기계 암 환자들에게 항암제와 함께 인삼을 투여한 군과 투여하지 않은 군 사이의 면역활성을 비교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인삼복용 군에서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생체 내 여건이 좋아졌다.

홍삼이 퇴행성관절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자생한방병원은 인삼이 퇴행성관절염의 증상완화와 연골보호 및 연골재생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달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을 앓는 환자가 홍삼을 복용하면 혈당이 낮아지고, 인슐린 내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가 수 차례 나왔다. 이 밖에도 다양한 홍삼 연구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조류독감과 아토피 등 알레르기를 예방하고, 에이즈와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간을 치료하는데도 홍삼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진행됐다.

연세대 생화학과 주충노 교수는 홍삼이 혈중에 높은 콜레스테롤로 인해 발생하는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증에, 분당제생병원 소화기센터 함기백 교수는 위궤양 원인균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함 교수는 또 지난해 말,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홍삼을 꾸준히 섭취하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심한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홍삼의 기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기능을 향상시키고, 노화방지와 기억력향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팔방미인 홍삼은 마케팅의 산물?

그러나 홍삼이 ‘팔방미인 건강식품’으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견제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홍삼의 효능에 관한 각종 연구들이 마케팅에 활용될 목적으로 인삼제조업체가 후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효능·효과가 부풀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무분별한 과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박재우 교수는 “지난 96년 홍삼 전매제가 폐지되면서 홍삼 제조업체 및 홍삼관련 제품이 많이 생겨났고, 매출액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홍삼시장이 커진 시기와 맞물려 홍삼연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 탕액 편 등 전통 한의학 서적에 기록된 홍삼의 효능은 기운보강과 식욕증진, 갈증을 없애는 정도였고, 전매제 폐지 전인 96년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덧붙이며 최근 왕성해진 홍삼연구가 상술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실제 식약청에서 인정한 홍삼의 효능은 ‘면역력 증진’과 ‘피로회복’,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의 도움’ 세 가지뿐이다.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는 “마케팅 목적으로 진행된 연구라 해서 연구결과를 기업판로에 유리하도록 엉터리라 냈다고는 볼 수는 없다”면서도 효과나 효능에 대한 맹신과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홍삼 관련 연구들 중 임상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실험 수준에서 결과를 도출한 것도 많고, 임상규모도 크지 않아 효능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모 대학병원 내과 A교수는 “홍삼의 효과와 효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건강보조식품일 뿐, 치료제가 아니다. 암환자 등 일부 환자들이 치료제 대신 홍삼을 복용하거나 홍삼효과를 지나치게 믿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대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삼의 부작용 불감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홍삼은 누구나 먹어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식약청에 따르면, 홍삼 섭취로 두통, 불면, 가슴 두근거림, 혈압상승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배변이 불편하고 열이 많거나 염증 등으로 인한 고열이 있을 때는 홍삼을 피하는 게 좋다.

출혈 위험을 높이는 약물과 동시에 홍삼을 복용할 경우, 코피나 질 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항우울제나 카페인 함유 식품, 알코올 등과 병용하면 두통과 떨림, 불면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다는 정설과 달리, 장기간 복용해도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박재우 교수는 “누구나 홍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1~2달 복용해도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복용을 중단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