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00m·높이 5.4m·폭 8m 인공 동굴 속 10만 병 저장 가능

와인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땅을 파고 들어가는 곳, 꺄브(cave). 말 그대로 빌딩이나 건축물이 아닌 엄연한 '동굴'이다.

국내에 새로 동굴 하나가 생겨났다. 경기 곤지암리조트에 지난 4일 문을 연 '라그로타'. 와인을 위한 동굴이니 물론 꺄브다. 라그로타 또한 이탈리아어로 동굴을 뜻한다.

라그로타는 실질적으로 (일반을 위한) 국내 최초의 진정한 꺄브로 태어났다. 산 중턱 허리를 파고 들어가 (인공) 동굴을 만들었기 때문. 지난 해 말 경기 광주에 오픈한 나라와인셀러도 꺄브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세미 꺄브란 점에서 이에 미치지는 못한다. 동굴 개념을 준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적잖이 차이가 나는 편.


와인 동굴은 누가 만들었을까? 곤지암리조트의 주인인 LG그룹계열의 ㈜서브원이 주도했다. 와인 애호가로 이름난 구본무 회장과 LG 계열 트윈와인이 최근 사업을 본격화하며 와인 대중화에 애쓰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전에 LG가 갖고 있다는 꺄브는? 와인에 대해서 '좀 안다'는 이들이 던질 만한 질문이다. 엄밀히 말해 강촌리조트에 있다는 그건 구본무 회장의 개인 꺄브다. 와인에 대해 '잘 안다'는 이들은 이미 아는 사실. 때문에 곤지암의 꺄브는 일반인을 위한 진정한 국내 꺄브 1호다.

동굴, 아니 이 꺄브의 규모는 제법 크다. 길이만 100m, 높이 5.4m, 폭 8m로 'ㄷ'자 형태를 갖추고 있다. 와인 저장 규모 또한 무려 10만병. 강촌리조트에 있는 구본무 회장의 꺄브가 5만병 내외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2배다.

꺄브는 와인 저장공간인 셀러와 저장 창고격인 꺄브, 와인 레스토랑, 와인 시음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공간은 레스토랑. 이탈리아풍의 비교적 가벼운 메뉴들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트라토리아'를 지향한다. 트라토리아는 정식 중심의 레스토랑보다는 캐주얼 푸드 컨셉트의 다이닝 공간. 동굴 이미지가 그대로 살아 있는 인테리어로 총 72석을 갖추고 있다.

셀러와 실제 꺄브는 레스토랑을 통해서만 이어진다. 실내 안쪽으로 보이는 방 같은 공간이 셀러. 유리창을 끼고 있는 셀러는 특히 최고급 와인들만을 보관한다.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샤또 페트뤼스는 한 병에 495만원짜리인데 두 병이 나란히 눕혀져 있다. 서울의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 600만원 정도 하는 것보다는 싼 편.

페트뤼스 옆에 있는 다른 와인들도 모두 최고급 와인들이다. 이어지는 옆방은 규모가 제법 크다. 일반 회원들을 위한 셀러인데 2만병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구좌제로 운영되는데 회원 수는 2200여명으로 제한된다.


꺄브는 이 셀러 뒤에 자리잡고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어둡고 동굴 같은 느낌도 난다. 윤곽만 보여질 정도로 조명을 어둡게 해 놓았는데 이는 와인 보관 때문. 빛과 열이 와인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서다. 저장고 실내는 항상 12~15도의 온도와 70~80%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레스토랑 옆에는 시음장도 보인다. 길다란 테이블과 의자, 와인셀러 등이 와인에 대한 강의와 테이스팅을 위한 편의시설들로 활용된다.

혹시 동굴이라고 멀리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라그로타는 곤지암리조트의 스키하우스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겨울철 스키를 타기위해 사람들이 가정 먼저,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와인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에서다.

라그로타 꺄브는 바깥에서 보면 약간은 건축물처럼 보인다. 이는 입구 부분만 빌딩 모양으로 꾸며놓았기 때문. 하지만 안으로는 이름 그대로 동굴이다.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인 젠슬러(Genseler)의 기본 설계 위에 자연주의를 표방한 컨셉트로 지어졌다.

레스토랑 또한 동굴 분위기가 물씬하다. 둥그런 아치형의 천장이 그렇고 조금은 어두침침한 듯한 조명 또한 꺄브의 느낌 그대로. 서울 강남에서 40분 거리로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한민국 미식가들과 와인 애호가들의 순례지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 라그로타의 바람이다.





글 사진 곤지암=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