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본입 세트·명화 와인·흐토리 와인 등 다채로운 구성 선택의 폭 넓혀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기로 소문난 LG상사 대표이사 구본준 부회장은 요즘 비나 마이포(Vina Maipo) 칠레 와인에 흠뻑 빠져 있다.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것도, 주변 지인들에게 수시로 권유하는 것도 이 와인이다.

여의도 트윈타워 내 레스토랑들을 운영하는 아워홈의 직원들 역시 구본준 부회장을 마주칠 때면 아예 한발 앞서 비나 마이포를 준비하는 데 익숙하고 빌딩 내 와인숍 전시 코너에도 눈에 띄기 쉽도록 '잔뜩' 깔려 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선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구 부회장은 최근 친분 있는 정재계 인사들에게 비나 마이포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구 부회장으로부터 와인 선물을 건네받은 한 인사는 "맛을 보시고 와인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는 인사말이 적혀 있더라"고 전한다

추석 상품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와인 선물 세트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와인에 한복을 입히는 패션은 벌써 기본, 와인 병을 무려 6병까지 한 묶음으로 엮거나 고급 가죽 와인 가방, 럭셔리 액세서리와도 결합하는 등 와인 세트의 구성이 보다 다채로워지고 있다. 실속과 품격을 갖추면서도 올 해는 와인의 의미를 강조하는 선물 세트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눈길을 끈다.


트윈와인은 올 초 최초로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던 6본입 와인 세트와 와인 악세서리 및 고급 케이스로 구성된 1본입 세트로 눈길을 끈다. 6가지 다른 와인들을 함께 묶어 다양한 맛을 동시에 선사하면서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도 맞추기 위한 전략. '좀 고급스런' 와인 단 한 병에게만은 대신 화려한 가죽 치장을 더했다.

선물을 주고 받는 이들을 위해 가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도 새롭게 차별화한 트렌드로 주목할 만하다. 와인을 선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이 예산이기 때문에 기존 와인 생산국별 제품 카달로그 대신 과감하게 가격순으로 배치하는 것이 한 예. 고객들이 보다 손쉽게 선물을 택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음식과 매칭시킨 푸드 컨셉트의 와인 세트도 새롭게 눈길을 끈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 매달 진행하고 있는 '와인&안주 프로젝트'를 통해 음식과 매칭이 뛰어난 와인으로 추천한 세트에는 별도의 스티커가 부착돼 선물 팁으로 참고하기 쉽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허영만 화백이 소고기, 과메기와 궁합이 좋은 와인으로 추천한 남아공 맨 빈트너스와 뉴질랜드 실레니 와인을 식객 테마세트로 마련하고 있다.

경기 침체를 의식, 백화점들의 와인 선물 세트도 한층 '가격 경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태리 로제 스파클링 와인 바바 로제타 세트 외 3종의 와인 세트를 초저가 묶음 기획 패키지로 구성해 선보인다. 조이마트도 바바 로제타를 비롯해 비냐 마이포, 프리미우스, 맨 빈트너스, 트윈와인 칠레종합세트(6본입) 등 대거 초저가 와인 기획 세트를 준비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품목으로 세트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거나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 와인'이 인기를 끄는 것도 새로운 대세다. 신동와인의 '최고를 지향하는 분들께', '성공비즈니스를 기원하며', '특별한 분께 더욱 특별함을 담아' 등이 이야기들을 담은 와인 세트들.

또 샹베르땡 끌로 드 베제 특등급과 도멘 페블레는 제왕의 와인, 까베르네 소비뇽 리저브와 로버트 몬다비는 현명한 와인 애호가들이 선택하는 최고의 선택, 니콜라스 까떼나 자파타는 과감한 도전의 놀라운 결실이란 타이틀이 붙여졌다.

지난 몇 년간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아이템 30종을 특별히 선정해 구성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도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다양해진 것을 반영한 상품으로 꼽힌다.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로 최고 인기를 끌어온 프랑스 보르도 와인 세트는 샤또 다가삭과 샤또 끌락, 지난해부터 스페인 와인이 약진한 것을 반영, 가장 많이 팔린 스페인 와인으로 구성한 세트는 그랑 코로나스와 마스 라 플라나로 짜여졌다.

국내 1위 와인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날은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 합리적인 가격과 실속에 초점을 맞췄다. 10개국 약 100여종의 와인 선물 패키지 세트들을 가격대별로만 다양하게 구성한 것.

금양인터내셔날 조상덕 부장은 "올 해는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밸류 와인 세트구성에 중점을 뒀으며, 가격대를 다양화해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한다. 특히 신대륙 와인 세트로는 가격대비 품질 및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받는 이에게도 친근함을 줄 수 있는 와인들이 꾸준히 인기 높다. 와이너리의 명성으로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제품인지 짐작해 볼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

칠레 산페드로의 대표 브랜드 1865는 '18홀을 65타에 치라'는 '행운의 골프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어 골프를 즐기는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인상적인 선물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마트는 1865 까베르네 쇼비뇽 1병을 고급스러운 미니 골프백에 담은 '1865 골프백 세트'(4만7,000원)을 단독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매해 베스트셀러에 자리매김하는 인기 세트로 5천 개 한정수량 판매한다는 것이 아쉬움(?).

칠레 1위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트리오 세트'(7만원)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트리오는 3종의 포도 품종을 세계 최초의 방법으로 블렌딩한 와인으로 로버트 파커 선정 2년 연속 90 포인트를 획득했으며 '지구상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가장 우수한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인의 컨셉트인 '3가지 품종의 완벽한 조화'는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는 의미로도 기억에 남는다. 남성적인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과 부드러움의 상징인 메를로로 구성돼 남녀가 함께 즐기기에도 좋은 조합이다.

떫은 와인을 즐기지 않거나 와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달콤한 맛의 와인세트도 선물용으로 대거 등장하는 모습이다. 국내 화이트 와인 열풍의 중심에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은 트렌디함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인 선물.

알코올 도수도 7%대로 낮아 술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는 선물이 되고 있다. '모스카토 다스티 세트' 경우는 이탈리아 두 유명 와이너리의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을 비교 시음할 수 있도록 한 것.

일반적으로 명절 선물용 와인은 프랑스나 이태리 등 전통과 오랜 명성을 가진 구대륙 와인이 주로 인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칠레나 호주, 미국 등 구대륙 와인들이 가격 대비 맛과 품질이 뛰어난 가치 있는 와인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올해는 선물용으로 모자람이 없는 신세계 와인 선물 세트의 구성비율이 늘고 소비자들의 선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영FBC의 캘리포니아 프리미엄 브랜드 와인 세트인 켄달잭슨 그랑리저브 까베르네 소비뇽& 샤도네이 세트는 생산지역명과 배분율을 캘리포니아 최초로 라벨에 표기한 증명제 와인으로 눈길을 끈다. 샤도네이 경우 대한한공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와인으로 로버트 파커 90점, 까베르네 소비뇽은 88점을 기록한 고품격 와인이다.

최근 패션과 전자 등의 분야에서 고품격 문화로만 느껴졌던 '아트'를 '생활'에 접목시키는 아트마케팅이라는 뉴 트렌드가 와인에서도 시도된다. 평범한 선물 세트에서 벗어난 이색적인 명화 와인 세트를 선보이는 것.

홈플러스와 와인 수입사와 기획한 명화세트는 유명한 명화를 직접 각각 케이스와 종이백에 담아 선물의 품격과 정성을 같이 담아 전한다. 아영FBC의 샤또 기봉& 일레큐 명화 세트는 보르도만의 전통, 품질을 느낄 수 있는 보르도AOC와인 세트로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인 '붉은 방' 이 삽입된 스폐셜 패키지 상품이다.

마티스는 평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표현 방식의 그림을 선호해 밝고 경쾌한 원색을 즐겨 사용했는데 따뜻한 감사의 마음이 와인에도 그대로 더해 전해진다.

와인과 와인액세서리 풀세트 구성도 이색적이다. 발롬브뤼즈&루이몽줴락 메독 세트는 기존의 일반적인 스크류 구성과는 와인액세서리 6종 패키지로 풍성하게 구성된다. 섬세한 탄닌과 부드러운 여인이 지속적인 보르도와 메독와인 2종과 온도계, 논드롭링, 와인마개, 스크류 호일커터, 포어리가 함께 들어있어 와인 초보자들에게 아주 인상적이다.

CEO만을 겨냥한 와인 세트 마케팅도 돋보인다. 대유와인이 선보인 CEO의 와인, 티냐넬로(Tignanello)의 추석 선물세트는 고급 가죽 와인 가방에 티냐넬로 한 병과 스크류, 푸어러로 구성돼 있다. 받는 와인의 기존 가격에 추가적인 선물을 더해 만족도를 높였다.

티냐넬로는 수세기 동안 이탈리아 최고 와인으로 평가받던 키안티 클라시코를 단숨에 뛰어넘은 슈퍼 토스카나의 효시. 매년 안티노리 본사에서 소량만 할당되어 수입되는 티냐넬로는 물량이 빨리 소진돼 팬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인기 와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CEO가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로마 교황청에서도 티냐넬로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