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통영 등 요트학교 속속 개설, 정부·지자체도 육성 적극 나서

남해 요트학교 위네이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트 하면 해외의 소수 부호들이나 즐기는 레저활동으로 인식됐다. 그런 귀족 스포츠가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서 국제요트대회가 열린 후부터 요트의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요즘 남해안 일대에 가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요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산, 통영, 남해 등에선 요트학교가 속속 문을 열고, 국제요트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요트 동호인 수가 2만 명에 달한다. 또, 요트를 즐기려는 고소득층의 증가를 반영하듯 올해 10억 원짜리 요트 회원권도 등장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레저문화가 다양해지고, 특히 해양레저가 각광받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손잡고 요트학교 설립을 비롯한 각종 요트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어 머지 않아 요트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요트 열풍 부는 남해안

1)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청소년을 위한 요트체험교실'. 2) 해양레저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2009 경기국제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개막돼 전시된 다양한 보트들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3) 한강 요트.
지난해부터 남해안 일대에는 요트 열풍이 뜨겁다. 지난 3월 남해 물건항에 남해군 요트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론과 실기, 체험으로 구분해 80시간을 이수하면 딩기(1~2인승 요트)급 2급 자격증을 준다. 국내 최초로 영국요트협회에서 지도사 자격을 이수한 오종열 더 위네이브 대표가 교육을 맡고 있다.

오 대표는 "요트의 저변 확대가 이뤄지려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요트전문 교육기관의 설립을 대중화의 신호탄이라 설명했다.

남해안 일대 요트학교는 남해군 외에도 통영과 고성, 거제, 마산 등 6곳에 개설됐다. 이들 학교는 요트 인구를 늘리고, 요트산업을 육성하고자 자치단체에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운영이다 보니 교육비도 비싸지 않다. 남해군 요트학교의 경우, 정식 기본코스인 80시간 과정 교육비는 56만원, 2시간 체험형 코스는 4만원, 하루 반나절 딩기 요트 코스는 15만원 등 다양하다. 남해군민들은 모든 과정을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요트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요트를 즐기려면 자가용 요트가 필요하다. 호화시설을 갖춘 대형 요트는 수억 원~수십 억 원에 달하며, 2~3명이 탈 수 있는 딩기 요트도 500만원~1000만원가량 한다. 그러나 요트학교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에 한해 보트 대여를 거의 무상으로 해주고 있다.

이 학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요트는 돈이 아주 많이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그렇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남해군 관계자는 "초등학생부터 67세 노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신청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주말에는 요트 체험 관광객이 너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8월 문을 연 진해 요트교실에는 한 달간 500명이 교육을 받았고, 고성군 요트학교에도 지난 7월 말까지 5000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요트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자 경남도는 요트 정박시설인 마리나 조성과 요트학교 설치 등에 대한 예산지원 등을 담은 요트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남해, 통영, 고성 등 남해안을 낀 경남도와 시·군은 천혜의 자연과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남해안을 요트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이며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한강에도 요트 붐

요트 붐은 서울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주말 한강에 가면 딩기 요트를 타는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요트 동호회는 서울요트클럽과 한강요트클럽 등 두 곳이다. 서울요트클럽의 경우, 등록 회원이 1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주로 2박3일이나 3박4일 일정으로 강습을 받은 후 동호회 회원들끼리 모여 취미활동으로 요트를 즐긴다. 교육비는 30만~40만원 수준이다. 서울요트클럽 김학찬 대표는 "요트 하면 초호화 레포츠로 생각하지만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요트인구의 주류가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강을 따라 요트 안에서 음식을 겸한 모임을 즐길 수 있는 럭셔리 요트클럽도 6~7개가 성업 중이다. 요트클럽이 도심의 새로운 레저문화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 대표는 그러나 "한강에 요트 계류장이 없어 배를 안전하게 보장할 수 없는 등 요트가 대중적인 레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해 수요는 높지만 저변확대에 어려움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 역시 요트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의도 한강공원에 요트 계류장인 마리나와 여객선착장 등을 만드는 사업에 착공했다. 한강변을 요트와 수상스키 등 수상레저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에서다.

국내 요트 보급 현주소는

우리나라에서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또, 요트 시설은 몇 개나 있을까. 지식경제부의 조사에 따르면 딩기와 킬보트 및 크루저를 포함해 약 100여 척의 요트들이 국내에 보급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과 서울 그리고 서해안을 중심으로 요트 동호인 클럽들이 현재 활동 중에 있으며, 인터넷 동아리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동호인 클럽이 활동 중이다. 요트 동호회 회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2만 여명에 달해 해안레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트장은 서울 난지와 부산 수영만, 여수 소호 등 전국에 10여 개가 있다. 요트학교는 경남 통영 요트학교를 비롯해 인천요트협회 요트학교, 충남요트협회 요트학교 등 11군데가 있다.



전세화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