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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 사랑을 잃는 것이 두려워요

  • 영화 '바람난 가족' 한 장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을 받거나 사랑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여 상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는 결혼 전 실연을 통해 경험하게 되지만, 결혼 후 배우자의 외도로 충격을 받는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 넓게는 배우자에게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들이 가지는 문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데 대한 불안과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 두 경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사랑하는 대상을 잃는 것에 대한 불안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때의 경험과 같은 일종의 애도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상적인 애도 반응 과정에서는 한동안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하며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다는 것에 마음 아파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는 떠나간 사람 외에도 또 다른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남아있음을 깨닫고 차차 어쩔 수 없는 현실 상황을 받아들이며 새 출발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쉽게 잊혀지지는 않아서 더러는 과거의 좋았던 때가 생각나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 떠올라 미안해하기도 한다. 때때로 그 사람이 생각나서 눈물을 짓기도 하지만, 현실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로 감상에 빠져들지 않는다. 이렇게 이별의 슬픔을 잘 극복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이전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데,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더 큰 헌신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애도 반응의 정도가 지나치고 기간도 반 년이 넘어가면 병적인 경우를 의심해 볼 만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던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세상을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어진 것과 같은 엄청난 재앙이다. 그 사람을 만난 후부터 자신이 새로 태어난 것처럼 삶의 활력을 느꼈다가, 그 사람이 떠나간 후에는 세상의 모든 음식이 맛을 잃고 모든 색상이 잿빛으로 변한다.

이들은 자신이 슬픔에 빠지는 것이 그만큼 상대를 사랑했기 때문이라 믿으며, 자신의 감상이 사랑의 당연한 대가라고 말한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지나치게 사랑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상대와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결함과 불안을 감출 수 있었기 상대에게 집착한다. 그래서 사랑하던 상대를 잃으면 그 사람을 되찾으려 집착하거나 또 다른 사랑을 통해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이들은 사랑을 하기보다는 사랑을 위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에릭 프롬은 명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음악, 미술, 목공, 학문처럼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사랑하게 되거나 사랑받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경고하고, 수동적인 사랑 대신 적극적인 사랑을 할 것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적극적인 사랑이란 상대를 잘 알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를 존경하면서 보호하며 상대에 대한 자신의 사랑에 헌신하려는 인격적 결단을 의미한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을 '받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랑은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사랑하는 상대방보다는 자기 자신의 사랑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인위적이어서는 안되며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이성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연애감정과 인격적인 사랑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피아노 같은 악기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즐길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사랑에는 한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집중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절제할 수 있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달콤하나 순간적인 연애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통하여 스스로의 인격이 성숙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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