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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저리면 뇌졸증?

■ 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30대 후반 부부가 제 진료실로 건강진단을 받으러 내원하였습니다. 특별한 증세를 호소하지는 않았고 과거에 큰 병을 앓았다던가 수술을 받았다던가 하는 병력도 없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 같이 소위 '혈액순환 개선제'라는 것을 복용하고 있었지요. 그 이유인즉 손발이 저린 증세가 가끔 나타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복용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걱정되었던 것은 손발저린 것이 동맥경화의 증세는 아닌지 혹은 자신들이 앞으로 뇌졸중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었었지요. 그래서 그 예방을 위해 혈액순환 개선제를 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혈액순환 개선제', 또는 '혈행 개선제'라는 이름의 약물들이 흔히 사용되고 있는데, 혹 과용되거나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발이나 신체의 일부분이 저릴 때, 많이들 이 약물을 찾는데, 이러한 손발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손발의 과도한 사용이나 말초신경염, 또는 관절염이지, 결코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손발저림이 증세로 나타날 정도로 혈액순환이 안 되려면, 동맥이 많이 막혀 손발이 국소적으로 창백해지거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순환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상식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요? 첫째, 우리나라에 뇌졸중이 흔하고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혈액순환 개선제도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혈액순환을 개선한다는 말 자체가 마치 뇌졸중을 예방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이러한 약들은 전혀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흔히 아는 약으로 뇌졸중 예방에 쓰이는 약은 아스피린입니다. 알다시피 아스티린은 저림 증세를 개선해주지 않지요.

둘째로, 팔베게를 벨 때처럼 신체 일부분의 혈액순환이 막혔을 때 실제로 그 막힘이 풀리면 저림 증상이 옵니다. 그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저림 증상이 혈액순환 장애 때문이라는 설명은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요?

셋째는 인체의 많은 증상과 질병을 혈행 장애로 설명하는 한의학적 인식 때문입니다. 죽은 피가 뭉쳐서 혈행 장애가 일어나가 때문에 이를 어혈 또는 사혈이라 하여 몸에서 빼내야 한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지요.

저림 증상은 주로 손발과 팔다리에서 옵니다. 여기에 있는 신체조직 중에서 혈관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관절, 근육 및 인대, 신경, 뼈 등입니다.

우선 손발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관절과 인대의 자극으로 저림증이 옵니다. 두번째는 신경의 변화, 그 중에서도 말초신경염입니다. 뇌나 척수는 중추신경이고, 여기서 나오는 뇌신경과 척수신경이 신체 각 부분의 끝까지 가지를 치게 되는데 이를 말초신경이라 합니다. 이 신경에 염증이 오는 것이지요. 말초신경염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음주이고, 그 다음이 당뇨성 말초신경염입니다.

나이가 들면 원인 없이 말초신경염이 오기도 합니다. 한편, 척추신경이 뼈나 디스크에 의해 눌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때는 말초신경의 주행에 따라 저림 증상이 오기 때문에 감별이 가능합니다. 셋째로는 관절염의 초기에도 손발 저림이 나타납니다. 물론, 더 진행되면 관절염의 주 증세는 통증이 되기는 하지요.

이렇듯, 손발저림의 증세는 단순한 혈액순환 장애가 아닙니다. 적절한 휴식과 금주 후에도 저린 증세가 계속된다면 반드시 의사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혈액순환 개선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하는 거짓 안도감이 자칫 질병을 키워 적절한 진단 및 치료시기를 놓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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