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사이트 20만 개 추정… 양질의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

비타민MD사이트
주부 이 모(36) 씨는 본인이나 가족 누군가가 아프면 병원보다 인터넷을 먼저 찾는다.

회사원 박 모(48·남) 씨는 몇 년 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위해 틈만 나면 인터넷에서 관련 건강정보를 찾아본다.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최 모(27·여) 씨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질병에 대한 궁금증이나 영양, 대체의학 등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정보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4년 인터넷 이용자의 79%가 인터넷 건강정보를 검색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몇몇 의료기관들이 조사한 결과, 인터넷 이용자의 73%가 인터넷에서 건강정보를 찾고 있으며, 46%는 인터넷 소스를 첫 번째 의료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게시판과 병원, 의료업체, 언론사 등에서 운영하는 건강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이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이버 채널들이다.

인터넷은 즉시 접근이 가능하며,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용 없이 원하는 의료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과 필요성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도 제기된다. 비전문가들이 올리는 근거 없는 의료정보와 광고성 글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게 대표적인 문제이다.

비타민MD를 만든 권오중 대표가 사이트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위), 건강정보포털 비타민MD는 의료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왼쪽아래), 미국의 한 할아버지가 온라인 건강정보 포털 웹MD를 보고 있다.(오른쪽 아래)
광고성, 근거 없는 의학정보 범람하는 인터넷

얼마 전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인터넷을 통한 아토피 피부염 관련 의학정보는 믿을 만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대표적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 300곳에 게재된 '아토피 피부염' 관련 내용을 조사했더니, 57.8%(174건)가 상업적인 정보였고, 신뢰할 만한 전문 의학정보는 5%(15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에 수많은 의료정보가 떠돌지만 신뢰할 만한 게 드물다며 깊은 우려감을 나타낸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도 잘못된 인터넷 의료정보 이용 사례를 들었다.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한 달 가까이 입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아이의 엄마는 인터넷에서 본 아토피 정보를 믿고, 생후 3개월부터 우유나 육류를 끊고 야채죽만 먹였다는 것이다.

또 4년 동안 고기를 멀리한 여섯 살 난 아토피 환자도 심한 발육부진으로 키와 몸무게가 두 살 아래 동생과 같아졌다. 두 아이의 엄마는 모두 유명 아토피 정보 사이트의 희생자다. 엄마들이 주로 보는 이 사이트에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에게 우유와 계란, 그리고 각종 육류를 먹이면 안 된다고 쓰여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설문조사를 보면, 아토피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68%가 근거 없이 식이제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의사들 중에는 "감기에 걸렸을 때 비타민C를 섭취하면 더 빨리 낫는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론"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여성이 콩을 많이 먹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정말 그럴까? 유방외과 전문의들은 "주변 지인들이나 환자들이 이런 질문을 종종 한다"며 "유방암 발병과 콩의 섭취는 상관이 없다. 비의료인이 올린 잘못된 정보"라고 일축한다.

광고성 글을 자신의 경험담처럼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지식in' 코너에는 건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처럼 상담을 하고, 특정 병원이나 약을 추천한 답글 들이 달려있다. 그런데 이러한 답글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광고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광고대행업자 9명이 일반 네티즌을 가장해 이 코너에 병원과 학원 등을 광고하는 글수만 건을 반복적으로 올리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인터넷 광고보다 지식 검색에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노렸다.

이처럼 인터넷에는 잘못된 지식이나 광고가 넘쳐나지만 이를 모니터링하고 걸러낼 수 있는시스템은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잘못된 지식에 피해를 보는 의료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보 이용자가 전문지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본 건강정보를 토대로 자가진단을 내리고, 병원에 갈지 혹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건강 공포증이 확산되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대학병원과 제약회사, 주요 언론사, 개인 블로그 등을 망라한 국내 의료사이트는 약 20만개로 추산된다"며 "이들 사이트로 인해 과장되고 모순된 의료정보가 폭증하고 있고, 건강과 질병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공포를 증폭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염려했다.

진화하는 건강 포털 사이트

KBS 비타민 쇼에서 활동 중인 권오중 의학박사(레알 권오중 여성외과 원장)가 최근 온라인 건강 포털 사이트 '비타민 MD(www.vitaminMD.com)'를 오픈했다.

기존의 건강 포털의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한 신개념 사이트라는 게 권 박사의 설명이다.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고, 온라인 의료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10년 간 수많은 건강 사이트가 등장했다.

건강in(http://hi.nhic.or.k), 건강길라잡이(http://www.hp.go.kr), 하이닥(www.hidoc.co.kr), 메드시티(www.medcity.com), 건강샘(www.healthkorea.net),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 사이트가 잘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방문횟수가 가장 높은 사이트의 경우, 한 달에 약 70만 명이 클릭하고 있다.

자가건강진단에서 질환 별 증상과 치료법, 예방법을 찾아볼 수 있고, 의료 전문가의 건강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건강뉴스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권오중 박사는 "국내 종합 건강 사이트들은 권위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정보와 동병상련을 상호교류하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사이트를 보면, 대개 600~1000개의 항목이 있다. 그런데 그 많은 항목에 대해 일일이 전문가의 감수를 거치는 곳은 없다고 의료 관계자들은 전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나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정보들이 난무하는 이유다.

비타민MD는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하버드 의과대학 질환정보 A 부터 Z까지'와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국내외 병원과 제약사, 'KBS 월간비타민'과 콘텐츠 제휴를 맺었다.

뿐만 아니라, 권오중 박사를 포함해 산부인과 전문의 안명옥 박사 등 국내 각 분야의 건강 전문가들이 함께 콘텐츠 감수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사용자들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로 구성되는 '건강팁스' 코너도 마련했다. 건강에 대한 질문과 자신이 알고 있는 건강에 대한 노하우 등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고, 그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을 조사할 수도 있다. 복약에 대한 체험기를 올리고, 각 질병 당 약품 사용 순위 등도 제공한다. 권 박사는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있어 의사의 처방만큼이나 인터넷 사용자들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타민MD 콘텐츠 감수 작업에 참여했던 제너럴닥터(http://www.generaldoctor.co.kr) 김승범 원장은 "온·오프라인 상에서 모두 의사들은 의사들의 얘기만 하고, 환자들은 환자들 얘기만 하는 경향이 있어 의사와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며 "비타민MD는 의료인과 일반인, 일반인과 일반인이 자유롭게 지식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나 비영리단체 등의 건강사이트를 제외한 국내외 건강 포털들은 배너광고뿐 아니라 스폰서를 받고 정보를 제작하기 때문에 공익성이나 공정성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최대의 건강포털 사이트인 웹MD(www.webmd.com)의 경우, 수익의 80%가 스폰서 형 콘텐츠 제작에서 발생하는 점만 봐도 그러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온라인매체의 발달과 의료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