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대기오염 주원인 환자·사망자 급증… 예방·조기발견이 최선

신종플루가 급속히 퍼지면서 평소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은 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종플루 고위험군 가운데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만성기관지염, 천식 등 폐질환자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군 사망자 중 이름조차 생소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던 환자들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어떤 병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지 알아본다.

##폐, 한번 손상되면 평생 호흡곤란으로 고생…예방·조기발견이 최선##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나 대기 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기도가 점차 좁아져 호흡기능이 천천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연령이 높을수록, 흡연기간이 길수록, 또 흡연량이 많을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위) 건강한 폐 vs 흡연자 폐 (아래) 정상인 vs COPD 흡연자 폐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되지 전까지 기침 등 가벼운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이상을 느껴 진찰을 했을 때에는 이미 중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COPD 초기 단계에서는 아무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주로 장기간에 걸쳐 기침, 가래,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피부점막과 입술, 손끝이 검은색으로 바뀌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의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cm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져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심한 호흡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되고, 더욱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폐는 한번 손상되면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금연 등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을 위해선 ▲담배를 끊고, 매연 등 폐에 해로운 환경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유산소 운동으로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며,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해주고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 폐 손상을 방지해주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폐기능 검사를 통한 조기검진이 중요하다. 폐기능 검사는 '스파이로미터(폐활량계)'라는 장비로 실시한다. 비강으로 숨이 새지 않도록 코를 집게로 막고, 폐활량계에 달린 파이프를 입에 물고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때 최대한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양과 얼마나 빨리 많은 양의 공기를 마시고 내쉴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검진에 걸리는 시간은 5분~10분 정도이며, 비용도 1만3천원 정도로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이처럼 간단한 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한데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호흡기학회)가 지난 10년간 전국 9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COPD 환자는 49%나 증가했다.

국내 사망원인에서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COPD로 인한 사망자 수가 1983년 1,229명에서 2004년 5,464명으로 4.45배 증가했으며, 특히 45세 이상 사망자 수는 5.61배나 증가했다.

##질환에 대한 미흡한 인식이 병 키워##

COPD 환자의 80~90%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검진법도 간단하고 검사비용도 비교적 저렴해 예방과 조기발견이 다른 병에 비해 쉬운 셈이다.

그런데 계속 COPD 유병률과 사망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저조해 조기검진 및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호흡기학회가 11월 6일 '제7회 폐의 날'을 맞아 한국갤럽과 함께 COPD 잠재환자군인, 담배를 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흡연해온 45세 이상 737명을 대상으로 COPD 인식조사를 실시 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는 COPD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폐 및 기관지와 관련해 연상되는 질환으로 응답자의 40%가 폐암을 꼽은 반면, 0.4%만이 COPD를 연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COPD 증상을 보유하고 있는 2명 중 1명이 관련 치료나 질환 완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OPD의 주된 증상인 기침과 가래는 흡연자들의 공통된 증상이고, 이런 증상은 나이를 먹으면서 얻게 되는 것으로 가볍게 여겨, 우리나라 COPD 잠재 환자의 92%는 병원 진료조차 받지 않을 만큼 방치돼 있다.

COPD는 완전하게 치료되는 병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고,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혀줄 수 있다.

호흡기학회 박성수 회장(한양대의대 호흡기내과)는 "COPD는 전세계적으로 사망원인 4위에 이르는 심각한 질환으로, 국내에서도 45세 성인 5명 중 1명이 앓고 있고 매년 유병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COPD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임에도 인지도가 낮아 환자 대부분이 병원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흡연자의 경우 1~2년마다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하며, 비흡연자도 3~4년에 한번씩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 COPD로 진단되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호흡기학회 한성구 이사장은 "COPD는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의심되는 증상이 한 가지라도 나타나면 반드시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