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치료시엔 주기적 전립선암 진찰과 혈액검사 받아야"

46세의 회사원 A(남)씨는 나이가 들면서 유난히 가을을 탄다.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을 보면 외롭고, 슬픈 마음에 밤잠을 못 이루기 일쑤다. 거기다 입맛도 없고, 의욕도 떨어져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낙엽만 봐도 우울한 당신, 혹시 남성 갱년기의 신호가 아닐까?

남성 호르몬 부족하면 불룩한 뱃살, 성욕감퇴, 만성피로 나타나

남성 갱년기란 여성의 폐경기처럼 남성 호르몬의 결핍에 의해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정신 및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남성호르몬은 40세 이후부터 매년 1% 이상씩 감소하는데, 남성 갱년기는 여성과 달리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며, 서서히 진행된다.

대한남성갱년기학회의 국내 연구조사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의 15~20% 가량이 남성 호르몬 수치가 기준 이하였다.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증과 성기능 감소,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40대 이상 남성 10명 중 1~2명은 남성 갱년기가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남성 갱년기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성욕 및 발기력 저하,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와 무기력증이다. 이외에도 아랫배가 계속 나오거나 잦은 짜증, 골밀도 감소가 주요 증상이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 감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근육량과 힘이 떨어질 수 있다. 여자처럼 가슴이 나오거나 수염이 잘 안 자라고 털이 적어지며, 식은 땀이 잘 나고,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남성 갱년기는 증상을 확인하는 설문과 전문의의 진찰, 혈액검사를 통한 남성 호르몬 수치 측정, 여러 증상들의 명확한 원인이 되는 다른 질병 유무를 확인해 진단한다. 남성 호르몬 수치는 일반적으로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한 오전 8~10시 사이에 측정하는 것이 좋다.

호르몬 요법,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남성갱년기 치료

남성 호르몬이 부족하면 뱃살이 나오는 등 신체적인 변화와 감정적인 안정감이 떨어지고, 불면증과 성기능 저하 같은 다양한 변화들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정상적인 호르몬 수치의 남성에 비해 질환 발생이 현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앙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장인호 교수팀은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당뇨병, 비만 등 대사증후군 발병과 명백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비뇨기과학회지 7월호에 발표했다.

2006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상적인 남성군에서 평균 50%의 고혈압이 발생한다면, 남성 갱년기 환자의 경우 65% 이상이 고혈압 증세를 나타냈다.

고지혈증은 정상적인 남성군에서 50%, 남성 갱년기 환자의 경우 60%, 당뇨병은 정상적인 남성군 18%, 남성갱년기 환자 30%로 나타났다. 또, 정상적인 남성군의 비만율이 평균 17%인데 반해, 남성갱년기 환자는 31%에 달했다.

남성 갱년기는 식습관과 운동요법,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등을 통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운동을 하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은 혈압과 혈당, 체지방량을 감소시킨다. 또, 과식과 편식을 피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콩으로 만든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갱년기 남성의 건강을 유지하고, 여러 가지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필수다.

이와 함께 호르몬 보충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문의들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200ng/dL이하일 경우 호르몬 보충요법을 권장한다.

호르몬 치료는 먹는 약과 주사제, 피부에 바르는 약 등으로 할 수 있다. 남성 호르몬제를 투여해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교정되면, 체지방이 감소되고, 콜레스테롤과 저밀도지질단백질이 감소한다. 또, 골(骨) 분해 속도를 늦추고, 골무기질 밀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성욕이 회복되고, 활력도 증가한다. 이밖에 공포감이나 슬픔의 감소 등의 정서적인 개선효과도 볼 수 있다.

호르몬 보충요법으로 인해 양성전립선비대나 전립선암의 위험성이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을 투여받을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전립선암에 대한 진찰과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 남성 호르몬 치료의 3가지 형태

경구용 남성 호르몬제
복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루에 2~3회 고용량을 복용하고, 반드시 기름진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간독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혈액검사를 통해 남성호르몬 수치를 측정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바르는 젤 타임
하루에 한번, 어깨나 복부에 바르면 체지방이 감소하고, 근육량이 증가하며, 성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용이 간편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주사제
근육에 한번 주사하면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2005년 국내에 시판된 주사제인 '네비도'는 테스토스테론 혈중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기존 주사제의 단점을 보완해 약효가 3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세계 남성갱년기학회와 세계내분비학회에서 8년 지속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 것으로 보고됐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