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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증가는 남성 의식 탓?

■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가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터전이 된다. 그런데 가정은 그 내부 구성원에 의한 것보다 그 가정이 속한 사회의 변화에 의해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반세기 동안에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서 극심한 변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우리의 가정 문화도 이전의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각 개인의 의식이나 가정 문화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모두 즉각적으로 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한 가족 내에서도 각 구성원의 의식 변화는 각각 상당히 다르게 진행된다. 이런 의식 변화의 차이는 구성원 간의 갈등을 가져와 가정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가정의 불안은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정 문화에는 아직도 유교적 전통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는데, 각 개인들의 가치관에는 민주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부모나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젊은 세대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즉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서로의 세대에 대해 공통분모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가정의 고유기능 중의 하나인 '전통 가치관의 계승'이 쉽지 않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 가부장제적인 문화가 채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여성들의 교육수준이나 경제적 능력은 빠르게 상승되고 있다. 한때 이상적인 여성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현모양처 모델'을 여성 자신들은 거부하는데, 아직도 적지 않은 남성들은 그런 모습의 아내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들은 아직도 '남편이 무슨 말을 하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아내가 믿어주고 따라주기를 바라지만, 현대의 아내들은 남편의 부당한 억압을 참고 사느니 차라리 자신의 능력으로 살겠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남편이 신체적 폭력이나 폭언을 쓰거나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경우에는 자녀가 있더라도 이혼을 선택하려 한다. 근래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아진 것은 여성의 의식이 변한 것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의식이 변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의식에는 과거 일제강점기나 군사정권 시기에 도입된 집단 중심의 군사문화의 잔재가 상당히 남아있다. 가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예를 들자면 첫째로 '상명하복'의 의식이 강한 남편은 아내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보이는 것을 반항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아내의 말에 따르는 것을 마치 자신이 아내보다 낮아지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서 일상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 상당한 저항감을 드러낸다.

둘째는 개인적인 감정을 차단하고 사는 남편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며 아내의 고통에도 공감하지 못한다. 화가 나면 그 이유를 설명하여 처리하기보다는 짜증이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끝으로 '집단 동일시' 경향이 강하여 개인적인 소신이 있더라도 집단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즉 자기 가정에서는 안하무인이거나 무관심한 남편이지만 친가, 친구, 직장 같은 조직사회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른 예로 가정에서는 성실하고 믿음직한 남편이 직장이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가서는 성매매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자리였다' 라는 남편의 말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또 경제적 성취가 중요하게 평가되면서 많은 남성들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직장이나 사업에서 눈물겨울 정도의 노력을 하지만 정작 가족들과 오붓한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가지지 못한다.

때문에 가족들은 '가정에는 관심이 없는 남편과 아버지'를 평가절하하고, 남성들은 자신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 한탄을 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성 자신들의 자각이 중요하지만, 직장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적이고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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