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강화 바닷가 돈대길강화 역사관서 초지진에 이르는 4시간 30분의 역사 산책

바람 가득한 해안선 길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강화도. 단군신화가 간직된 마니산 참성단부터 고려 왕궁터, 조선 왕이 한 때 살았던 용흥궁까지 다양한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강화섬의 의미를 되새기며 걷는 '강화 나들길' 가운데 두 번째 구간인 '바닷가 돈대길'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걸을 때 그 느낌이 각별하다. 삭풍 같이 몰려오는 열강의 침탈에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로 저항해야 했던 구한말의 아픈 역사가 걷는 길목마다 주저리주저리 열려있기 때문이다.

외세의 침입에 대항했던 강화도 수난의 역사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는 곳은 섬 방비를 위해 만들어 놓은 요새들이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강화도는 때문에 300리가 넘는 섬 둘레를 따라 10리마다 진을 두었고 진과 진 사이에 보를 두어 방비를 했었다. 이 진과 보는 여러 차례의 양요와 일본군의 침입으로 크게 파괴되었지만 강화 섬 동쪽에 있는 과 광성보, 등은 강화도에 만든 5진7보53돈대 가운데 보존이 가장 잘된 곳들이다.

강화 섬 동쪽에 있는 여러 요새들을 찾아가는 돈대 길의 출발지는 강화 역사관. 이곳은 갑곶돈대와 순교성지 등도 함께 있어 돈대가 있는 길에 대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역사관에서 해안 길을 따라 1.2km 정도 걷게 되면 장어마을로 유명한 더리미 포구를 만나게 된다. 물 빠진 더리미 포구의 고깃배 너머로 보이는 강화대교가 있는 풍경은 강화가 연륙교로 연결된 섬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리미 포구에서 바닷가 돈대 길의 첫 기착지인 용진진(龍津鎭)까지는 약 1.5km.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부드러운 논두렁길이라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용진진은 군사적인 요새로 조선 효종 7년(1656년)에 축조되었다. 인근에 있는 용당돈대(龍堂墩臺) 등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과 보급품을 관리하는 기지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1999년까지는 석축 대부분이 없어지고 홍예문만이 남아 있었던 것을 문루를 복원하였고 지금은 석축을 모두 복원해 옛 모습을 찾았다.

덕진진
용진진에서 해안 길과 차도 옆길을 따라 2.5km 걸으면 에 이르게 된다. 돈대는 조선시대 때 성곽이나 변방 요지에 세워 적의 움직임을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하여 마련한 초소인 셈인데 해안가에 있는 는 간척지 가운데의 작은 동산 위에 위치하고 있다. 강화의 5진(鎭) 7보(堡) 중 하나인 광성보(廣城堡)의 관리를 받아 감시소와 방어진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돈대 한쪽에는 까치밥이 된 홍시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나무 한 그루가 초겨울 짙푸른 하늘과 썩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서 광성보로 가는 해안 길은 바람이 많은 곳이다. 겨울바다의 매서운 바람이 길가에 만들어 놓은 바람개비들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는 풍경 속을 지나게 되는데 어린 시절 바람개비를 만들어 놀았던 세대들에게는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낮게 떠올랐다 빨리 지는 겨울해가 김포와 강화 사이를 지나는 바다 위에 빛을 뿌리게 될 때 이 구간을 걷게 되면 바다 위에 은박지를 씌운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다음 기착지인 광성보는 강화해협에 돌출한 천연요새로 신미양요 때의 격전지였다. 지금은 성문인 안해루와 광성돈대, 용두돈대, 쌍충비각 등이 복원되어 있다. 특히 용의 머리처럼 불쑥 돌출된 암반 위에 세워진 용두돈대는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답다. 광성보에서 2.2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병인양요 때 가장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졌던 을 찾을 수 있다. 에는 그 당시의 대포 발사대인 남장포대, 덕진돈대 등이 복원되어 있고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변했다.

강화해협의 가장 남쪽에 있는 은 약 15km에 이르는 바닷가 돈대 길의 종착지. 출발지인 강화역사관에서 약 4시간 30분 정도 걸어 닿게 되는 에는 신미양요와 운양호 사건 때 포격된 것을 다시 복원해 놓고 있는데 진의 안쪽에는 로마 원형 경기장 같은 분위기에 덩그러니 구식 대포 한 문을 전시해 놓고 있다. 에 올라서면 초지대교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강화의 맛집이 모여있는 더리미 장어타운

장어는 입맛을 돋우게 하는 음식으로 예로부터 남성에게는 힘을,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화도의 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 그 맛이 독특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고 있다.

갑곳돈대와 역사관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워먹는 장어 맛도 일품이려니와 장어의 뼈를 발라 오래 곤 육수에 기름진 강화 쌀로 만든 죽맛도 좋다. 곁들여 나오는 강화인삼과 튀긴 장어 뼈에서도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된다. 강화역사관에서 광성보로 가는 해안도로변에 있는 더리미 뱀장어타운의 (032-932-8881) 등에서 이런 건강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화도돈대
초지진
팔팔숯불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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