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우리밀' 등 윤리적 소비 운동 활발히 전개

파리바게뜨 우리밀 코너. <사진제공=SPC>
김진아(29 · 여)씨는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크리마스마스 선물 용도로 쿠키 한 묶음을 샀다. 1만 2000원인 이 쿠키의 겉모양은 평범하지만 내용은 특별하다. 원료가 100% 우리밀인데다, 사회적 기업에 고용된 지적 장애인이 구운 것이다.

김씨는 "뜻이 좋은데다 가격도 별 차이가 없어서 샀다"며 "크리스마스에 윤리적 소비는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착한 소비' 등으로 불리는 윤리적 소비가 날로 대중화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인간 · 환경 ·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며, 불매운동에서 구매운동 방식으로 진화했다. 윤리적 소비 활성화는 노동착취의 단절, 공정무역, 친환경 선호, 기부문화의 확산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윤리적 소비'에 대한 개념정의가 제각각이고 인증제도가 부실해 신뢰도가 완전히 확보되지는 않은 상태다. 사회운동의 이벤트화로 결국 자본의 논리를 더 강화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자기과시적 소비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유명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에코 백에 악어가죽 손지갑을 넣고 다니는 식의 '얼치기' 윤리적 소비로 실소를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누야하우스 천연비누 <사진제공=함께 일하는 재단>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단체(기업)가 윤리적 소비를 내세우며 고가정책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빈국의 저소득층에는 제값에 원료를 사들인다면서 국내 저소득층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에 판매하며 이윤을 챙기기 때문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바꾸는 것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트렌드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자칫 과시적 소비패턴으로 변질돼 본래의 취지에 어긋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얼마나 '엣지' 있는 소비인가를 보이려는 과시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으로 윤리적 소비가 정착되기는 힘들다"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접근성을 높이는 게 대중화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의 착한 소비 붐
크리스마스를 맞아 접근성이 높은 온라인에서 '윤리적 소비'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활발하다. 함께 일하는 재단과 노동부는 9월께 인터넷 쇼핑몰인 G마켓에 사회적 기업 상품 코너(www.hamkke.org)를 만들어 '착한소비365'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상품관에서 판매하는 에코백인 터치포굿은 청소년소셜벤처인 터치포굿이 만든 것으로 거리의 현수막을 세탁 후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환경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이 제품의 가격은 1만 2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위캔쿠키 <사진제공=함께 일하는 재단>
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 기업이 만든 친환경 크리스마스 트리 비누, 20대 청년 3명이 창업한 디자인 회사에서 나온 북극곰 크리스마스 카드 등이 눈에 띈다.

올해 2월 문을 연 이로운 몰(www.erounmall.com)도 친환경 · 사회적 기업 · 지역 일자리 창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경주의 할머니들이 만드는 경주 서라벌 찰보리빵, 연해주의 고려인 가족이 만드는 바리의 꿈, 가나안 농군학교를 중심으로 한 농군마을 유기농 제품 등이 대표 상품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소비와 기부를 연결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윤리적 소비 마케팅도 활발하다. 아이스타일24(www.istyle24.com)는 사랑나눔 후드티셔츠 3종을 9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 티셔츠를 구입하면 1장 당 1만원이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 자동 기부된다.

▦'우리밀'로 환경 · 농가 살리고 식량주권 지켜
친환경 작물인 '우리밀' 을 비롯한 작물을 상품화한 윤리적 소비는 안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은 우리밀로 만든 빵을 판매하는 우리밀 베이커리를 11월까지 전국에 50군데 만들었다. 곡물바, 우리밀 와플 등의 유기농 국내생산 제품을 '자연드림' 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2008년 7월 우리밀 전문가공 업체 '밀다원'을 인수해 우리밀 사업에 첫 진출한 SPC그룹은 파리바게트, 던킨 도너츠 등에서 우리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샤니, 삼립식품 등의 제빵 상표도 보유하고 있다.

우리밀 와플 <사진제공=아이쿱생협>
식량주권과 농가소득 보전은 우리밀 소비를 사회적 책임 소비로 부를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다. 올해 우리나라 밀 생산량은 2만여 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0.5%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밀 자급율은 1%로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밀 제품 생산은 농가의 우리밀 생산을 독려하고 안정적 소득원을 보장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친환경 작물이라는 특성도 윤리적 소비운동의 대상으로 우리밀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다. 밀은 산소를 만들어내고 탄산가스를 흡수하는 친환경 작물이다. 1년생 밀의 공기정화능력은 45년생 소나무와 비슷하다.

100만㎡ 의 밀밭에서 발생하는 공기정화능력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조 8700만 원에 이른다. 자동차 15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사회운동 단체서 활발, 불매운동도 일환
사회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한 윤리적 소비 운동도 열기를 띠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2006년부터 생활협동조합과 아시아 저소득 여성이 생산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협과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 생산된 고구마는 1Kg당 2000원, 2kg에 5400원으로 일반 유통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동물실험과 방부제를 배제한 화장품의 경우 로션이 1만 9000원으로 여타 제품보다 값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제이드 크리스마스 카드 <사진제공=함께 일하는 재단>
인간, 동물, 환경에 반하는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역시 윤리적 소비의 일환이다. 영국의 윤리적 소비운동 단체로 잡지를 발간하는 는 현재 네슬레, 3Mobile, 아디다스, 바디샵, 케이터필라, 쉐브롱텍사코, 코카콜라, 대우인터내셔널, 에쏘, 스타벅스, 유니레버 등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동노동착취, 환경파괴, 불공정 무역, 동물실험 등이 주요 원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버마에 천연가스관을 건설해 군사정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불매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윤리적 소비란?

윤리적 소비란 주로 정당한 노동환경과 대가를 지급하며, 친환경적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생산과정을 거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환경보전과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윤리적 소비는 친환경, 공정무역, 기부 등의 개념과 혼용되고 있지만, 이 모두의 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비싼 가격을 치르더라도 정의로운 소비를 하겠다는 로하스(LOHAS)계층이 많아지면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개념 정립도 과도기 단계에 있다.

윤리적 소비는 영국의 사회적 책임 소비에 연원이 있다. 50~60년대부터 시작된 공정무역 운동을 연원으로 보기도 한다. 저렴한 유기농 면으로 만든 ‘아임 낫 어 플라스틱 백(I’m not a plastic bag)’이 윤리적 소비 운동의 일환으로 미국 등지에서 대중화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불매운동이 중심이었다. 이들은 주로 나이키를 비롯한 다국적기업의 제3세계 노동착취, 아동학대, 환경파괴 등을 문제 삼았다.

최근에는 구매운동이 대세다.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지향에 부합하는 윤리적 물건을 구매하는 직접 구매 방법이 있다. 환경 · 공정무역 · 유기농 · 산림 · 바다생물보호 등 동물복지 분야에서 공인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하는 간접 구매방법도 있다.

윤리적 소비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비윤리적 관행이나 정부의 제도개선을 목표로 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취지는 거의 망각한 채 이미지만 생산 · 소비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도움말 =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시민참여국장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