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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빵, 채식 베이킹

계란, 우유 없이 만드는 가볍고 날씬한 빵과 쿠키
생크림 없이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 우유 없는 푸딩은? 버터를 뺀 쿠키는?

전부 가능하다. 동물성 재료를 배제한, 이른바 채식 베이킹이다. 지구를 지키고 싶은 사람, 몸매를 지키고 싶은 사람, 부엌 개수대를 지키고 싶은 사람은 모두 주목하라.

채식 베이킹은 우유와 버터, 계란 등 베이킹에 흔히 쓰이는 동물성 재료 없이 빵, 과자, 케이크를 굽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요리 블로거 박지영 씨가 지난 11월 펴낸 책이 첫 번째 공식 자료라고 할 만큼 아직 생소한 용어지만 채식주의자가 많은 서구권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외국에서는 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버터 대신 마가린을 쓰는 반면 박지영 씨는 카놀라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쓴다는 것. 동물 보호에는 찬성하지만 내 몸에 트랜스 지방을 쌓는 것이 마뜩하지 않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과연 맛이 날까? 버터의 고소함은? 달걀의 촉촉함은? 우유의 부드러움은? 생크림 대신 두부 크림을 바른다는 대목에서 의심은 극에 달한다. 직접 확인하기 위해 달려간 기자에게 박지영 씨는 직접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채식 베이킹 3가지를 선보였다.

Part 1. 게으른 자를 위한 베이킹

  • 블루베리 피스타치오 케이크
"밀가루보다 아몬드 가루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채칠 필요가 없어요."

그녀는 블루베리 피스타치오 케이크를 만드는 중이었다. 우묵한 보울에 아몬드 가루와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 설탕을 한데 넣어 섞더니 두유와 카놀라유를 붓는다. 걸쭉해진 반죽을 머핀 컵에 붓고 그 위에 피스타치오와 블루베리를 송송 뿌린 다음 오븐에 넣는다. 눈 깜짝할 사이 다음 요리가 진행된다. 재료 다음으로 채식 베이킹의 가장 큰 특징은 간단하다는 것이다.

"거품 낼 일이 없거든요."

일반적으로 베이킹은 거품의 연속이다. 폭신폭신하게 부풀어 오르는 빵을 위해서는 분리한 계란 흰자를 죽어라 저어 머랭을 만들어야 한다. 노른자도, 버터도, 생크림도, 우유도 전부 휘저어 거품을 내야 하는 것들이다. 핸드 믹서를 구비하고 있다고 해도 상당한 기술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로, 초보자들이 가장 먼저 패배를 맛 보는 곳도 바로 이 거품 내기 단계다. 채식 베이킹에는 이런 재료들이 모조리 배제되므로 들어가는 수고와 단계가 대폭 줄어든다.

Part 2. 두부의 재발견

  • 두부 티라미수
다음에 준비하는 음식은 두부 티라미수. 드디어 두부 크림의 정체를 확인할 순간이다.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설탕, 두유를 섞어 구운 스폰지 케이크를 깍둑썰기해 컵 맨 아래에 깐다. 계란이 없어 카스텔라처럼 풍성하게 부풀지는 않지만 베이킹 파우더가 어느 정도 그 역할을 대신 해준다.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넣고 불에 살짝 녹여 만든 시럽으로 스폰지 케이크를 촉촉하게 적신다. 이제 두부를 만날 차례. 부드러운 두부는 믹서에 갈면 물처럼 되어버리므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것이 두부 크림 재료로 적격이다. 부침용 두부를 잘라 설탕, 두유, 그리고 바닐라 빈을 넣고 믹서에 간다. 바닐라 빈은 전체적으로 풍미가 약한 채식 베이킹에 구원병 같은 존재다.

이 외에도 두부가 노른자의 고소함을 대신하거나 바나나가 촉촉함을 더해주는 등 채식 베이킹에서는 의외의 재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능력을 발휘한다. 느끼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에게는 코코넛 밀크라는 비장의 무기도 있다. 다시 돌아와 두부 입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갈면 두부 크림은 완성이다.

"설마 치즈 맛이 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모양이나 질감만 봐서는 커스터드 크림 못지 않아서인지 너무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보냈나 보다. 채식 베이킹에서 알아 두어야 할 점은 이건 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유 없이 우유와 똑같은 맛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색다른 재료들이 이루는 의외의 궁합이 채식 베이킹의 즐거움이다. 단맛이 가미된 두부에 두유의 고소함과 바닐라 향이 더해지자 처음 맛 보는 색다른 크림이 완성된다. 두부 크림을 카스텔라 위에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코코아 가루를 솔솔 뿌린 다음 냉장고에 넣고 다음 메뉴로 넘어간다.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지 겨우 20분이 지났다.

  • 두유 초콜릿 푸딩
Part 3. 쫀득쫀득 놓칠 수 없는 맛

세 번째 메뉴는 두유 초콜릿 푸딩이다. 접시를 좌우로 흔들면 사정 없이 찰랑거리는 푸딩은 일본식이고 쫀득쫀득한 푸딩은 미국식이다. 두유 초콜릿 푸딩은 분류하자면 미국식인데 계란이 만들어야 할 걸쭉한 질감을 전분이 대신한다. 두유, 설탕, 코코아 가루를 냄비에 넣고 끓기 시작할 때 두유에 녹인 전분을 천천히 넣으면서 재빨리 휘젓는다.

전분이 익으며 엉기기 시작하면 바글바글 끓을 때까지 계속 젓는다. 불을 끄고 남은 열기에 다크 초콜릿을 넣어 녹이면 완성. 질퍽해진 푸딩을 컵에 퍼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적당히 굳으면 덩어리 초콜릿을 긁개로 긁어 위에 뿌려 장식한다. 이렇게 만든 푸딩은 컵케이크 위에 올리는 크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초콜릿을 긁는 사이 처음에 만들었던 블루베리 피스타치오 케이크가 완성됐다. 오븐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일반 베이킹과 다를 바가 없다. 보통의 케이크보다 살짝 덜 부풀었지만 아몬드 가루의 고소함과 피스타치오의 풍미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입에서 오래 남는 느낌 없이 가볍고 담박하게 마무리되는 맛도 인상적이다.

"하루가 지나면 더 맛있어요"

케이크 안에 들어 가는 과일의 수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빵으로 이동해 한층 촉촉해지는 것. 두유 초콜릿 푸딩은 두유 특유의 향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진한 초콜릿 맛과 부드러운 식감만 남았다. 3가지 음식 중 최고의 맛은 두부 티라미수. 바닐라 향이 풍성하게 나는 두부 크림이 커피 시럽에 절여진 스폰지 케이크와 엉겨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크림의 느끼함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무리가 없다.

Part 4. 지구를 부탁해

채식 베이킹은 박지영 씨가 대학 초년생 시절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고 고안한 레시피인 만큼 칼로리가 현저하게 낮은 것이 장점이다. 설탕이나 초콜릿은 동일하게 들어가지만 사실 빵의 칼로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버터와 생크림이다. 특히 티라미수의 경우 마스카포네 치즈와 생크림이 듬뿍 들어가는데 이를 두부로 대신한다면 당연히 칼로리는 뚝 떨어진다.

큼직한 머그 컵에 담긴 티라미수가 밥 한끼 열량을 웃돈다면 두부 티라미수는 식후 디저트로 즐기기 적당한 정도다. 설거지가 편해지는 것도 좋은 점이다. 묵직한 버터 기름은 웬만한 세제로는 끄덕도 하지 않지만 가벼운 식물성 기름은 뜨거운 물만으로도 휙 씻겨 내려간다. 재료마다 따로 그릇을 꺼내 거품기로 젓는 일반 베이킹은 끝나고 나면 주방이 초토화 되기 일쑤지만 채식 베이킹은 재료를 한데 섞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씻을 그릇의 수도 훨씬 적어진다.

팽창제 등 일체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건강한 베이킹인 동시에 재료값이 절약되는 경제적 베이킹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지구를 살리는 착한 베이킹이라는 것. 현재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600억 마리의 가축을 먹이기 위해 쓰이는 곡물은 전체량의 55%에 달한다. 기아로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죽어 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채식 베이킹은 주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맛있는 환경 보호 운동이다.

채식 베이커 박지영 씨의 조언


의심하지 마세요

우유와 계란, 버터 없이 맛있는 베이킹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폭신한 질감과 고소한 맛은 우유와 버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가볍고 건강한 재료로도 충분히 훌륭한 맛이 납니다.

예쁜 그릇을 준비하세요

티라미수 전용 컵이나 푸딩을 담는 예쁜 그릇은 요리의 의욕을 고취시킵니다. 아무렇게나 담아도 그림이 될 만한 귀여운 그릇들을 준비해 보세요. 플라스틱 용기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생각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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