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순, 정휘웅, 김준철, 안준범 씨 와인 문화 전파 나서

최성순
와인을 가르치는 아카데미 원장, 와인 포털 사이트의 대표 여걸, 와인 커뮤니티의 재미있다고 이름난 리더, 와인 공간의 머리 긴 주인장… 그럼 와인이라는 분야 말고 이들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모두 와인 관련 책들을 최근 출간했다는 점이다.

재야에서 활동하는 와인 고수들의 와인 책 출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와인을 직접 수입하거나 유통 판매하는 종사자는 아니지만 다양한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모두 '재야의 와인 고수'. 국내에서 와인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이들은 말과 인터넷을 통한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활자로도 와인 문화 전파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의 와인포털 사이트 와인21.com의 여성 CEO인 대표. 1998년 국내 최초로 와인포털사이트를 오픈한 그녀는 지난 연말 초보자를 위한 와인 안내서 '와인 공감'을 펴냈다.

"와인 가이드라고 해도 초보자들에게는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와인을 알기 위한 단편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와인에 대한 것 전체를 이해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와인을 즐기려면 무엇부터 알아야 할까? 어떤 것을 알아야 자연스럽게 와인을 좋아할 수 있을까? 와인에 대한 관심은 사회문화적으로 점점 커져만 가는데 초보자들이 입문서를 고르기는 아직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는 이 책을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해 주고 싶어한다.

'와인 공간'
와인과 음식의 궁합, 와인 쇼핑, 포도 품종별 와인의 특징, 와인의 보관과 서빙 방법 등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기본적인 내용들은 책에 항목별로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한마디로 와인의 ABC.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와인 컨설팅&이벤트 기획자이기도 한 최 대표의 경력은 다채롭다. 국내 최초의 와인파티였던 '보졸레 누보 파티'를 주관, 와인 문화를 전파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했던 그녀는 다양한 매체 기고와 방송 출연은 물론, 와인 전시, 디너 등의 행사도 직접 이끌어 오고 있다.

"어머니의 태몽이 까만 포도가 잔뜩 열렸던 포도나무였습니다." 우연히 집에서 담그곤 했던 포도주의 남은 껍질을 먹고 취해 버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특별 부록으로 꾸며진 '초보자를 위한 맛있는 와인51'도 눈길을 끄는 내용.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와인을 맛본 저자가 오랜 테이스팅 과정을 거쳐 자신 있게 51가지 와인들을 추천했다. 기본 정보는 물론, 세밀하고 다양한 맛과 느낌뿐 아니라 와인의 문화, 담긴 이야기, 섬세한 감정까지 아울렀다. '다 읽고 나면 당신도 당신만의 추천 와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자신만만한 주장이다.

그리고 를 펴낸 정휘웅씨. 이름만 들으면 누구인지 낯설지만 그는 네이버의 와인 카페(http://cafe.naver.com/wine) 운영자다. 필명 '웅가'라고 소개하면 알 만한 이들은 '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유명한 시솝.

제목에서처럼 그의 책은 와인을 사는 요령을 집대성했다. 그는 와인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마트를 말한다. 책은 마트와 와인 전문 숍에서 구입할 수 있는 와인 위주로 구성된 가이드북임을 표방한다.

정휘웅(필명: 웅가)
"마트에서 와인 살 때 한몫 단단히 하는 와인 쇼핑 북이 필요하죠. 장바구니 속에 끼워 넣고 다닐 수 있는 쉬운 와인 책, 와인에 대해 백지상태인 초보자도 당장 마트에 가서 활용할 수 있는 와인 장보기 체험 북, 힘 빼고 만든 와인 책입니다. 공부하듯 배워야 할 와인에 관한 지식들은 과감히 덮어두고 쇼핑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죠."

저자는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아내가 사가지고 온 시라 품종 와인에 반해서 그 때부터 와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취미로 시작했던 와인 시음에 매료되어 지금은 해마다 약 1000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있는 와인 매니아. 엉뚱하게도 그의 직업은 와인 분야가 아닌 기업 검색엔진 다이퀘스트에서 미래 검색 기술을 기획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와인 카페 운영자인 저자가 직접 맛보고 작성한 와인에 대한 꼼꼼한 기록들은 초보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서 역할을 한다. 1만 원대에서 10만 원대까지 가격대별로 구성된 와인 리스트는 와인을 살 때마다 겪어야 했던 불편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 쓰고 난 다음에 워낙 와인 시장이 급속도로 변해버렸는지라 참 어렵습니다."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은 '와인양조학(Enology)' 이란 책을 썼다. '아카데미란 이름에 걸맞게' 조금은 더 전문적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 실제 양조에 필요한 실무지식을 제공하는 책이다.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포도재배와 양조 그리고 실험방법까지 깊이 있게 다루는 국내 최초의 서적이기도 하다.

"의외로 책 출간은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와인 양조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는 곳은 거의 없고, 책이라고 해야 식품가공이나 발효공학의 일부로서 개괄적인 정보를 소개하는 것밖에 없는 현실에서 의 출판은 국내 최초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죠."

'와인 장보기'
김 원장은 수년 동안 국내외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직접 생산하고, 서울와인스쿨과 한국와인아카데미에서 양조학을 강의해 오고 있다. 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이선희 교수, 서경대학교 생물공학과 박사과정의 민혜련 대표, 건국대학교 와인 석사과정의 이동승 원장, 서경대학교 생물공학 박사과정의 김준국 한국와인아카데미 부원장 등이 공동 저자다. 이들은 누군가는 와인 양조에 관한 책을 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지난 3년 동안 방대한 자료를 수집, 비로소 이란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씨가 쓴 책 는 제목이 풍기는 비즈니스 인상과 달리 자못 철학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개별 와인에 대해 설명하는 와인정보서가 아니라 와인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생을 성찰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한 알의 포도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하늘과 땅의 지혜, 한 송이 포도에서 수백 배의 가치를 지닌 와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얻는 가치 창조의 비밀, 우리 손에 들린 한 잔의 와인이 주는 인생의 지혜 등이 저자가 전하고 싶어 하는 주된 내용들이다.

지은이 씨는 1998년 프랑스 와인대학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했고 그 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국내 최초로 A.I.S.(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주관 자격을 획득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와인을 공부하고선 2000년 말 귀국해 와인공간 쉐죠이(chezjoey)를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책의 바이블인 '랑게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 아틀라스'의 번역 출판도 진행 중이다.


김준철
'와인 양조학'
안준범
'와인 읽는 CEO'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