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한식 + 프랑스 요리의 푸드 & 와인 명품 3자 매치

마르께스 뮤리에따 와이너리의 프란 커스텐 아시아 수출 담당이사
'마르께스 ○○○', '마르께스 드 △△△', '마르께스 데 XXX' 등…

스페인 와인들 중에 '마르께스'란 단어로 시작하는 와인들이 적지 않다. 얼핏 듣기에 비슷하게 보이는데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회사 라인업의 와인들은 아닌 것 같은데…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 프랑스의 보르도처럼 스페인 하면 '탁' 떠오르는 대표 와인 산지는 리오하. 마르께스 뮤리에따는 이 지역의 최초이자 대표 와이너리 이름이다. 이 와이너리의 프란 커스텐 아시아 수출 담당이사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스페인 와인과 한식, 프랑스의 최고 요리가 만나는 '명품 3자 매치' 자리를 위해서다.

마르께스란 단어는 스페인어로 '후작'을 뜻한다. 때문에 이 와이너리 이름에 '마르께스'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주인 가문에 후작이 있었다는 의미. 150여년 전 설립자 루치아노 뮤리에따는 큰 돈을 모아 교회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기부를 한 공적을 인정받아 스페인 여왕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았다.

중세 귀족을 나타내는 후작이라는 칭호가 붙은 와인도 과연 '후작'급일까? 커스텐 이사는 이에 대해 'No!'라고 답한다. "마르께스는 와인의 질과는 무관한 단어입니다." 아무나 무턱대고 후작이라는 단어를 갖다 쓸 수는 없겠지만 보통은 와이너리의 오너 일가나 친척 중에 후작이 있으면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

피에르 가니에르
실제 '마르께스'란 단어가 맨 앞에 붙어 있는 와이너리만 스페인에만 20여개는 된다고 한다. 같은 스페인어권인 칠레나 아르헨티나, 옆 나라 프랑스나 이탈리아에도 몇몇 와이너리 이름에 마르께스가 들어 가 있으니 성명만으로도 '후작 와인'이 수십 가지는 넘는 실정. "마르께스란 이름이 붙어 있으면 아무래도 전통있고 품격 높은 와인처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마케팅 효과 때문에라도 마르께스란 단어 자체가 유용한 브랜드인 셈입니다."

'후작' 가문임을 증명하는 표시는 라벨에서도 드러난다. 라벨에 그려진 왕관 윗부분에 물방울처럼 위로 솟아오른 장식이 3개면 이는 후작이라는 표시. 왕관이 3배 더 많은 9개의 돌기로 치장돼 있다면 그건 백작(카운트 · Count)을 뜻한다.

어쨌든 후작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는 스페인의 대표 고품격 와인으로 이름이 높다. 스페인의 대표 와인 산지인 리오하 지역 최초의 커머셜 와이너리라는 전통과 150여년의 역사가 우선 그 출발점.

또 설립자인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는 리오하 지역에 처음으로 프랑스 오크통을 들여오고 보르도식 양조 기법을 적용한 최초의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가 오늘 날 '스페인 와인 산업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것은 이 때문.

더불어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는 돈토니오, 마르께스 드 리스칼과 함께 스페인 리오하 와인을 개척한 3대 와이너리로 꼽힌다. 이는 리오하 와인을 앞세워 스페인 와인이 세계 시장에 알려지는데 커다란 밑받침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스페인 와인에 있어서 오크통의 수입과 숙성 기술 도입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보통 오크통 숙성이라면 장기 숙성을 통해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의미. 오크 숙성이 아닌 경우 장기 숙성이 잘 안 된다고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사람들은 바로 만들어서 먹는 와인을 주로 만들어 수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비로소 오크 숙성 기술을 통해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수출에도 적극 나설 수 있게 된 것. 반면 크기가 작은 프렌치 오크보다 덩치가 큰 오크통의 경우는 와인과 오크 나무 표면의 접촉 면적이 적어지기 때문에 숙성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 나무 향이 와인과 조화되는 분량이나 비중 또한 줄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의 리제르바 와인은 3년 숙성 기간 중 1년 이상, 그랑 리제르바급은 숙성 5년 중 2년 이상을 오크통에서 보내야만 한다. 보통 스페인 와인 규정에서 리제르바는 2년 숙성, 그랑 리제라바급은 3~4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이 보다 1~2년 더 긴 숙성 과정을 갖는 것은 더 나은 품질을 위해서다.

3년 이상 오크통 숙성을 하는 리제르바급 이상 와인이 대부분인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가 한국에서 시도한 것은 한식과 프랑스 요리 등 3가지의 조화. 이를 위해 프랑스 최고의 스타 요리사 도 기꺼이 동참했다. 일단 3개 국가의 음식 문화 접목을 동시에 시도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새롭고도 이례적인 시도라는 평가.

서울롯데호텔의 미슐랭 3스타급 레스토랑 에서 마르께스 드 뮤리에따가 선보인 것은 한식 식재료를 주로 활용한 프랑스식 명품 요리. 물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식재료들로 스페인의 명품 와인을 프랑스 최고 요리사의 솜씨와 메뉴를 통해 선보인다는 기획이다.

요리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 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테이블고 들고 나와 서빙까지 하는 정성도 보여줬다.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이 서울 한복판에 있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기간이 결코 길지 않은 그로서는 최고의 배려를 기울인 셈.

프랑스 요리 전문인 그가 한식을 주재료로 사용한 노력은 결코 작지 않다. 감이나 게장 소스, 마늘 쿠키, 흑미 소스, 염장 유자시럽, 오미자로 만든 젤리, 횡성 한우, 배 등이 그가 선택한 한국형 식재료들. 당연히 프랑스 요리처럼만 보이는 그가 만든 메뉴들에는 이들 한식재료들이 삽입돼 있다.

로메인에 감싼 신선한 게살, 그린 오리간 계란찜, 게랑드 꽃소금을 가미한 바닷가재 몸통, 석류와 염장 유자시럽에 버무린 집게, 해산물이 든 쿠스쿠스와 횡성 한우 등이 그가 개발해 선보인 매치 메뉴들. 셰프 는 "한식 재료들을 활용한 이들 메뉴를 앞으로도 레스토랑에서 계속 내놓으면서 한식 재료의 활용도도 더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 ·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