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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기 싫지요?

■ 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건장해 보이는 50대 초반의 남성분이 부인과 함께 제 진료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잘 나가는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분이었는데, 본인은 하나도 불편한 곳이 없다고 하였지요. 자세한 문진과 진찰 결과 체질량지수 26의 비만에 약간의 혈압까지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는 음주의 양이 매우 많아 간 질환과 다른 만성질환이 의심되는 분이었습니다.

건강진단을 마지막으로 받은 것도 이미 3년을 넘어 서고 있어, 당연히 위암, 대장암 등의 암 검진도 필요한 상태이었지요.

이러한 검진 계획을 말씀 드리자, 잘 알겠다고는 하시는데 부인과 약간의 언쟁을 하는 것입니다. 남편은 이제 부인이 원하는 대로 진료는 받았으니 그만 돌아가자는 것이었고, 부인은 검사를 꼭 받고 가자는 것이었지요.

결국은 남편 뜻대로 그냥 돌아갔습니다만, 부인이 한숨을 쉬면서 따로 하시는 말, 병원 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해서 한번만 가는 것을 소원했는데 그것을 들어준 것이 여기까지라는 겁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병원 가기를 싫어하거나, 마지 못해 갑니다. 그들은 왜 병원 가기를 그토록 싫어할까요? 여기에는 4가지의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다름아닌 부정 심리이지요. 즉, 나한테는 그런 병이 절대로 발생할 수 없다고 그 위험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하는 일에 지장이 없고 술 세고 체력 좋다면 그 부정의 정도는 당연히 더욱 크겠지요.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 심리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겠지만, 큰 병이 발견되어 병원에서 받게 될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도 하지요.

부모나 친지 중에 병원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그 두려움은 자신도 모르게 뇌의 깊은 곳에서 싹을 키우게 됩니다.

또 다른 두려움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것이지요. 하던 일을 성취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심리적 이유는 자존심입니다. 여태껏 자신이 해서 안 되는 것이 없었는데, 유독 잘 안 되고 마음대로 못하겠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몸이지요. 그래서 그런 지적을 받을 것 같아 병원에만 가면 아무래도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네 번째 심리적 이유는 그야말로 극기주의입니다. 사실은 몸이 여기저기 아픈데도 이 정도의 고통쯤은 견뎌 내어야만 한다고 계속 밀고 가는 것이지요.

조금 덜 아프고 힘이 남으면 지나치게 일하고, 조금 지나면 자신도 어쩔 수 없어 하루나 한나절 병가나 조퇴 내는 것을 심심찮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병원을 가기 싫어하는 이유 중에는 병원과 의사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용이 불편하다든지, 서비스가 나쁘다든지, 지나친 검사를 요구한다든지 하는 등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병원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이 있을까요? 예, 있습니다. 그것은 평소에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의사를 1명 정도는 만들어 놓으라는 것이지요.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있는 의사이어도 되고, 직장 근처이어도 됩니다.

가급적 특별한 질병의 전문의보다는 내 몸의 질병과 건강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미래에 다가올 질병에 대해 대비케 해 줄 의사라면 더더욱 좋겠지요.

직장에서 제공하는 검진을 가급적 이 의사의 병원에서 받는 것이 좋고, 다른 곳에서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들고 가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에 주치의제도는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이 그 분을 자주 찾아가면, 따로 요청을 하지 않아도 그 분은 기꺼이 여러분의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의사들과 대화하거나 사귀기가 힘들다고요? 알고 보면 의사들은 매우 단순하고 순박하답니다. 그들의 전문성만 인정해주면 뒤끝은 없는 사람들이지요. 의사하고 친구하고 싶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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