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구경하며 모닥불에 고구마 구워 먹는 재미 아는 사람만 알아요

친환경여행의 붐을 타고 달아오른 캠핑 열기가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의 한 국립공원 야영장의 경우, 계절과 관계없이 이용객이 늘고 있으며, 지난 연말에는 캠핑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예약이 넘쳐 대혼란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혹한의 날씨에 산에 가서 텐트 치고 자다니, 왜 사서들 고생하냐고? 캠핑족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모닥불 쬐는 운치가 좋기 때문이다.

사계절 중 가장 낭만적이라는 겨울캠핑. 하지만 무작정 떠났다간 낭만은커녕 커다란 낭패를 보기십상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캠핑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고수들만이 겨울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겨울캠핑의 기술을 <오토캠핑 바이블>의 저자 김산환 여행작가로부터 들어본다.

썰매타기·빙어낚시 같은 야외활동을 겸해라

리조트 같은 편리한 숙박시설을 뒤로하고 캠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캠핑족들은 주변 자연을 이용한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흔치 않다.

김산환 작가는 "대개 캠핑 가서 텐트를 설치하고, 먹고 마시다, 그 안에서 자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연을 즐기려면 이 같은 캠핑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겨울철 캠핑이라면 썰매나 연날리기, 빙어낚시, 일출구경 같은 야외활동을 겸해야 진미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캠핑장을 선정할 때, 썰매를 탈 수 있는 호숫가나 빙어낚시를 할 수 있는 곳, 일출을 보기 좋은 산 등을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준비물 챙기기

겨울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보온장비다. 보온장비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텐트인데, 하절기와 동절기에 사용하는 텐트가 다르다. 겨울 텐트는 플라이의 길이가 길어 지면과 밀착돼야 한다.

또, 침낭의 부피가 커지고, 식사도 텐트 안에서 해야 하므로 여름보다 크기가 큰 텐트를 사용해야 좋다. 둘째, 침낭이다. 오리털 침낭이나 봄가을 용 패딩 침낭 위에 담요를 덮어주고, 핫팩을 넣어준다.

셋째는 난로다. 보통 전기난로를 쓰기 때문에 전기시설이 있는 캠핑장을 골라야 한다. 넷째는 매트리스. 아무리 침낭을 깔아도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매트리스를 제일 밑에 깔고, 그 위에 전기장판이나 담요를 씌우고, 침낭을 덮으면 웬만한 추위는 이길 수 있다.

요리

난로에 구워 먹는 가래떡과 고구마, 구득구득 말린 양미리는 겨울캠핑에서 맛보는 쏠쏠한 낙이다. 겨울캠핑 음식을 준비할 때도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즉석요리처럼 물만 부어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집에서 모든 재료를 완벽히 손질해야 한다. 추운데, 감자와 양파를 깎고, 밖에서 쌀을 씻고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국물요리 하나는 있어야 한다. 단, 어묵탕이나 콩나물, 조개 등을 이용한 된장국 등 기름기가 없어 설거지가 쉬운 것이 좋다. 셋째, 가래떡이나 고구마, 밤, 건어물 등 난로에서 해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야외 모닥불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기류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김산환 여행작가가 추천하는 겨울에 가볼 만한 캠핑장 4선

겨울 캠핑장을 고를 땐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우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살펴야 한다. 전기가 들어오고, 취사장이 실내에 있는 것은 필수다. 그 외에 온수가 나오면 금상첨화다.

또, 입지를 고를 때 바닷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오는 곳은 피해야 하며, 계곡보다는 양지바른 쪽을 택한다. 겨울은 해가 짧기 때문에 거리가 지나치게 멀면 오고 가다가 시간을 다 허비해버리기 일쑤다. 따라서 집에서 2~3시간 이내에 있는 캠핑장이 바람직하다.

합소오토캠핑장(경기 가평)

오토캠핑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겨울에도 자리가 없을 만큼 캠퍼들로 붐빈다. 캠핑 고수들로부터 오토캠핑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배우고 올 수 있다. 온수가 나오는 실내 취사장과 전기 등 시설이 완벽하다. 얼어붙은 계곡의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다. 유명산 정상에서 해맞이하며 백호년의 정기도 듬뿍 받아올 수 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강일 IC에서 40분 거리다. 031-584-7584, www.hapso.net

연인산오토캠핑장(경기 가평)

자라섬과 함께 가평군이 자랑하는 오토캠핑장이다. 가평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고정식 캠핑카도 있다. 캠핑장의 규모는 작은 편. 캠핑장에 있는 건물이 바람막이 역할도 해준다. 편의시설도 완벽하다. 텐트 안에서 취사를 할 수 없다면 가스레인지가 설치된 취사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평호 드라이브와 강촌에 있는 엘르시안 강촌 스키장과 빙벽등반을 구경할 수 있는 구곡폭포, 겨울연가의 무대 남이섬이 있다. 031-582-5702, http://gpyeonin.co.kr

솔밭캠프(강원 영월)

영월에서도 산수가 수려하기로 소문난 법흥계곡에 있는 캠핑장이다. 계곡이 끼고 돌아나간 솔숲이 운치 있다. 겨울에는 대형 몽골텐트가 톡톡히 효과를 발휘한다. 상설 설치된 몽골텐트 안에는 7~8가족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주방이 갖춰졌다. 대형 페치카를 설치해놔 따뜻하게 취사를 할 수 있게 했다.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와 굽이지는 계곡이 아름다운 서만이강, 한반도 지도를 닮은 선암마을 등 볼거리도 널려 있다. 033-374-9659, www.solbatcamp.co.kr

몽산포오토캠핑장(충남 태안)

태안의 해변가에 자리한 캠핑장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다. 바람을 막아주는 솔밭 속에 200동의 텐트도 너끈하게 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화장실과 취사장도 깨끗하다. 전기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캠핑장 앞은 드넓은 해변이 펼쳐진 바다다. 이곳에서 해를 보내는 일도 뜻 깊다. 겨울에 눈이 잦은 것도 장점이다. 안면도와 서산방조제 등 오가는 길에 여행자가 많다. 백사장항이나 몽산포항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041-672-2971, www.mongsanpo.or.kr

도움말: 김산환 여행작가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