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여성들에게서 현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암이 3개가 있습니다. 첫째는 갑상선암이고, 둘째는 유방암이며, 셋째는 대장암이지요.

과거에 여성들이 많이 걸렸던 자궁경부암, 위암, 간암 등은 그 발생이 정체해 있거나 줄어드는 반면, 이 세 가지 암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가하는 이 세 가지 암 중 유방암의 발생은 지난 10년에 걸쳐 증가한 여성들의 음주와 비만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가 있지요.

1998년에서 2007년 사이에 유방암의 발생은 10만명 당 24.5명에서 39.9명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에 여성의 음주율이 30.6%에서 41.5%로 증가했고, 1995-2005년 기간에 여성의 비만율이 18.0%에서 29.9%로 증가한 데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술은 유방암 외에도 간암, 식도암, 인후암 등을 일으키는 엄연한 발암물질입니다. 발암물질이라고 분류를 할 때는, 인간에서는 아직 입증된 바가 없고 동물에서만 암을 발생시켜도 발암물질이라 하는데, 술은 인간에게서조차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이 된 경우이지요.

그럼에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술을 즐겨 하다 보니 그런 사실을 들어도 믿겨지지가 않거나 심리적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술이 암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발암물질과 마찬가지로 일생 동안 몸에 흡수된 알코올의 총량에 비례합니다.

즉, 빈 속에 먹던 안주랑 같이 먹든, 순한 술을 먹든 독한 술을 먹든, 먹은 술 속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이 문제이고, 단지 현재 먹고 있는 알코올의 양이 아니라 일생 먹은 총량이 유방암의 발생 위험성에 비례하는 것이지요.

지난 10년 동안 음주하는 여성의 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여성 한 사람이 마시는 양도 증가했습니다. 최소한 2-3배는 증가한 것으로 추산이 되지요. 결국, 술을 마시는 여성 중 일생 먹은 알코올의 총량이 많은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음주가 증가하는 데는 소득의 증대, 늦은 결혼, 주류업체의 여성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가 있지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주류 광고에 유명 여자 연예인이 등장한다든지, 알코올 도수를 낮춘 소위 '순한' 술을 출시하는 것 등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만큼, 여성들의 유방암도 늘어 납니다. 여기서 여성들의 음주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숙취해소 음료이지요. 숙취해소 음료는 처음에는 남자들이 주로 이용을 했었는데, 요즈음 TV에 흔히 나오는 광고를 보면 여성들을 주된 타깃으로 합니다.

여성이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면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이지요. 숙취해소 음료가 숙취해소에 진짜로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사실상 없지만, 음료 속에 있는 수분 정도를 보충한 효과는 최소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간단한 셈을 한번 해볼까요? 다음과 같은 세 여성이 있습니다. 그 중 어느 여성이 가장 많은 알코올을 몸에 흡수할까요? 첫째, 절주를 하는 여성, 둘째, 술을 마음껏 마시는 여성, 셋째, 술을 마음껏 마시고 숙취해소 음료를 챙겨 마시는 여성. 정답은 당연히 세 번째이겠지요?

숙취가 있었는데 숙취해소 음료로 도움을 받았다면, 당연히 그 다음에 또 그만큼 마시게 되지 않을까요? 반면에 많이 마셔서 숙취가 있었는데 숙취해소 음료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그 다음에 술을 그 만큼 마시기는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숙취해소 음료가 더 많은 술을 마시게 하고, 더 많이 마신 술로 인해서 발암 위험성이 높아져 유방암을 불러 오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라는 것을 보면 그 순간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조금 길게 보면 신체의 기능을 퇴화시키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런 소위 '이기'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게 만드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