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부터 의복·화장품·주거 등 적용 분야 무궁무진

수직농장
발광다이오드(LED) 광원 등을 활용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기술은 영하 40 도의 남극 세종기지에서도 채소를 재배해 먹을 수 있게 했다.

형질전환 돼지가 개발돼 혈우병 치료제도 생산하게 됐다. 도심에서 농사짓기를 가능케 하는 빌딩농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 녹색 혁명이라 부를 만큼 혁신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녹색기술이 생활 구석구석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녹색기술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앞으로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오게 될까?

농촌진흥청의 최근 주요 성과들을 토대로 살펴본다.

녹색기술 바이오 신약개발, 식품, 환경개선 등 삶의 질 향상

남극 세종기지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녹색기술이 적용되는 영역과 범위는 일상적으로 먹는 것에서부터 의복, 화장품, 주거 등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특히, 농업기술과 IT, 생명공학 등 타 영역과 접목돼 의학분야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4월, 복제 미니돼지 개발에 성공했다. 인간에게 심장과 신장 등의 장기이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장기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여 장기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혈액 응고 인자 및 조절 물질의 다중형질전환 돼지도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은 한림대 의대와 함께 누에고치를 이용한 인공고막을 만들어냈다. 한림대 의대 측은 새로운 인공고막이 기존의 인공고막에 비해 비용과 시간, 고통을 모두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먹거리도 달라지고 있다. 녹색기술의 발달은 단순히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임산부용 철분강화 쌀, 포장밥용 쌀, 전통주용 쌀 등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 쌀 개발이 속속 등장했다. 그 결과, 우리가 소비하는 가공식품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

환경 친화적인 농산물 생산도 늘고 있다. 농약을 아예 쓰지 않거나 적게 쓰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업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돼지
우리나라 토양에서 서식하는 미생물로부터 유래한 해충저항성 유전자를 분리해 해충저항 벼를 생산했다. 이 새로운 벼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혹명나방이라는 해충을 100% 방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침입한 담배가루이는 토마토, 착색단고추, 참외를 비롯한 채소와 과일에 큰 피해를 주며, 화학농약 사용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토착적인 담배장님노란재를 활용해 장기재배 토마토에 발생한 담배가루이를 효과적으로 방제하는 등 천적을 이용해 화학농약 사용량을 절감했다.

또, 녹색기술을 활용해 농산물의 양과 질은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LED 광원을 이용해 잎들깨, 딸기 등의 수확량과 당도, 영양성분 등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전기사용량을 기존에 비해 70~80% 가량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녹색기술은 환경오염 개선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아파트나 실내의 공기를 정화하며 새집증후군을 해소하는 기능을 가진 식물들의 개발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설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가 하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농사일을 편리하게 만드는 농기구와 가축의 분뇨를 활용한 퇴비로 화학비료를 사용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퇴비가 지난해 새롭게 선보였다.

골드오션 찾아 귀농증가, 농촌의 생활도 변화 중

LED농업기술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가구수는 지난 2001년 880가구에서 2005년 1,240가구, 그리고 2008년에는 2,218가구로 크게 늘었다. 귀농의 증가추세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녹색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농업기술은 IT 등 첨단기술과 결합돼 복합적인 녹색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이고 힘든 산업이라는 농업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을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작물과 친환경 농산물 등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가 전국에 7,000여 호 가량 있고,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1억 원 이상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의 공통점은 원래부터 농촌에서 농사를 지었던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다른 직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농업에 첨단기술이나 마케팅의 안목과 지식을 접목해 녹색산업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승마장이 300여 개가 성업 중이다. 승마장 대부분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간 사람들이 도시민의 여가욕구를 파악해 만든 시설로 추정된다. 녹색산업이 1차 산업에서 벗어나 관광, 오락, 바이오신약 등 2·3차 산업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농업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예로, 충남 서천군에는 30대 젊은이 3명이 귀농해 관엽식물을 키우고 있다. 농업분야도 잘만 하면 얼마든지 대박산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 같은 귀농인구의 증가는 농촌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토착 농민들도 인터넷을 통한 판로개척에 나서는 등 농업의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또, 농촌체험관광이 활성화 되는 등 농촌 고유의 모습과 생활양식을 이어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골로 간 도시민이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주고, 도시민의 수요를 파악해 농촌경제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